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영업점 판매정지, 전 은행권으로 확대될까

뉴시스

입력 2020-01-23 15:45 수정 2020-01-23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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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650여개 영업점 미스터리 쇼핑
판매절차 미준수 시 1개월 판매 정지
은행권 "고객 보호 방안으로 긍정적"
"영업 정지까진 지나쳐…직원들 부담"



 신한은행이 불완전 판매가 확인될 경우 한 달간 투자상품 판매를 정지하는 제도를 도입해 눈길을 끈다. 시중은행 중에는 처음이다. 소비자 보호가 강화되는 추세에 발 맞춰 다른 은행들도 이같은 대열에 동참할 지 주목된다.

23일 신한은행에 따르면 지난 21일 발표한 ‘투자상품 판매정지 제도’ 시행으로 3월께 판매정지 영업점 1호가 나올 예정이다. 미스터리 쇼핑을 거쳐 판매 정지 영업점으로 선정되면 1개월간 투자상품을 판매할 수 없고, 담당 직원들은 판매 절차, 상품 정보에 대한 교육을 다시 이수해야 한다.

이번 제도는 전국 880개 신한은행 영업점 가운데 규모가 작은 출장소 등을 제외한 650여개 영업점 전체가 대상이다. 공정한 검사를 위해 외부 업체 소속 미스터리 쇼퍼가 2월 중으로 각 영업점을 방문해 1차 미스터리 쇼핑이 이뤄진다.

이후 재실시 영업점을 상대로 2차 미스터리 쇼핑을 시행한 뒤 3월 중으로 판매 정지 영업점이 추려진다. 불완전 판매 여부를 가리는 기준은 기존의 금융당국 평가기준과 비슷하게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목마다 배정된 점수가 있고 일정 점수를 넘기지 못하면 2차 미스터리 쇼핑 대상, 판매 정지 영업점 대상으로 선정되는 식이다.

신한은행이 이번 시도로 기대하는 바는 판매 정지 영업점이 한 곳도 안 나오는 것이다. 제도 도입까지 내부에서도 찬반 의견이 분분했다고 한다. 철저하게 손익을 계산하는 영업점에서 한 달간 투자상품 판매를 못하는 건 지나치고, 직원들의 스트레스가 커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런 논의를 거치고도 도입하기로 결정한 것은 진옥동 은행장이 취임초부터 강조한 ‘고객 중심’ 취지에 따른 것이다. 진 은행장은 올해 새로운 성과평가체계인 ‘같이 성장(Value up together) 평가 제도’를 도입해 영업점 평가체계 전반을 고객 관점에서 다시 설계했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잇따른 불완전 판매 논란으로 고객 신뢰 회복, 소비자 보호가 최우선 가치로 부상했다.내부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앞다퉈 다각도의 시도를 하고 있다.
은행권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확대까지는 신중한 모습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신한은행이 새로운 시도를 한다고 봤다. 요새 고객 보호를 핵심성과지표(KPI)에 반영하는 은행이 늘었는데 그런 연장선이 아닐까 싶다”면서도 “1개월이나 영업정지를 하겠다는 건 강수로 보이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선취 수수료 같은 단기 수익에 너무 연연하면 안 된다는 걸 이번에 아주 절실하게 깨닫지 않았나 싶다”며 “(신한은행의 시도는) 소비자 측면에서도 긍정적이지만, 상품 판매 직원 의식도 전환돼 우리 금융이 한 단계 더 올라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직원들이 위축될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문제가 된 건 소수의 사례인데, 결과적으로 전체 영업점이 미스터리 쇼핑 대상에 오르게 됐기 때문이다. 영업 정지라는 금감원의 행정절차를 은행 내부에서 시행할 필요가 있냐는 반응도 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판매 프로세스가 정착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직원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언급했다.

시중은행들은 내부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다각도의 시도를 하고 있다. 투자상품 출시까지의 과정이 촘촘해지고, 소비자 보호 부서를 기존보다 확대하는 식이다.

KB국민은행의 경우 대고객 자산관리 서비스 강화를 위해 WM·신탁 부서를 재편했고, 소비자 보호와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ESG_ 이행 기능을 강화했다. NH농협은행은 올해부터 독립된 금융소비자총괄책임자(CCO)를 선임하고, 금융소비자보호협의회의 권한 강화와 함께 기능을 확대했다.

하나은행도 신설된 투자상품서비스(IPS)본부 내에 투자전략부와 IPS부, 손님투자분석센터를 두고 사전·사후 모니터링 강화를 통해 리스크관리 역량을 강화하도록 했다. 또 이달부터 투자상품 리콜제(책임판매제도)를 도입해 불완전판매로 인정되면 투자상품 원금을 배상한다.

우리은행은 펀드, 신탁, 방카, 퇴직연금 등 상품군 별로 연 1회 미스터리 쇼핑을 실시하고 있다. 전문 미스터리쇼퍼를 둔 외부업체가 영업점을 방문하기 때문에 신한은행과 비슷한 방식이지만, 영업 정지까지는 이뤄지지 않는다. 소비자 보호가 미흡한 영업점을 재방문해 점검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나쁜 은행이라고 자꾸 낙인이 찍히는 상황이라 꾸준히 ‘소비자 보호’ 방안을 내놓아야 하는 압박감이 있다”며 “지금은 신뢰 회복이 중요하기 때문에 과거처럼 다른 은행을 깎아내리는 방법으로 자사 은행을 돋보이게 하려는 시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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