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뉴딜 대폭 삭감…文·李 정책 지우고 尹 국정과제 힘준다

뉴시스

입력 2022-08-30 10:04 수정 2022-08-3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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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출범 후 첫 예산안을 짜면서 건전재정 기조 전환에 따라 허리띠를 바짝 졸라맸다. 지난 5년간 연 평균 8.7%에 달하는 확장재정 운용으로 나랏빚이 400조원 증가하는 등 국가 재정에 심각한 위기감이 찾아왔다.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원의 지출 구조조정으로 불요불급한 예산 사업들을 과감하게 도려냈다. 문재인 정부 때 급격히 정부 지원이 늘어난 지역화폐 예산과 코로나19 경기 부양책인 한국판 뉴딜이 대표적이다.

대신 한정된 가용 재원은 반드시 필요한 곳에 투입한다. 윤 대통령의 공약이자 새 정부 국정과제로 선정한 장병 봉급 인상이나 영아 부모급여 도입, 소상공인 채무조정 등이다.

◆올해 7000억 투입한 지역화폐 예산 내년엔 ‘0원’

정부가 30일 국무회의를 통해 확정한 ‘2023년도 예산안’은 올해 본예산(607조7000억원) 기준 5.2% 증가, 총지출(679조5000억원) 기준 6.0% 삭감한 639조원 규모로 편성했다.

박근혜 정부 마지막 해인 2017년(3.7%)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자 총지출 대비 감액은 2010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정부가 이처럼 긴축재정의 신호탄을 쏘면서 그 동안 국민들에게 익숙한 예산 사업 중 하나인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지원 항목이 사라졌다.

지역화폐는 전국 230여개 지자체에서 지역 내 소비 활성화를 위해 추진 중이다. 지역화폐로 결제 시 일정 비율을 캐시백 형태로 돌려주거나 충전 시 일정 비율을 인센티브로 준다.

정부는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기준 7053억원을 투입해 17조5000억원 상당의 지역화폐 발행을 보조했지만 내년에는 관련 예산을 반영하지 않는다. 올해 7000억원 규모 예산 사업이 내년엔 0원인 셈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에서 “전국 지역화폐를 중앙정부 예산으로 대대적으로 지원한 데 대해 학계 등 전문가의 많은 지적이 있어 원점에서 실효성을 점검하고 있다”며 예산 삭감을 시사했다.

지역화폐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예산당국은 특정 지역에서 사용되고 효과가 한정된 사업이기 때문에 해당 지자체에서 자체 예산을 반영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이다.

최상대 기재부 2차관은 “코로나로 지방재정 여건 어려워지면서 지방재정으로 오로지 (지역화폐) 10% 할인 지원하는 게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내년 예산 31조원 늘어난 것 중에 22조원은 지방교부세로 지방재정 여건이 좋아졌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판 뉴딜’ 대대적 손질…미래 산업 투자로 이어가

지난 정부에서 코로나19 경제 위기 극복과 경기 부양책으로 대대적으로 내세운 ‘한국판 뉴딜 사업 프로젝트’는 내년 예산안 편성과 함께 그 명운을 다했다.

한국판 뉴딜은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추경으로 탄생해 2025년까지 국비 114조원이 투입될 예정이었다.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휴먼 뉴딜 등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 한국판 뉴딜은 문재인 정부 역점 사업으로 올해에도 33조7000억원을 반영했었다.

한국판 뉴딜의 1100여개 세부 사업 중 상당 부분이 재조정되거나 지출 구조조정 대상이 됐다. 정부가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는 직접 일자리 사업과 디지털 뉴딜 사업 등은 폐기한다. 낮은 수익률로 비판을 받아 온 ‘국민참여 정책형 뉴딜펀드’에 투입되는 6000억원 상당의 예산도 삭감했다.

한국판 뉴딜 예산 사업이 항목에서 빠졌다고 이전 사업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정부는 ▲미래전략산업 ▲연구개별(R&D) 고도화 ▲디지털혁신 탄소중립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 등을 핵심과제로 선정했다.

정부가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던 사업들은 민간에 주도권을 넘겨 계속 진행한다. 반도체 경쟁력와 원자력 생태계 강화는 물론 관련 혁신 인재 양성에 등 미래전략산업 육성에 올해보다 1조원가량 늘어난 3조7000억원을 투입한다.

기술주권과 경제안보에 필수적인 반도체, 우주산업, 첨단바이오, 이차전지, 인공지능 등 핵심 전략기술에도 4조9000억원을 반영했다. 기업들의 저탄소화에 속도를 내고, 친환경 설비 투자 등을 지원하는 녹색금융도 확대하는 등 탄소중립 대응에 8조9000원을 편성했다.

◆허리띠 졸라매도 국정과제 이행 놓칠 수 없다…11조 우선 배정

정부가 내년 살림살이를 대폭 줄이면서도 윤 대통령이 약속한 핵심 국정과제는 차질 없는 이행을 예고했다.

올해 본예산 대비 증액된 31조3000억원 중 정부가 지방교부금과 교육재정교부금 등으로 지방 정부에 내려줘야 하는 22조5000억원 상당을 제외하면 실제 정부가 가용할 수 있는 증액 재원은 9조원에 불과하다.

국정과제 이행은커녕 경제위기 극복, 복지 사각지대 해소, 미래대비 투자에 집중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는 가용한 재원을 최대한 마련하기 위해 역대 어느 정부보다 강도 높은 지출 재구조화를 단행했다. 통상 재량지출 중심으로 10조원 안팎인 지출 구조조정을 24조원 수준으로 확대했다.

이를 통해 새 정부가 내세운 핵심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재정투자계획을 내년 예산안에 무리 없이 반영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110대 국정과제를 선정하고, 내년부터 2027년까지 5년간 209조원의 재정을 투자할 계획이었다.

내년 예산안에 11조원을 우선 반영해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마중물 예산을 편성했다. 병 봉급을 205만원까지 인상하기 위해 내년에 1조원을 투입, 130만원으로 인상한다.

0~1세 아동 양육가구에 월 70만원 부모급여를 신설하는데 1조3000억원, 청년 주거 안정을 위한 ‘청년원가주택+역세권첫집’ 5만4000가구 공급에 1조1000억원을 반영했다. 코로나19로 큰 빚을 진 소상공인 채무조정과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돌봄 확대에도 각각 3000억원을 투입한다.

김완섭 예산실장은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11조원은 첫 해에 사업 설계 위한 자본투자로 단계적 인상이라 소요가 적다”며 “2027년까지 계속 이행하기 위해서는 2024년에 신규 사업이 들어올 수 있고 2025년에 본격적으로 투자될 수 있어 뒤로 갈수록 투자 규모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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