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서 10분만에 장보기는 처음이네요”…마트 新풍속도 ‘짧고 굵게’

뉴스1

입력 2020-02-27 09:34 수정 2020-02-27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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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에서 일부 인기 제품은 진열된 상품이 모두 판매돼 매대가 비어 있다. /.© 뉴스1
이날 대형마트에선 대중성이 높은 신라면·진라면은 품절됐다. © 뉴스1

“휴대폰에 필요한 것 적어 왔어요. 딱 이것만 사고 나가는 길이에요. 마트 와서 이렇게 빨리 장 본 적은 처음입니다. 10분도 안 걸린 것 같아요.” (40대 여성 A씨)

지난 2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오후 7시가 넘긴 시각, 마트에서 만난 40대 여성의 말이다. 그는 사람이 북적거리는 장소에 머무는 것이 두렵다고 했다. 온라인 배송 지연으로 마트를 어쩔 수 없이 찾았지만 체류 시간을 최대한 줄였다. 그의 양손 장바구니엔 라면과 우유가 가득했다.

‘코로나 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마트의 장보기 문화도 달라지고 있다. 여유 있게 둘러보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물건만 ‘싹쓸이’ 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온라인 품절 사태로 마트를 안 갈 수는 없지만 머무는 시간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다. 마트 방문을 줄이기 위해 라면이나 생수, 계란, 우유 등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것도 신풍속도다.

◇ 필요한 물품만…마트 내 이동 최소화 “시식 코너도 생략”

이날 찾은 마트는 한산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사람들이 많은 밀폐 공간을 꺼리기 때문이다. 퇴근 이후 가족끼리 장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 마트 직원은 “평소라면 퇴근 후 장 보러 나오는 손님으로 가득 찰 시간”이라며 “코로나19 사망자 소식 이후 손님이 60∼70% 정도 줄어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손님들의 장보기 속도는 얼핏 보기에도 굉장히 빨랐다. 불필요한 동선과 움직임은 최소화했다. 몇몇 여성은 휴대폰에 적은 메모를 보며 식료품을 샀다. 당장 필요한 제품만 구입하고 매장을 빨리 떠나기 위해서다.

한 여성은 “유통 기한이 짧은 우유와 고기를 사러 왔다”며 “시식코너도 다 생략하고 가족이 필요하다고 요구한 것만 샀다”고 말하며 마트를 떴다.

매장 2층으로 올라서자 라면·즉석밥·햄 재고엔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일부 제품 판매대엔 ‘품절’이라는 공지가 걸려 있었다. 평소 인기가 높아 재고가 넉넉할 것으로 예상한 진라면·신라면(건면)·햇반 등은 판매가 끝나 있었다.

마트 직원은 “일부 제품 판매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진열에 어려움이 있다”며 “코로나 사태 이전엔 신라면이나 햇반이 동나는 날이 있었던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 재택근무+어린이집 휴원 겹쳐…식료품 대량 구매 이어져

이처럼 인기 품목이 품절되는 것은 최근 기업이 재택근무를 권장하면서 가족 구성원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어린이집 휴원이 겹친 것도 식료품을 대량 구매하는 이유다. 집에서 육아와 업무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한 30대 여성은 “재택근무가 시작돼 식료품 구매가 2배 정도 늘었다”며 “아이들 식사와 간식까지 챙겨야 하는데 또 마트를 찾기는 부담스럽다”고 대량구매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확진자 확산으로 일부 지역에서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면서 심리적인 동요도 엿보였다. 한 30대 여성은 “라면과 즉석밥은 집에 있어야 할 것 같아 구매했다”며 “회사 동료나 가족 모두가 비치 식량을 걱정하고 있어 일단 사게 됐다”고 전했다.

대형마트도 온라인 주문 폭주와 오프라인 일부 제품 사재기 대응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일부 온라인몰에선 4∼5일 치 배송이 마감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SSG닷컴은 새벽 배송 처리물량을 50% 늘렸고, 홈플러스는 배송 차량을 15%가량 늘리며 대응하고 있지만 늘어나는 온라인 주문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주문·구매가 단기간에 몰리면서 온·오프라인 재고 관리에 어려움이 많다”며 “일시적인 주문 쏠림에 맞춰 재고를 갑자기 늘릴 수도 없어서 난감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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