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석유화학 이어… 수소에너지도 한국과 협력”

황태호 기자

입력 2019-06-26 03:00 수정 2019-06-26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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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석유제국’ 아람코, 아민 나세르 CEO 인터뷰

아민 나세르 아람코 최고경영자(CEO·오른쪽)가 후세인 알 카타니 에쓰오일 CEO(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과 울산 에쓰오일 사업장을 둘러보고 있다. 아람코 제공
‘석유 제국’ ‘사우디 최강병기’….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에 붙은 별명이다. 그간 베일에 싸여 있던 이 회사는 지난달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의 공증 과정에서 80여 년 만에 처음 2240억 달러(약 257조6000억 원·2018년 기준)의 연간 영업이익을 공개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2, 3위 석유업체인 로열더치셀(533억 달러)과 엑손모빌(404억 달러)의 영업이익을 합친 것보다 배 이상으로 크다.

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 아민 나세르 아람코 최고경영자(CEO)를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아람코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26일 예정된 에쓰오일 석유화학 프로젝트의 준공식에 참석하고 국내 기업들과 다양한 협력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방한했다. 1982년 아람코에 기술자로 입사한 그는 2015년 9월부터 아람코의 수장을 맡고 있다. 세계 원유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사우디의 산업에너지·광물부(옛 석유부)장관 차기 후보이기도 하다. 칼리드 알 팔리 장관이 직전 CEO였다.

‘경악할 만한’ 규모의 돈을 매년 벌어온 아람코는 최근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본업인 원유 생산에 이어 정유, 석유화학 등의 분야에 대거 투자하며 빠르게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지속되는 저유가와 기후변화에 대한 경계심 고조 등으로 수익성이 위협받는 데 대한 대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나세르 CEO는 이 같은 변화의 최일선에 서 있다.

나세르 CEO는 “아람코는 원유 생산에서는 세계 최대 기업이지만 정제, 석유화학 분야에선 상대적으로 강하지 않다”며 “정유, 석유화학 사업은 여전히 잠재력이 크고 궁극적으로 수익성을 더 강화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기름을 팔기만 하는 사업에서 벗어나 ‘가공상품’도 직접 만들겠다는 것이다.

한국은 이 같은 신사업을 위한 주요 투자처 중 한 곳이다. 아람코는 1991년 당시 쌍용정유(현 에쓰오일)의 지분 17%를 매입하며 한국 정유시장에 발을 들였다. 이후 에쓰오일의 지분 63%를 가진 모회사가 됐다. 하루 66만9000배럴의 원유를 정제하는 에쓰오일은 아람코가 보유한 정제공장 중 규모가 가장 크다. 26일 준공식을 여는 에쓰오일 석유화학설비에는 총 40억 달러(약 4조6000억 원)가 투자됐다. 이 행사에는 나세르 CEO와 함께 아람코의 사실상 소유주인 사우디 정권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도 참석할 예정이다.

올해 4월에는 현대오일뱅크의 지분 17%를 1조4000억 원에 매입하는 등 한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나세르 CEO는 “우수한 시설, 인재와 연구개발(R&D) 인프라를 보유한 한국은 매력적인 투자처”라며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는 정유, 석유화학사업의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아람코는 한국 내 새로운 투자처도 물색하고 있다. 수소경제가 대표적이다. 이달 사우디 다란 테크노밸리에 첫 수소충전소 시범 가동을 시작한 데 이어 현대자동차와도 수소경제 전반에 대해 협력할 계획이다. 그는 “현대차는 자동차기업으로서 수소에너지에 가장 앞서 있는 기업”이라며 “아람코는 내연기관의 효율성을 높이고 친환경적인 에너지원을 만드는 데 관심이 많고, 특히 수소는 원유로부터 추출할 수 있어 우리에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중동 석유산업의 위협요소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걸프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국과 이란 간 충돌에 대해 “과거 걸프전도 있었다. 고객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컨틴전시플랜(contingency plan)이 충분히 갖춰져 있다”고 했다. ‘석유패권’을 위협하는 셰일혁명에 대해서는 “늘어나는 생산량이 매우 놀랍고, 사우디도 주목하고 있다”면서도 “앞으로 생산량을 더 늘리려면 원유산업에 비해선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은 원유가 투자 대비 수익 측면에서 앞선다는 얘기다. 아람코는 최근 미국 셰일가스 개발사에도 투자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주목하고 있는 기업공개(IPO)에 대해선 “시간과 장소는 주주(사우디 정부)가 결정할 일”이라며 “회사는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최근 무함마드 왕세자는 외신 인터뷰에서 “2020∼2021년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장에 나오는 지분은 약 5%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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