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화웨이가 안보 위협” 공식 지정… 英 “5G망 사업 화웨이 배제”

서동일 기자 , 뉴욕=박용 특파원

입력 2020-07-02 03:00 수정 2020-07-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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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화웨이 전선 확대… 국내업계 촉각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ZTE 등 중국 통신기업을 국가 안보 위협으로 공식 지정했다. 또 영국은 차세대 통신기술인 5세대(5G) 이동통신망 구축 사업에서 화웨이를 사실상 배제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전자업계에서는 ‘반(反)화웨이’ 전선 확대가 삼성 등 한국 기업에 기회가 될 것이란 기대와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아지트 파이 FCC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화웨이와 ZTE는 중국 공산당, 군대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며 “미국은 중국 공산당이 통신망의 취약점을 악용하고 주요 통신 인프라를 훼손하게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성명은 지난해 11월 FCC가 연방서비스기금으로 화웨이와 ZTE 장비를 구입하지 못하도록 한 행정명령을 공식화한 것이다. 미 정부는 농촌 지역 등에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소 통신서비스 회사에 총 83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이 보조금으로는 화웨이나 ZTE 장비를 구매할 수 없도록 못 박은 것이다.

같은 날 영국도 나섰다. 올리버 다우든 영국 디지털문화미디어체육부 장관은 의회 국방위원회에서 “화웨이가 장기적으로 영국 5G 이동통신망의 일부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삼성(한국)과 NEC(일본)는 영국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는 공급 회사”라고 언급했다.

현재 보다폰 등 영국 주요 통신업체들은 화웨이 장비를 이용해 5G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앞서 1월 보리스 존슨 정부는 집권여당인 보수당 의원들과 미국의 반대에도 5G 통신망에 화웨이 장비 공급을 허용한다는 방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중국의 홍콩보안법 강행으로 반중 감정이 고조되자 화웨이 참여 배제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화웨이 등 중국 통신장비의 미국 내 판매를 사실상 ‘봉쇄’하고, 영국 등 일부 유럽 국가가 하나 둘씩 이에 동참하자 글로벌 5G 통신장비 시장을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에 장기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지난달 삼성전자는 캐나다 3대 이동통신 사업자인 텔러스의 5G 이동통신장비 공급사로 선정됐다. 텔러스는 그동안 중국 화웨이의 4세대(4G) 이동통신 장비를 100% 사용해왔지만 5G 공급사 선정 과정에서 화웨이를 배제했고, 이 자리를 삼성전자가 차지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신규 통신장비 사업자 선정 주기는 보통 10년 안팎이다. 화웨이 배제 결정이 당장 삼성전자의 단기적 매출 상승 혹은 수주로 나타나진 않겠지만 반화웨이 흐름이 장기화할 경우 삼성전자의 시장 확대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FCC나 영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자국 통신장비 시장에만 초점을 두고 있지만 향후 미국 행정부가 한국, 일본, 독일 등 해외 기업과 화웨이 사이의 거래를 차단하는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국 정부가 화웨이를 차단하기 위해 민간 분야 개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화웨이에 반도체 등을 공급하는 한국 기업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 전자업계 관계자는 “언제라도 미중 무역분쟁의 불똥이 한국 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라며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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