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때 ‘날개’ 달고 재계 7위…중견 밀려난 금호 ‘영욕 70년’

뉴스1

입력 2019-11-12 15:11:00 수정 2019-11-12 15: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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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일환 디자이너© News1

‘호남 최대 기업’.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대표하던 말이다.

그러나 그룹 주력이던 아시아나항공을 현대산업개발에 넘겨줌에 따라 한때 재계 7위에 이름을 올렸던 금호그룹은 60위권 밖 중견기업으로 주저앉는다. 이제 아시아나를 뺀 금호그룹으로 불러야 한다. 말 그대로 영욕의 세월이다.

금호그룹 전신은 1946년 설립된 광주택시다. 고(故)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 회장은 미국산 택시 2대로 운송업을 시작했고 1948년 광주여객(금호고속)으로 사명을 변경한 뒤 삼양타이어공업(금호타이어·1960년), 한국합성고무공업(금호석유화학·1971년)을 설립하며 그룹을 키워나갔다.


금호그룹의 눈부신 성장은 박인천 회장 장남인 고 박성용 회장이 발판을 마련했다. 5공화국 시절 항공업 시작을 주도한 박성용 회장은 제2민항 사업자를 획득하고 1988년 서울항공을 설립했다. 취항을 앞두고 같은해 아시아나항공으로 사명을 변경한 박성용 회장은 운송의 꽃으로 여겨지는 항공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LCC보다 규모가 작았던 아시아나항공은 정부의 복수 민항기 경쟁 체제를 발판삼아 사세를 급격히 키웠다. 1990년대 배턴을 이어받은 박삼구 전 회장이 국제선 운항에 뛰어들었고 아시아나항공은 그룹 주력으로 성장했다.

승승장구를 거듭하던 금호그룹 성장에 제동이 걸린 것은 2000년대 중반이다. 아시아나를 주력으로 삼아 그룹을 공격적으로 키운 박삼구 전 회장은 기업 M&A로 재계 순위를 한번에 끌어올릴 계획을 세웠다. 이는 대우건설(2006년), 대한통운(2008년) 인수로 이어졌다.

몸집이 큰 기업들의 무리한 인수는 그룹 유동성 악화를 부채질했다. 특히 대우건설 인수 당시 박삼구 전 회장이 전략적으로 선택한 풋백옵션 카드가 아킬레스건이 됐다.

당시 대우건설 지분 인수주체로 나선 금호산업은 이 회사 주식 72.19%를 사들였고 실탄이 부족하자 박삼구 전 회장은 풋백옵션을 조건으로 투자자들에게서 3조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했다.

이 과정에서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등을 돌렸다. 2008년 금융위기로 대우건설 주가마저 급락하며 금호산업은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주당 1만4000원에 불과했던 대우건설 주식을 2만6000원에 매입한 박삼구 전 회장 오판이 위기의 원인이 됐다. 대우건설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판단에 내건 풋백옵션이 독이 된 것이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로 재계 순위 7위까지 올랐던 금호그룹은 얼마 되지 않아 해체에 가까운 상태에 놓인다. 그룹 계열사로 대우건설 인수에 참여했던 금호타이어는 무리한 회사채 발행 부담에 2009년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10년가량 경영난을 겪다 지난해 중국 기업인 더블스타에 매각됐다.
그래픽=김일환 디자이너© News1

그룹 재건을 목표로 했던 박삼구 전 회장은 채권단 관리를 받던 금호산업을 가까스로 되찾았으나 이때도 무리하게 계열사를 동원하며 위기를 자초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박삼구 전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를 위해 2015년 설립한 금호기업에 보유 중이던 금호터미널 지분을 매각하는 등 자금 지원에 동원됐다. 이후 재무 체력이 약화되자 지난해 주채권자인 산업은행과 재무개선약정을 맺은 뒤 회생을 도모했다. 하지만 올해 초 회계감사 사태가 불거지며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급락했고 채무 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놓이게 된다.

박삼구 전 회장의 경영퇴진과 매각 결정으로 간판을 떼야할 처지에서는 벗어났으나 금호그룹에는 건설과 버스 운송사업 정도만 남게 됐다. 그룹 총 자산의 60%가량을 차지하던 아시아나항공이 빠지면 금호그룹은 자산 규모 5조원 이하 규모의 중견기업으로 쪼그라든다. 공시대상기업집단 기준(5조원)에도 못 미치는 것은 물론 재계 순위 60위권 기업보다 자산규모가 작다.

경제계 관계자는 “아시아나 인수우선협상자인 현대산업개발도 금호산업이 보유 중인 구주의 가치를 4000억원 미만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그룹 재건에 사용하기에 턱없이 부족한데다 낮은 구주가격 기저에는 박삼구 전 회장의 경영실패 책임이 깔려 있어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 행보에 제약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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