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유전자 변이,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6배 많아”

조건희 기자

입력 2019-06-18 03:00:00 수정 2019-06-18 11:4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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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이제는 OUT!]
기관지 유전자 변형 많은 흡연자, 폐섬유화-암 전이 가능성 커


전자담배를 피운 사람은 일반 담배 흡연자보다 기관지 유전자가 6배나 더 많이 변이됐다는 해외 대학 연구팀의 실험 결과가 국내에 공개됐다. 기관지 세포의 유전자 변이는 폐섬유화 등 기관지 질환을 일으키거나 폐의 암세포가 다른 장기로 전이되도록 만드는 주요 원인이다.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몸에 덜 해롭다는 통념을 깨는 결과다.

최혜숙 경희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최근 보건복지부 주최로 열린 ‘세계 금연의 날 학술포럼’에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연구진이 미국생리학회지에 게재한 논문을 소개했다. 연구진은 2016년 일반 담배와 액상형 전자담배를 각각 6개월 이상 사용한 흡연자의 기관지 상피 세포를 채취해 비흡연자의 것과 비교했다. 일반 담배 흡연자의 하루 평균 흡연량은 12개비(약 144회 흡입)였고, 전자담배 사용자의 흡입 횟수는 평균 200회였다. 두 종류의 담배를 동시에 사용한 사람은 실험에서 제외했다.

그 결과 일반 담배 흡연자의 기관지에선 변형된 유전자가 총 53개 발견된 반면 전자담배 사용자의 것에선 358개가 발견됐다. 이 유전자를 ‘발현량 분석기법(FC)’으로 비교해보니 전자담배 사용자 측은 유전자의 변형 정도가 일반 담배 흡연자에 비해 낮게는 1.2배에서 높게는 3배 더 심했다.

가장 심하게 변형된 유전자는 우리 몸에서 암을 억제하는 ‘EGR-1’이었다. 전자담배를 피운 사람의 폐와 후두에서 유전자 변이가 폭넓게 나타났을 뿐 아니라 그 수준마저 더 심했다는 뜻이다. 어떤 담배든 하루 평균 사용량이 많을수록 유전자 변이는 더 강하게 나타났다.

이는 ‘담뱃잎을 불로 태운 일반 담배 연기보다 니코틴 용액을 끓인 전자담배의 증기가 덜 해로울 것’이라는 상당수 흡연자의 생각과 다른 결과다. 전문가들은 니코틴 용액이 기화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유해물질이 생성되기 때문으로 추정한다. 니코틴 용액을 니켈 등 유해물질로 도금한 코일로 가열하는 과정에서 중금속이 섞이고, 가열 후 증기가 차가운 공기와 만나 응축하면서 몸에 나쁜 물질의 농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전자담배가 인기를 끈 지 10여 년밖에 되지 않아 이를 장기간 사용할 경우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아직까지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 교수는 “‘끊기 힘들면 차라리 전자담배를 피우라’는 일부 전자담배 업체의 마케팅에 넘어갔다가 20년 뒤 어떤 부작용을 겪게 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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