변수 따라 널뛰는 국민연금 전망… 고갈 시점보다 지속 가능성이 중요[인사이드&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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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7-03 03:00:00 수정 2020-07-03 11: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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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리는 재정추계… 고갈 시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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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달 ‘사회보장정책 분석 보고서’를 발간했다. 총 7권으로 구성된 보고서인데 교육과 고용, 주거, 건강 등과 관련한 사회보장정책 전반을 다뤘다. 국민들의 소득보장 부문을 분석한 보고서의 46쪽에서는 국민연금 적립기금이 바닥나는 시기를 예상했는데 2054년으로 돼 있다. 2년 전 정부가 제4차 재정추계를 통해 발표한 국민연금 고갈 시기인 2057년보다 3년이 빠르다.

보건복지부는 이 보고서에 담길 수치들이 지난해 하반기에 처음 공개됐을 때 이를 반박하는 자료를 냈었다. 정부는 4차 재정을 추계하면서 국민연금의 자산군별 수익률, 자산배분 비중 등을 반영했는데 예산정책처가 활용한 것보다 더 최신 자료여서 더 신뢰도가 높다는 것이었다. 예산정책처는 2, 3차 추계 때 쓴 자료를 활용했다는 것이다.

○ 2047년→ 2060년→ 2057년
국민연금 재정추계는 널뛰기를 해왔다. 정부 예측에서조차 고갈 시점이 5년 단위로 13년이나 늦춰졌다가 또 어떤 때는 3년이 앞당겨지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배(2017년 기준 OECD 평균 14.7%, 한국 43.8%)가 넘는다. 국민연금의 보장성을 높이는 일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다. 정부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민연금 재정을 예측하고 건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재정계산제도를 도입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정부가 재정계산제도를 도입한 1998년 당시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10년 사이 6%포인트가 오른 참이었다. 1988년 국민연금제도가 시행될 때 보험료율은 3%였다. 소득대체율은 70%였다. 하지만 내는 돈보다 받는 돈이 더 많은 구조에서 가입자 수가 늘면서 보험료율은 오를 수밖에 없었다. 1993년 6%, 1998년엔 9%로 올랐다. 정부가 재정계산제도를 도입해 국민연금 재정수지와 적립기금 고갈 시점을 주기적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국민연금법 개정에 따라 정부는 2003년부터 5년마다 재정계산을 발표한다. 그동안 2003년과 2008년, 2013년, 2018년 모두 4번의 발표가 있었다.

1998년 재정계산제도가 처음 도입될 때만 해도 국민연금 적립금은 2030년대면 바닥이 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해 정부는 국민연금 1차 제도개혁을 했다. 소득대체율을 70%에서 60%로 낮췄다. 연금 수급 개시 연령도 60세에서 2013년엔 61세로, 2020년엔 62세, 2033년에는 65세까지 늦추기로 했다. 적립금을 늘리는 게 아니라 수급자들이 받는 돈을 줄이고, 받는 기간도 줄이는 쪽을 택한 것이다. 5년 뒤인 2003년 제1차 재정추계 결과 재정 고갈 시점은 2047년으로 나왔다. 정부는 1차 개혁안의 성과가 반영된 결과라고 판단했다. 적립기금이 2035년 1715조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이듬해인 2036년부터 재정수지 적자로 돌아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마음을 놓고 있어도 될 정도는 아니었다. 2003년에 처음 보험료를 내기 시작하는 18세가 연금 수령 연령(65세)이 되기도 전에 적립기금이 고갈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7년 국민연금 2차 개혁안을 내놨다. 이번에도 역시 연금 가입자들이 받게 되는 돈을 줄이는 쪽이었다. 60%였던 소득대체율은 2008년 50%, 이후로는 해마다 0.5%포인트씩 낮아져 2028년엔 40%로 떨어지게 설계했다. 70%로 시작했던 소득대체율은 거의 반토막 나는 셈이었다.

2차 개혁안이 반영된 결과 2008년 제2차 재정추계 적립기금 고갈 시점은 2060년으로 나왔다. 13년이나 더 늦춰진 것이다. 재정수지 적자가 시작되는 시점도 2044년으로 8년간의 시간을 벌었다. 5년 뒤 제3차 재정추계 결과는 2차 때와 같았다. 국민연금 고갈 시점은 2060년, 재정수지 적자가 시작되는 시점은 2044년이었다. 적립기금 최고액은 오히려 2차 계산 때보다 늘었다. 2차 때는 2043년 2465조 원으로 산출됐으나 3차 때는 같은 해 2561조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 변화 없이도 고갈 시점을 유지하고 적립금 규모는 오히려 늘어난 것을 두고 정부는 여성과 노인 경제활동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인구는 줄지만 경제활동인구가 늘면서 보험료를 내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저출산과 저성장이 장기화하면서 2018년 제4차 재정추계 때는 통하지 않게 됐다. 적립금 소진 시기가 재정계산 이후 처음으로 앞당겨진 것이다. 소진 시기는 2057년으로 나왔다. 재정수지 적자 시점도 2년이 더 당겨져 2042년으로 계산됐다.

○ 산출 기준 따라 결과값 차이 커
국민연금 재정을 추계할 때 참고하는 지표는 크게 3가지다. 인구변수, 거시경제 변수, 수입 전망이다. 인구변수는 보통 통계청 장래인구특별추계를 이용한다. 거시경제 변수는 임금·물가상승률, 경제활동참가율, 금리 변동 등이다. 이 두 가지를 토대로 기금운용수익과 보험료 수입을 예측해 보면 수입 전망이 나온다. 최대 70년 뒤 어떻게 될 것인지 가늠해 국민연금 고갈 시점과 재정수지 변화를 산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모두 예측치이기 때문에 어떻게 구하느냐에 따라 결과에 차이가 발생한다. 예산정책처가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거시경제 변수에 예산정책처 자체 전망을 반영했다. 수입 역시 정부와 달리 자산별 기대수익률이 아니라 회사채금리 대비 국민연금기금 수익률 평균배율을 적용했다. 산출 기준이 다르니 결과도 정부 재정추계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표가 몇 년 새 급변하기도 한다. 합계출산율이 대표적이다. 1∼4차 추계위원으로 참여한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공적연금센터 연구위원은 “정부의 2018년 4차 추계는 2016년 통계청 장래인구특별추계를 활용해 2018년 발표된 합계출산율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며 “반면 이듬해 발표된 예산정책처 보고서는 2019년 장래인구특별추계치를 사용해 이 부분에서는 더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2018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98명을 기록해 처음 1.0명 아래로 떨어졌다. 정부가 제4차 재정추계에 반영한 2016년 장래인구추계 중위값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은 2016년 1.18명으로 최저치를 찍은 뒤 2018년에는 1.22명으로 오른다.

정부의 ‘의도’가 반영될 수도 있다. 윤 위원은 “정부가 여성과 노인 경제활동인구 증가 추세를 이유로 2차와 3차 고갈 시점을 동일하게 계산했는데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그 사이 평균수명이 늘었고 경제성장률도 떨어졌는데 5년 새 여성·노인 경제활동인구 추산치가 그것들을 상쇄할 만큼 늘었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3년 1.2명을 기록했던 합계출산율은 2005년 1.1명으로 떨어졌다. 경제성장률은 2003년 3.1%에서 2007년까지 5.8%로 올랐지만 2008년 경제위기가 닥치며 3.0%를 기록했고 2009년 0.8%로 주저앉았다.

○ 향후 ‘정년 연장’이 최대 변수 예상
앞으로 국민연금 재정에 가장 큰 변수 중 하나가 정년 연장이다. 고령인구가 폭증하고 노인 빈곤율이 세계 최상위인 상황에서 정년 연장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늘어나는 정년만큼 국민연금 납입 연령을 높이면 그만큼 재정에 보탬이 되고 수령액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수령 연령은 2013년부터 단계별로 높아져 2033년 65세가 된다. 반면 납입 연령은 제도 도입 때부터 현재까지 만 60세까지다. 자신의 납입 기한이 짧거나 납입액을 늘리고 싶을 경우 지금도 추가로 내는 게 가능하다. 납입 연령을 높이는 것에 대한 심리적 문턱을 높지 않게 보는 이유다. 정부 내에서도 정년 연장에 맞춰 납입 연령을 조정하는 것에 긍정적 의견이 많다.

반면 지금처럼 ‘덜 내고 더 받는’ 구조에서는 정년 연장이 연금재정을 더 나쁘게 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보험료율은 9%인데 소득대체율은 40%에 달해 연금 수령 직전까지 일할 경우 내는 보험료는 적고 받아가는 금액이 더 크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저출산과 경기 불황이 더 심화되면 기금운용 수익률에도 악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1998년 이후 20년 넘게 9%대에 묶여 있는 보험료율을 올려야 할 필요성이 크지만 2018년 정부가 내놓은 4개 개혁안은 국회 문턱조차 밟지 못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을 지낸 연금전문가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30년 뒤의 3, 4년 차이를 걱정하기보다 연금재정을 2100년, 그 이후까지 이어갈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지 정책사회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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