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수록 미래 준비” 코로나 돌파 나선 총수들

김현수 기자 , 지민구 기자 , 신희철 기자

입력 2020-03-26 03:00 수정 2020-03-26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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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코로나 위기 대응전략 진두지휘



전 세계 공장이 동시다발적으로 셧다운되고, 소비가 일제히 멈춘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산업현장이 흔들리자 총수들이 나섰다. 전례 없는 위기 속에 주요 그룹 총수들은 당장 임직원의 불안감을 다독이며 조직 정비에 나서는 한편으로 혁신을 멈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의 위기뿐 아니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바꿔놓을 새로운 경영환경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 올해만 6번째 현장경영 나선 이재용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직접 사업현장을 누비며 혁신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다. 25일 오전에는 경기 수원시에 위치한 삼성종합기술원을 찾아 신기술 개발전략을 살펴보며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미래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에만 벌써 6번째 현장경영이자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2월 이후 4번째 위기 극복을 위한 행보다.

이 부회장은 이날 차세대 미래기술 전략을 점검하기 위한 간담회에서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 및 소프트웨어 알고리즘과 양자 컴퓨팅 기술뿐 아니라 지난해 설립한 종합기술원 내 미세먼지연구소의 연구 성과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장(부회장), 황성우 삼성종합기술원장(사장), 강호규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장, 곽진오 삼성디스플레이 연구소장 등이 배석했다.

이 부회장은 미래를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국민의 성원에 우리가 보답할 수 있는 길은 혁신이다. 한계에 부딪혔다 생각될 때 다시 한 번 힘을 내 벽을 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로 삼성 차세대 기술 혁신 현장을 찾고 있다. 지난달 20일에는 경기 화성시에 있는 사업장을 찾아 삼성 반도체 초격차 공정의 핵심으로 불리는 극자외선(EUV) 라인을 둘러봤고, 이달 19일에는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을 찾아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양자점(QD) 디스플레이 투자 현황을 살펴봤다. 이달 3일에는 확진자가 발생한 경북 구미시 사업장을 찾아 불안해하는 직원들을 격려했다.


○ 최태원 회장 “새로운 안전망 짜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생존전략뿐 아니라 사회적 안전망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23일, 24일 이틀 연속으로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진과 화상회의를 진행한 최 회장은 “‘잘 버텨 보자’는 식의 태도를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씨줄과 날줄로 안전망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후 그룹 차원의 경영전략과 관련해 최 회장이 공개적으로 메시지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이날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과거에는 경험하지 못한 위협이 재발할 수 있다고 진단하고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또 “어려운 시기일수록 소외된 조직이나 구성원이 나오지 않도록 기업이 더 단단하고 체계적인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모든 관계사가 기존 관행과 시스템을 원점에서 냉정하게 재검토하자”고 강조했다. SK그룹은 지난달 25일부터 필수 인력을 제외한 임직원들에게 재택근무 조치를 했고 최 회장도 주로 집에서 업무를 보면서 화상으로 업무보고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의 각 계열사가 주도적으로 생존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문도 했다. 최 회장은 “관계사들은 각자 생존을 위한 자원과 역량 확보는 물론이고 외부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는 데 힘써야 할 것”이라며 “우리는 여러 위기를 극복한 유전자가 있는 만큼 희망과 패기를 갖고 맞서자”고 독려했다.


○ 신동빈 회장 “포스트 코로나19도 준비”

출장차 일본에 체류 중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4일 비상경영회의를 열었다. 현지에서 긴급 화상회의를 요청할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의미였다. 신 회장은 롯데지주 임원 및 사업부문(BU)장 등에게 “현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룹 전 계열사들이 국내외 상황을 지속적으로 체크하고 사업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신 회장은 “지금도 위기이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후가 더 중요하다”며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위기 상황이 예상되는 만큼 비즈니스 전략을 효과적으로 변화시켜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안정적인 근무 환경을 조성해 달라고도 했다. 신 회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직원들이 본인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직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신 회장이 코로나19 사태 이후까지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향후 유통, 관광 등 주력 사업군의 패러다임 변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롯데는 2·3분기(4∼9월) 경영 계획도 재검토하며 여러 개의 시나리오를 짜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라는 신 회장 지시가 있었다. 비용을 줄일 곳은 더욱 철저히 줄이는 한편 인수합병(M&A)을 단행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지민구·신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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