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 韓은 ‘눈폭풍’과 달라…회복 늦을 가능성”

뉴스1

입력 2020-03-27 10:36 수정 2020-03-27 10:36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대공황이 아닌 ‘거대 눈폭풍’, 자연재해에 가깝다.”

미국의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세계 경제위기와 관련해 내놓은 평가다.

일단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상당히 빠른 경기 반등이 있을 것이란 전망인데, 국내 거시경제 전문가들은 한국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뉴스1>이 국내 거시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자문을 한 결과, 대부분이 급격한 경기 회복 모델인 V자 또는 U자 반등을 예상하는 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를 포함한 실물이 어느 정도로 타격을 받았는지에 따라 회복세 양상이 크게 달라질 텐데, 우리나라는 이번 사태 직전 실물 경기가 그다지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우리 실물 경제를 얼마나 해쳤는지 알기 힘든 현 시점에서는 미국처럼 빠른 반등을 점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반대로 억제된 수요 반등에 따른 빠른 회복을 예상하는 이도 있었다.

◇“다함께 휴가 간 셈이면 좋겠지만…”

이인호 한국경제학회장(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은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대공황이 아닌 자연재해와 같다는 말은, 이전 위기와 달리 금융이나 실물 경제의 큰 결점에서 시작된 위기가 아니란 뜻”이라며 “다같이 한 며칠간 휴가를 갔다 온 것처럼 된다면 문제가 없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이 회장은 “하지만 휴가 동안에 몇십개의 기업이 없어졌다면 그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가 문제”라며 “커다란 실물경제 훼손이 없다면 급격히 예전으로 돌아가는데, 훼손이 생기면 그렇지 않게 된다”라고 내다봤다.

특히 코로나 확산 장기화에 따른 기업의 줄도산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 회장은 “사태가 지속되면서 기업들이 도산할 수 있다”며 “일단 도산하게 되면 그 기업을 살려내는 건 쉽지 않다. 많은 기업이 위기를 못 견디면 사실상 다른 위기 때와 같은 구조적 문제가 된다”고 평가했다.

이 회장은 “(반대로) 이 위기 아래서 경제가 크게 상처를 입지 않는다는 시나리오라면 (버냉키의 말대로 빠르게) 돌아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종식된 뒤 얼마나 많은 기업이 살아남았느냐가 회복 양상을 좌우할 것이라면서 “이미 많은 기업이 견디다 못해 문을 닫았다면, 경제가 돌아갈 여건이 조성됐음에도 물건을 팔 데도, 살 데도 없게 된다”고 덧붙였다.

◇“급반등, 미국은 맞지만 한국은 어려울 수도”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버냉키 전 의장의 말에 일견 동의했다. 성 교수는 “미국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그런 얘기(코로나 종식 이후 급반등)가 된다. 지금 정도로는 미국 실물경기가 크게 악화될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물론 미국도 이전 금융시장이 실물경기 상황보다 훨씬 과열돼 있긴 했다”면서 “그래서 금융시장까지 과거 모습으로 회귀하기엔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고, 그런 면에서 실물시장 회복에 다소 어려움이 있긴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성 교수는 “우리나라는 이번 사태가 아니었어도 어려웠을 실물”이라며 “미국은 실물이 양호한데 금융이 그 양호한 수준보다 훨씬 더 좋았던 것이고, 반대로 우린 이번 사태가 지나간다 해도 과거 안 좋았던 실물이 남을 것이기에 우리 경제의 회복은 지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성 교수는 정부가 현 시점에서 코로나19 확산 통제에 가장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종식만이 위기를 수습할 해법이기 때문이다.

또한 “감염 확산 통제가 되고 안정화되면 한국 경제를 가라앉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던 정책이나 문제는 수정해야 한다”며 “그 수정을 통해 경기가 회복되게 해야 한다. 지금은 일반적 소비 진작책은 작동하지 않는다. 상황이 진정됐을 때 경기, 소비 진작에 나서도 무방하다”고 조언했다.

◇“눈폭풍은 낙관적인 시나리오…국제 방역 ‘엇박자’ 우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사태가 눈폭풍같이 일시적으로 왔다가 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은 너무 낙관적이지 않나 생각이 든다”며 “그렇게 되려면 코로나19 사태가 국제적으로 ‘리셋’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어렵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예컨대 중국의 방역 상황이 나아지니 유럽과 미국이 말썽이고, 우리나라에서도 확산세가 수그러드니 외국에서 입국한 이들의 감염이 우려된다”며 “이런 현상이 2~3차로 일어나면 (방역 리셋이) 굉장히 늦어질 걸로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또 10여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의 잔재가 아직 남아 있어 회복세가 더 더뎌질 수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그린슈트(Green Shoots·새싹이라는 의미에서 경기 반등의 조짐을 뜻하는 용어)가 빨리 나타나기엔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상황이 다르다. 일단 빚이 많다”면서 “그 당시의 잔재가 두고두고 남아 가기에 부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경제에 충격을 받은 취약층이 상당 부분 있는데, 이들이 받은 상처가 다시 봉합될 성질인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정부가 금융과 실물 경제의 시계를 잘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국민 경제를 두 가지로 생각하면 실물과 금융이 있는데, 실물 경제의 시계는 멈춰진 상태에서 금융 경제의 시계는 계속 돌아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따라서 실물에 해당하는 기업이 부도나거나 망하지 않도록, 최대한 실물 경제의 시계가 고장 나지 않게 기름을 쳐야 한다. 반대로 금융의 시계는 최대한 늦춰야 한다”고 비유했다.

◇“급반등 가능하다…조세 감면이 남은 정부 카드”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가 확산이 안정이 될 때까지는 당연히 위기가 이어질 것이고, 코로나가 반대로 안정되고 치료제가 개발돼 문제가 사라지면 버냉키가 얘기한 대로 경기는 급반등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김 교수는 “세간에서 말하는 L자형 불황은 코로나가 해결되지 못하고 계속 지속될 때 경기침체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 보는 것”이라며 “코로나가 해결되고 원 상태로 다시 가면 그동안 억제된 수요가 늘어나기에 예전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분석이 맞다”고 부연했다.

다만 “코로나 이전에도 세계 경기가 침체돼 있었으니, 그런 측면에서 보면 과거와 같이 경기가 아주 좋아진다 볼 수 없다”면서도 “지금보다는 경기는 확실히 나아진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정부가 현재 가능한 계책을 모두 쓰는 중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하나 건드리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조세 부문일 것이라고 지목했다.

김 교수는 “법인세 인하나 조세 감면은 사태가 악화될 경우 국회나 정부에서 더 쓸 카드로 남아 있다”면서 “다른 나라에선 조세 감면 조치도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특히 법인세의 경우 정치적 이슈이기에 쓰지 않고 있다. 상황이 악화된다면 쓸 수 있는 카드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