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구하기 나선 직원들… 자발적 ‘한진칼 주식 사기 운동’ 전개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입력 2020-02-24 16:51 수정 2020-02-24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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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사모펀드에 넘어갈 수 있다는 위기감 고조
‘3자 연합’ 공세 속 직원 중심으로 내부 결속 다져


한진그룹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반도건설, 사모펀드 KCGI 등 이른바 ‘조현아 3자 연합’과 경영권 분쟁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한진그룹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행동에 나섰다. ‘한진칼 주식 사기 운동’을 전개한 것.

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대한항공 사내게시판에 ‘한진칼 주식 10주 사기 운동 제안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 우호 지분 비율(38.26%)과 조현아 3자 연합 비율(37.08%)을 제시하며 회사가 투기세력에게 넘어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작성자는 직원들이 직접 한진칼 주식 10주씩 사서 3자 연합 세력의 공세를 막는데 보탬이 되자고 제안했다.

작성자는 “3자 연합이 적당히 차익이나 챙겨서 나가려는 그저 그런 투기꾼들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그런 정도가 아니다”며 “지속적으로 한진칼 주식을 사 모으고 있다는데 이러다 회사가 넘어갈 것 같다”고 했다.

최근 강성부 KCGI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내용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글 작성자는 “KCGI가 악의적으로 만든 자료로 조원태 회장을 무능한 인물로 몰아가고 원색적으로 인신 공격성 발언을 했다”며 “최근 항공사 업황 나쁜 이야기는 쏙 빼고 우리가(한진그룹 임직원들이) 못해서 이익을 잘 내지 못한다는 식으로 발표했는데 우리가 왜 투기꾼들에게 그런 소리를 들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오로지 차익실현이 목적인 투기세력, 유휴자금 활용처를 찾던 건설사, 상속세도 못 낼 형편이었던 전 임원. 이들의 공통분모는 그저 돈일 뿐”이라며 “돈이면 다 된다는 사고방식을 가진 이들이 회사에 온다면 이익을 위해 사람을 자르고 투자를 줄이고 미래 준비고 뭐고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작성자는 “없는 형편이지만 나부터 당장 좀 사려고 한다”며 “한 방울의 물이 모여 강물을 이루는 것처럼 큰 힘이 된다는 걸 한 번 보여주자”고 말했다. 이어 “IMF 당시 금 모으기 운동으로 나라 구하기에 동참했던 것처럼 직원들도 (회사 구하기를) 한 번 해보자”고 했다.
이 글은 대한항공 직원들로부터 많은 공감을 얻으며 긍정적인 댓글이 꾸준히 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직원은 댓글로 “정말 회사를 위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떠올려보면 답은 정해져 있다”며 “회사가 어려울 때 힘을 보태는 것 역시 너무나 당연하다. 우리 모두 동참해서 더 나은 회사를 함께 만들어가자”고 전했다. 주식 사기 운동에 동참한다는 댓글도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한 직원은 “바로 20주 샀다”며 “가지고 있던 주식까지 합하면 72주로 티끌 같은 양이지만 회사를 지킨다는 의지다”고 댓글을 달았다. 또한 주식 50주, 100주, 300주를 사 동참한다는 댓글도 이어졌다.

강성부 KCGI 대표가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석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가운데 한진그룹은 자연스럽게 내부 결속이 다져지는 분위기다. 3자 연합 측이 조원태 체제를 강도 높게 비난했지만 대한항공과 한진, 한국공항 등 그룹 내 주요 노동조합을 비롯해 한진그룹 전직임원회는 3자 연합의 행보를 비판하며 조원태 회장 등 현 경영진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특히 3자 연합이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 후보로 내세운 김치훈 전 한국공항 상무도 조원태 회장을 지지한다며 이사 후보에서 사퇴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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