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고용 V자형 반등?’…덩치만 키웠지 속은 부실

뉴시스

입력 2020-01-16 10:21:00 수정 2020-01-16 11:4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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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취업자 28년 만에 가장 큰 폭 감소…제조업 어려움 지속
초단시간 근로자 역대 최대폭↑…직원둔 자영업자는 크게 줄어
전문가들 "기저효과로 숫자 늘려…고용 시장 개선 판단 일러"
3월까지 40대 대상 종합 대책…인구변화 반영 고용지표 개발



지난해 3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새롭게 직장을 얻었다는 통계를 두고 정부는 고용 회복세가 확실하게 나타났다고 자평했다. 고용 참사가 나타났던 2018년 이후 1년 만에 나타난 변화다. 그러나 규모 속에 담긴 내용을 보면 고용 상황이 나아졌다고 단순하게 판단하긴 어렵다.

정부가 노인 일자리를 늘리면서 60세 이상 취업자는 많이 늘었지만, 부진한 경기 탓에 40대와 제조업 고용 지표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직원을 둔 자영업자 규모가 역대 가장 큰 규모로 줄었고, 취업 시장에 참여하지 않은 비경제활동인구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표별로 명암 뚜렷…'40대·제조업' 어려움 지속

통계청이 지난 15일 발표한 '2019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해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30만1000명 늘었다. 12월 한 달에만 51만6000명이 증가하면서 정부가 당초 목표했던 수준(20만 명)을 훌쩍 넘었다. 정부의 재정 일자리 사업과 더불어 2018년 대비 기저효과가 주된 요인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2018년 연간 취업자 수는 9만7000명에 불과해 '고용 참사'가 벌어졌다는 평가가 나왔었다.


정부는 취업자 수와 함께 고용률, 실업자 수 등 고용과 관련된 3대 지표들이 모두 호전된 것을 두고 "양적·질적으로 뚜렷한 개선 흐름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60.9%로 1997년(60.9%) 이후 최고치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66.8%로 집계를 시작한 1989년(60.6%) 이후 가장 높았다. 2014년부터 지속해서 늘어나던 실업자 수는 6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15~29세 청년 실업률은 8.9%로, 2013년(8.0%) 이후 6년 만에 8%대로 내려앉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자리 중심 국정 운영의 성과가 가시화됐다"며 "양적 측면에서 V자형 반등에 성공했다"고 했다. 특히 노동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과 여성, 고령층이 회복세를 주도했다는 평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에 1000명, 2018년에 3000명 감소했던 청년층 취업자 수는 지난해 4만1000명 증가했다. 고용률 역시 2006년(43.8%)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43.5%를 나타냈다. 여성과 65세 이상 고령층 고용률은 역대 최고치였다.

특히 60세 이상 취업자는 한 해 동안 37만7000명이 늘었는데, 집계 이래 역대 가장 많은 규모다. 은순현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지난해 11월까지 예정돼 있던 정부의 재정 일자리 사업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통해 12월까지로 연장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12월 취업자 수 증가 폭은 2014년 8월(67만 명) 이후 5년 4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산업별로 보면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17만8000명)에서 가장 많이 늘었고, 숙박 및 음식점업(10만명), 예술·스포츠 및 여가관련서비스업(8만8000명) 등에서 증가세가 뚜렷했다.

지표를 좀 더 뜯어보면 명과 암이 선명하다. 가장 주된 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는 40대 취업자는 16만2000명 줄었는데, 1991년(-26만6000명) 이래 28년 만에 감소폭이 가장 컸다. 12월에도 9만1000명이 줄어서 2015년 11월부터 49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7년 10월부터 2년 넘게 줄고 있던 30대 취업자 수는 12월에 2000명 늘며 소폭 반등했지만, 연간으로 보면 5만3000명이 줄어 감소폭이 1년 전(-6만1000명)과 맞먹는다. 30대와 40대 취업자 수는 각각 7년째, 5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산업별로 보면 지난해 부진했던 수출과 연관이 큰 제조업에서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제조업 취업자는 전년 대비 8만1000명 줄어 1년 전(-5만6000명)보다 감소폭이 더 커졌다. 10차 산업 분류가 끝난 2013년 이래 가장 많은 수준이다.

다만 월 기준 감소 규모는 지난해 1월 17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제조업 취업자 수의 내림세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4월부터인데, 이때 이후로 지난해 12월(-1만5000명)에 감소폭이 가장 작았다.

건설투자가 부진하면서 건설업에서도 취업자 수가 전년 대비 1만5000명 줄었다. 2013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월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9월부터 4개월 연속 감소했다. 도·소매업에서도 지난해 6월부터 감소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연간 기준으로도 7만2000명이 줄어든 2018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6만 명이 감소했다.

주당 취업 시간이 17시간을 넘지 않는 초단시간 근로자도 눈에 띄게 늘었다. 1~17시간 취업자는 지난해 19만2000명 늘었는데,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89년 이후 가장 큰 수치다.

은 국장은 "정부의 일자리 사업 규모가 2018년 대비 10만명 정도 더 늘었던 것과 함께 숙박·음식점업에서 많이 늘었다"며 "주 52시간제 등 다른 정부 정책과 함께 고용 시장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기재부에 따르면 OECD 내 최고 수준이었던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2016년 2033시간에서 2017년 1996시간, 2018년 1967시간, 2019년(1~10월) 1951시간으로 매년 감소했다.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우리나라를 덮쳤던 1998년(-24만7000명) 이후 가장 많은 11만4000명이 감소했다. 이 지표는 지난해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고용의 질이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의 근거로 제시했던 수치다. 최저임금이 두 해 연속 두 자릿수 인상률로 오르면서 자영업자들에게 인건비 부담이 비교적 크게 느껴졌던 것으로 풀이된다.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 규모는 1631만8000명으로 2000년 집계 이래 가장 컸다. 육아나 가사, 재학·수강, 연로, 심신 장애 등 별다른 사유 없이 그냥 쉰 것으로 조사된 규모가 209만2000명으로 역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쉬었음' 인구가 200만명을 넘긴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은 국장은 "경제활동인구에서 비경제활동인구로 넘어가는 경우 여성보다 남성에서 쉬었음 인구가 더 많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지난해 비경제활동인구는 여성에서 7만 명 줄었지만, 남성에선 10만 명이 증가했다.


◇"고용 지표 자평 일러"…인구 감소 대응 고민도 필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일자리 정책이 성과를 냈다고 자평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지표는 지난해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 덕이 컸다"며 "정부가 세금을 들여 마련한 일자리로 전체 취업자 수가 늘어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순 없다"고 했다.

박 교수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임시방편적 일자리는 외환위기 때나 만들었던 것"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위기를 만든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도 "40대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들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총 규모를 두고 고용 시장이 나아졌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 짚으면서 "고용 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좋은 방향, 즉 시장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우선 오는 3월까지 40대 고용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퇴직·구직자에 대해 전수조사에 준하는 분석을 거쳐 ▲직업훈련·교육 및 생계비 지원 ▲신속한 일자리 매칭 방안 ▲40대 맞춤 창업 지원 방안 ▲산업·지역과 40대 고용 연계 강화 방안 등을 골자로 하는 맞춤형 종합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창업과 관련해서는 20~30대보다 경험이 많은 40대에서 성공률이 더 높다는 판단에서 역량을 더욱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노인 대상 직접 일자리 사업도 계속해서 진행된다. 기재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66세 이상 기준)은 44.0%로 OECD 평균(17.1%)을 크게 웃돈다. 연금 제도가 성숙되지 못한 데다 개인들의 노후 준비가 미흡한 상황이어서 재정 일자리를 통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청년내일채움공제, 청년구직활동지원금 등 청년층 대상 지원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플랫폼 노동 등 비전형 근로자와 특수형태 근로종사자, 단시간 근로자 등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에 대한 대응 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하지만 당장 고용 시장에 가장 큰 리스크로 작용할 문제는 인구 구조 변화다. 1990년대 54만9000명에 이르던 연평균 인구(15세 이상) 증가 규모는 2000년대 들어와 45만4000명, 2010~2018년 43만1000명까지 줄었고, 지난해에는 32만2000명에 그쳤다.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지난해(-5만6000명)부터 줄어들기 시작해 올해 23만1000명까지 감소폭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 증가에 따라 자연스럽게 취업자도 늘어나는 과거의 공식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라 올해 인구가 20만9000명 늘어나고, 고용률이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올해 취업자 증가 폭은 12만7000명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기재부는 "인구 둔화 가속화와 더불어 산업·일자리 구조 변화 등으로 향후 고용 여건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기술 발전으로 인한 자동화와 무인화, 인공지능(AI)의 등장 등으로 '고용 없는 성장'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부는 고용 창출력이 낮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과 신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2017년 기준 제조업 평균 취업유발계수는 10억원당 7.8명인 반면 서비스업은 14.0명으로 비교적 높다.

홍 부총리는 "규제 완화와 과감한 투자를 통해 의료·바이오 등 서비스업 분야, 제조-서비스업 융합 분야, 신산업 등을 육성해 나가야 한다"며 "민간에서 새로운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정책을 촘촘히 설계하고 집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인구 변화를 반영해 고용 시장을 더욱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 고용률(생산가능인구/취업자 수) 중심으로 지표를 전환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절대 인구가 지속해서 줄고 있는 가운데 취업자 수의 1년 전 대비 증감은 시장의 단면만을 보여준다는 판단에서다.

홍 부총리는 "연령별로 인구 구조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정확히 반영할 수 있는 지표가 필요하다"며 "보완 작업을 마친 후 마무리 되는대로 공개하겠다"고 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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