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 ‘코로나 해결책’ 왜 더딜까

동아일보

입력 2020-03-27 03:00 수정 2020-03-27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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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필터 마스크 등 안전성 검증까진 시간 더 필요

19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지하에 있는 한 약국 앞에 공항 직원들이 공적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전 세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과학계가 다양한 극복 방안을 내놓고 있다. 국내 과학자들도 마스크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빨아 쓰는 나노필터 마스크와 코로나19 치료 항체 후보, 새로운 진단 기술 등을 공개하며 보탬이 되고 있다.

하지만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최소 1년이 소요되는 것처럼 최근 국내에서 공개된 새 기술도 당장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인체에 직접 쓰이는 만큼 안전성과 효능 등을 검증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우수한 연구 성과임은 분명하지만 당장 현장에 활용하기 어렵다”며 지나친 낙관보다는 차분히 기다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나노필터 마스크, 독성 평가 거쳐야”

20번 이상 빨아 써도 95% 이상 성능이 유지된다는 나노필터 마스크는 마스크 공급 부족 사태가 이어지던 이달 초 기술이 공개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김일두 KAIST 교수가 개발한 나노필터는 나노섬유의 정렬 방향을 제어해 열십자 형태 필터로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이다. 구멍이 100∼50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인 미세한 필터로 KF80∼KF95 수준의 여과 성능을 낼 수 있으며 20회 세탁해도 성능이 유지된다고 소개했다. 연구팀은 “하루 1500장 생산하는 제조설비까지 갖췄다”며 마스크 수급 문제 해결 가능성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달 23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부 부처 합동 마스크 수급 상황 브리핑에서 양진영 식약처 차장은 “정식 허가 신청이 없었으며 안전성에 대한 자료가 제출되면 심사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마스크에 사용된 소재는 사람 얼굴에 직접 닿아 코나 입을 통해 호흡기로 바로 들어간다. 나노필터에 사용된 유기용매 잔류 여부나 나노필터에서 나오는 나노 물질에 대한 안전성과 부작용을 세심하게 검토하는 독성 평가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이유다. 류재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통합위해성연구단장은 “마스크 필터는 입에 닿는다는 점에서 나노소재든 화학물질이든 모두 독성 실험을 해야 한다”며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아무리 마스크 공급이 부족하다고 해도 나노 입자로 인한 독성 여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확실히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료용 항체는 살아 있는 바이러스와 테스트”

한국화학연구원이 최근 발굴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코로나19 치료용 항체 후보도 어디까지나 예측 결과를 근거로 하고 있다. 연구팀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중화항체 2개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중화항체 1개가 코로나19 바이러스와도 잘 결합할 것이란 예측 결과를 내놨다. 중화항체는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 침입하는 것을 막는다는 점에서 백신 개발에 필수적인 후보물질이다. 연구진은 사스와 메르스 중화항체 가운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로 침입할 때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무력화할 항체를 찾았다.

연구진은 이 후보 항체가 실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결합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만약 예측한 대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결합한다면 그 다음 단계로는 사람 몸속에서의 효과도 검증해야 한다. 박대의 화학연 신종바이러스(CEVI) 융합연구단 선임연구원은 “현재 살아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도 결합하는지를 검증하고 있는데 4월 중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후에는 항체가 실제로 인체에서도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실험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압타머 진단키트 대량생산할 제반시설 없다”

포스텍은 19일 ‘분자 집게’의 일종인 ‘압타머’를 이용해 15분 만에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판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공개했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 중인 코로나19 진단법인 ‘분자 진단법’이 6시간 이상 소요되는 반면, 압타머 진단법은 15분 만에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압타머는 DNA나 RNA로 이뤄진 핵산물질로 바이러스 같은 다양한 표적에 결합한다. 연구팀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외피 단백질에 작용하는 새로운 압타머를 발굴했다. 압타머 쌍을 이용해 색깔 변화만으로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진단하는 것이다.

국내엔 아직까지 압타머 관련 생산시설이 없다. 이런 이유로 압타머를 이용한 진단키트 개발에 당장 기대를 걸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단키트 관련 한 전문가는 “코로나19 검진에서 많이 사용하는 분자 진단법이나 항체 진단법과 다른 제3의 기술인 압타머를 이용한 진단키트는 현재 시점에선 대량생산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민수 reborn@donga.com·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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