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통신위성기술 代 끊길 위기”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19-06-17 03:00:00 수정 2019-06-17 03:00: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염인복 ETRI 위성기술연구그룹장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전 세계를 초고속 인터넷망으로 묶는 거대한 실험에 착수했다. ‘스타링크’로 불리는 이 서비스는 위성 1만 개 이상을 지구 저궤도에 올려 전파가 닿지 않는 남극이나 사막은 물론이고 운항 중인 항공기, 선박에서도 인터넷 통신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마존과 원웹도 수년 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통신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한국은 세계 최초로 5세대(5G) 이동통신을 시작한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으로 분류되지만 이처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까지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염인복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위성기술연구그룹장(사진)은 “ICT 강국이라 자부하는 한국에서 의외로 소외된 분야가 통신위성”이라며 “통신위성 개발을 포기하면 우주의 ‘위성 영토’를 잃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염 그룹장은 1990년부터 한국 통신위성의 탑재체 기술을 연구해 온 이 분야 대표적인 국내 연구자이다. 통신해양기상위성 ‘천리안 1호’의 통신 탑재체를 개발할 때부터 참여해 지금까지 한 우물만 팠다. 그는 11일 대전 ETRI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통신위성 분야 국가 연구개발(R&D) 과제도 거의 없는 현실이어서 치열한 통신위성 운영 궤도 및 주파수 확보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염 그룹장은 “한반도 3만6000km 상공에 위치한 통신해양기상위성 천리안 1호의 후속인 천리안 2A, 2B만 봐도 통신위성에 대한 한국의 무관심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두 위성은 천리안 1호의 세 가지 임무 가운데 기상(2A)과 해양·환경 관측(2B) 기능을 각각 물려받았다. 하지만 통신위성은 없다. 염 그룹장은 “천리안 1호의 통신 탑재체를 자체 개발하면서 당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했지만, 이후 후속 연구과제가 없어 30∼40명에 이르던 연구팀이 대학 등으로 뿔뿔이 흩어진 상태”라며 안타까워했다. “현재는 소수 핵심 인력만 남아 겨우 기초연구를 하고 있는데 이대로 가다가 연구의 대가 끊길까 걱정된다”는 것이다.

염 그룹장은 “운영하던 통신위성의 후속 위성을 올리지 않는 게 생각보다 큰 손해”라고 말했다. 정지궤도는 올릴 수 있는 위성 수가 수백 기로 한정돼 있고 이미 포화 상태라 궤도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보유하던 위성이 사라지면 궤도에 대한 권리를 빼앗길 수 있다. 천리안 1호는 통신용으로 초고화질(UHD) 위성방송 서비스 등을 할 수 있는 주파수(Ka밴드)를 확보해 사용하고 있는데, 후속 통신위성이 없으면 이 주파수를 내줘야 할 가능성도 있다.

안보 문제도 걸려 있다. 자국 위성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 것이야말로 해킹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상업적 가치는 폭발적으로 느는 중이다. 현재 전 세계 위성시장의 규모는 약 300조 원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투자은행 메릴린치는 2017년 이 시장이 2045년경 10배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가운데 절반이 통신위성 시장이다. 특히 지상의 위성 단말기 시장이 크다. 자율주행 선박과 드론 등 무인이동체가 본격적으로 활용되면 통신위성과 단말기 수요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행히, 뒤늦게나마 올해 새로운 통신위성 기획연구가 시작됐다. 염 그룹장은 “올해 말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할 계획”이라며 “예타를 통과해 2021년부터 차세대 통신위성 개발에 뛰어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위성 개발부터 발사까지는 다시 4, 5년의 시간이 걸린다. 빨라야 2026년에야 우리 기술로 만든 고성능 통신위성이 다시 궤도에 오른다. 염 그룹장은 “이번 R&D 과제는 후속 세대를 위한 것”이라며 “언젠가 한국이 독자적으로 위성통신망을 구축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