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추진해도 당장 올릴 항목 마땅찮아

세종=송충현 기자 , 남건우 기자

입력 2020-05-21 03:00:00 수정 2020-05-21 03: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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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증세 논의 시작해야” 불지펴
주요 세목 이미 올려 여력 부족
현재 세수론 지출 감당 힘들지만 증세하면 경기회복 찬물 우려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증세에 대한 화두를 던진 데는 갈수록 늘어나는 복지 지출과 재정건전성 유지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가 재정이 ‘화수분’이 아님을 인식하고, 쓴 만큼 채워 넣을 수 있는 보완책을 수립해야 장기적인 재정 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당장 세금을 올릴 만한 항목을 찾기가 어렵고 증세가 자칫 경기 회복의 불씨를 꺼뜨릴 수 있어 정부가 이를 매우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재정 전문가들은 정부 안팎에서 증세가 거론되는 이유로 최근 재정지출 증가세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든다. 복지 예산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정부 예산은 2017년 400조5000억 원에서 2018년 428조8000억 원, 지난해 469조6000억 원으로 등으로 계속 늘어났다. 올해는 여기에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까지 겹쳐 정부 지출이 531조1000억 원까지 늘어날 추세다.

급증하는 재정 지출을 현재의 세수 추이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선 지난해 국세 수입은 293조4500억 원으로 2013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다. 이런 추세는 올해도 마찬가지다. 당초 세수 목표치 대비 실적을 뜻하는 세수 진도율은 3월까지 23.9%에 그쳐 세수 여건이 좋지 않았던 지난해 같은 기간(26.6%)과 비교해도 2.7%포인트 모자란다. 특히 법인세(―6.8%포인트)와 관세(―6.0%포인트) 등 기업 활동과 관련된 세목의 감소 폭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다만 정부가 현 시점에서 증세를 검토한다고 해도 당장은 세금을 늘릴 만한 마땅한 항목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경기 회복을 위해 규제완화 등으로 기업 활동을 독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미 2017년 최고 세율을 25%로 올린 법인세를 다시 늘리기는 쉽지 않다.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나 보유세 인상은 세수 증대 효과가 크지 않고, 그렇다고 부가가치세율을 올리는 것은 일반 중산층의 강력한 조세 저항을 일으킬 수 있다.

정부는 추가 세원 확보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당장 세율 인상 등 본격적인 증세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현 정부 들어 이미 주요 세목을 올릴 수 있을 만큼 올린 상태라 추가 여력이 부족한 건 사실”이라고 했다.

다만 정부가 재정건전성에 대한 시장과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기 위해선 최소한 코로나 위기가 지나간 뒤에는 재정지출을 줄이거나 증세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중산 서민계층도 늘어나는 복지에 맞춰 조금씩이라도 세 부담을 늘리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남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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