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왜 접는 폰을 안 만들까?[김성모 기자의 신비월드]

김성모 기자

입력 2022-08-28 08:00:00 수정 2022-08-28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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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신(新) 비즈니스 가이드(21)

‘신비월드’는 세계 각국에서 세상을 이롭게 이끄는 혁신적인 기업과 새로운 정보기술(IT) 소식들을 소개합니다. ‘파괴적 혁신’을 꾀하는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주요 기업까지, 빠르게 변해가는 ‘신(新) 글로벌 비즈니스’를 알차게 전달하겠습니다.


● “이 폰은 다른 브랜드의 고객을 끌어올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4세대 폴더블폰 ‘갤럭시 Z폴드4’와 ‘갤럭시 Z플립4’를 26일 내놓았다.

수첩처럼 가로로 접는 폴드4의 무게는 263g으로, 폴드3보다 8g 가량 몸무게가 가벼워졌다. 크기는 줄고 화면은 커졌다. 전작보다 세로는 3.1㎜ 짧아졌고, 두께는 0.2㎜ 얇아졌다. 휴대전화의 경첩 역할을 하는 힌지의 크기가 줄었다. 화면 테두리(베젤)는 전작보다 좌우 3㎜씩 작게 만들어, 폰을 펼쳤을 때 더 넓은 화면을 볼 수 있게 했다.

기능도 보완했다. 폴드4는 5000만 화소의 후면 카메라를 탑재했다.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AP칩은 퀄컴의 스냅드래곤 8플러스 1세대가 들어갔다.

화장품 콤팩트 파우더 형태의 플립4는 전작보다 가로 길이가 0.3㎜ 줄었다. 손에 착 감기는 그립감을 높였다. 그동안 약점으로 꼽혔던 배터리도 개선했다. Z플립4는 배터리 용량을 기존 3300mAh(밀리암페어)에서 3700mAh로 늘렸다. 대신에, 무게가 전작 대비 4g 늘었다. 기존보다 65% 더 밝은 이미지센서도 장착했다.

폴드4와 플립4 모두 접히는 부분의 화면 주름이 기존 제품보다 덜했다. 삼성은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신제품의 가격 인상을 최소화했다. 올해를 폴더블폰 대중화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의지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갤럭시 폴더블 시리즈는 삼성의 혁신 철학을 구현한 제품”이라며 “삼성은 업계의 리더로 폴더블을 전 세계 수백만 명이 사용하는 카테고리로 성장시켰다”고 자평했다.

삼성은 폴더블폰이 경쟁사의 고객(아마도, 아이폰 이용자)을 뺏어오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세대 폴더블폰에서 가능성을 본 듯하다.

노 사장은 “지난해 삼성 폴더블폰 출하량에서 신규 고객이 두 자릿수 비중을 차지했다”며 “이는 갤럭시 사용자가 다른 갤럭시 기기(폴더블폰)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스위칭 한다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밝혔다. 갤럭시S 시리즈 이용자가 폴드·플립으로 넘어가는 카니발라이제이션(신제품이 기존 주력 제품 시장을 잠식하는 현상)보다 타 브랜드 제품의 이용자를 끌어오는 효과가 더 크다는 의미다. 아이폰이나 애플이라는 단어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일러스트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 스카이·아이스크림·롤리팝…폴더폰 시대의 귀환?


이전까지 스마트폰은 매년 혁신을 거듭해왔지만, 감동까지 안기진 못했다. 10여 년 간 조금 더 넓어진 화면, 약간 빨라진 속도, 늘어난 카메라 화소 수로 사람들의 흥미를 유도했다. 카메라 100배 줌이 달까지 끌어당길 때 잠깐 신기하기는 했다.

그러다가 삼성이 2019년 ‘바’가 아닌 접는 형태의 스마트폰을 선보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영화에서만 보던 화면을 구부릴 수 있는(플렉서블) 디스플레이 패널이 스마트폰에 적용된 것이다. 하드웨어에서의 굉장히 큰 변화다.

디스플레이 패널을 접을 수 있다면 성능과 휴대성(크기)이 시소게임을 하지 않아도 된다. 과거 스카이 2G폰, 모토로라 레이저와 같은 휴대성을 갖추면서 넓은 화면까지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기술은 태블릿, 노트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모토로라, 화웨이, 오포 등도 폴더블폰을 선보이면서 시장은 커지는 분위기다. 글로벌 폴더블폰 출하량은 올해 1600만 대로 예측된다. 업계는 2026년 6000만 대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기준 삼성전자의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 점유율은 74%. 삼성전자는 올해 안에 폴더블폰으로만 1000만대 이상을 판매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폴더블폰 시장을 이끌고 있는 삼성은 사용자경험(UX)를 끌어올리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플립4는 화면을 구부린 상태로 촬영할 수 있는 플렉스 모드를 고도화했고, 폴드4에는 PC처럼 화면 하단에 여러 개의 아이콘을 배치했다. 동시에 여러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 기능(태스크바)을 도입한 것이다. 폴더블폰만의 차별화 요소다.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갤럭시 Z플립4와 Z폴드4. 삼성전자 제공


● 애플 ‘아이폰14’에 자신감, 생산 주문 안 줄여


애플은 아이폰 새 버전 출시를 앞두고 있다. 폴더블폰과의 경쟁이 예상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다음달 7일 행사에서 아이폰14를 선보이고 16일부터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2016년 이후 연내 가장 빠른 출시다. 지난해에는 9월 14일 아이폰13을 발표하고, 24일 제품을 시장에 내놨다.

일주일 앞당기는 것이 뭐 특별하냐고 할 수도 있지만, 회사의 장부를 관리하는 사람과 주주들에게는 큰 의미를 지닌다. 블룸버그는 “9월까지 진행되는 회계연도에 아이폰14 판매가 한 주 더 늘어나는 것”이라며 “아이폰14의 판매는 회사의 지난해 매출을 경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업계는 애플이 이번 행사에서 아이폰14와 함께 새 노트북 맥, 태블릿PC 아이패드, 3개의 애플워치 모델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이폰14에는 5.4인치 화면의 미니 모델이 사라지고, 6.7인치 모델이 추가된다. 아이폰14프로는 화면 상단의 ‘M자형 테두리’(노치) 대신 원형의 ‘펀치홀’ 디자인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카메라는 1200만 화소 초광각, 4800만 화소 광각이 탑재될 전망이다.

애플이 새 애플워치에 체온 센서, 여성 건강 기능을 추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최근 애플은 업그레이드된 운영체제(iOS 16)를 선보인 바 있다. 잠금화면 편집 및 다중 잠금화면 배치, 실시간 번역, 메시지 편집 등 다양한 기능이 추가됐다.

애플은 경기 침체 우려에도 흥행을 자신하는 듯하다. 애플은 아이폰14의 조립 업체들에게 지난해와 동일한 9000만 대의 생산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의 올해 아이폰 생산량은 지난해와 비슷한 2억2000만 개 수준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 분석가들은 올해 초 2억4000만 개로 예상했지만, 전쟁과 공급망 문제 등으로 전망치를 소폭 낮췄다.


아이폰14프로맥스와 프로 렌더링(완성예상도). 폰아레나 캡처



● PC의 길 걷기 시작한 스마트폰?


애플이 한 해 2억 대가 넘는 아이폰을 판매하고 있지만, 성장의 한계에 대한 지적도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말 ‘애플은 이미 모든 사람에게 아이폰을 판매했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글에서 “전성기에는 아이폰이 애플 매출의 3분의 2를 차지했지만, 최근 분기에는 기여도가 절반에 못 미쳤다”며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애플은 스마트폰 뒤를 이을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장치를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교체 주기도 길어지고 있다. 컴퓨터 산업과 비슷한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개인용 컴퓨터 판매는 가정마다 충분히 공급된 2011년 정점을 찍었고, 교체 주기가 길어졌다. 휴대전화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 분석기업 CCS 인사이트(CCS Insight)는 유럽에서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기간이 2010년 26개월에서 최근 39개월까지 늘었다고 추정했다.

새 버전도 기존 틀에서 외형상 큰 변화를 취하지 않았던 애플이 삼성처럼 화면을 접고 또 다른 고객을 찾아 나설 일은 없을까. 총 1920억 달러(약 258조 원)의 현금을 보유한 애플은 지난해 연구개발(R&D)에만 220억 달러(약 29조5000억 원)를 쏟아 부었다. 돈이 없어서 못 하는 것은 절대 아닐 듯하다.

사실, 애플도 폴더블 관련 특허를 계속 내놓고 있긴 하다. 애플은 미 특허청에 화면을 구부릴 수 있는 폴더블 디스플레이에 대한 특허를 2018년 1월 제출했다. 이후에도 폴더블폰의 접이식 장치, 힌지 곡면부문의 디스플레이, 상소문처럼 화면을 말아 올리는 방식 등 다양한 특허들을 등록했다. 그래서 애플이 폴더블폰을 곧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잊을 만하면 나왔다.

그런데, 예상 출시일이 점점 뒤로 밀리고 있다. 최근 애플 제품 분석가로 잘 알려진 궈밍치 대만 TF인터내셔널증권 연구원은 애플의 폴더블폰 시장 진입 시점을 2023년에서 2025년으로 수정했다. 폴더블 맥북부터 공개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애플이 2020년 미국 특허청에 등록한 힌지 기술. 이는 화면을 접을 때 발생하는 주름을 방지하기 위해 움직이는 덮개를 활용했다. 화면이 접힐 때 곡선 부분(곡률)을 넓게 만들어 주름을 막는다. 맥루머스




● “폰을 왜 접어야 하지?”


애플은 과연 폴더블폰을 내놓을까.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라면 왜 이렇게 늦어지는 것일까. 매끄러운 사용자 경험, 높은 완성도 등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심어 놓은 애플의 철학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정보기술(IT) 리뷰 전문 매체인 씨넷(CNET)은 13일 ‘왜 애플의 폴더블폰은 아직 존재하지 않을까’라는 글에서 “기본적으로 스마트폰을 노트북처럼 ‘L’자 모양으로 접으면 소프트웨어가 앱을 화면 상단으로 이동시키고 하단에는 다른 기능을 제공한다. 멋지고 여러 가능성이 많을 것 같지만 올해까지는 기능이 제한적이었다”고 했다. 애플이 스마트폰을 접어야만 하는 이유(고객의 놀라운 이용 경험)를 아직 찾지 못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이 플렉스 모드 같은 기능을 강화하고 있지만, 폴더블폰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를 더 만들어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스마트폰 화면을 접을 수 있으면 휴대전화 크기가 작아진다는 이점은 있다. 스티브 잡스가 작은 스마트폰을 원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IT전문매체 더버지가 입수한 이메일, 문서 등에 따르면 잡스가 2010년 10월 보낸 ‘아이폰 나노 계획’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에는 ‘비용 목표’, ‘조니가 렌더링 모델을 제시할 것’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조니는 조니 아이브 애플 전 최고디자인책임자(CDO)를 뜻한다. 잡스가 언급한 ‘아이폰 나노’의 의미가 확실하지는 않다. 당시 애플은 이미 아이폰3GS보다 작은 아이폰4를 판매하고 있었다. 나노의 의미를 두고 ‘아이폰4보다 30% 더 작은 아이폰’, ‘저가형 아이폰 모델’ 등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애플에서 전 세계에 파는 아이폰 수가 워낙 많다보니 생산 문제를 우려할 수도 있다. 씨넷은 “연 수억 대의 아이폰을 파는 애플이 폴더블 아이폰을 만든다면 충분히 많은 양을 같은 품질로 생산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며 “2014년 아이폰6플러스처럼 하드웨어가 급격하게 변경될 때 빠르게 매진되기 때문에 출시 시점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했다.


온라인에 떠도는 아이폰 폴더블폰 예상 디자인들. 트위터 등 캡처



● “신을 실망시키지 마세요”


애플에 녹아있는 완벽주의가 폴더블폰 개발의 발목을 잡았을 수도 있다. 잡스의 완벽에 대한 집착은 널리 알려져 있다. 여러 일화가 있다. 아이맥 G5를 개발하던 시절 잡스는 컴퓨터 케이스에 나사가 하나도 보이지 않도록 디자인하라고 지시했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 나사 수를 줄였지만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했다. 디자이너 중 한 명은 제품 아래 부분에 단 하나의 나사를 달아 모형을 잡스에게 보였는데, 그는 곧바로 해고됐다.

2007년 아이폰 출시를 한 달 앞두고 시제품을 써본 잡스가 개발자들에게 화를 낸 일화도 유명하다. 청바지 주머니에서 열쇠와 함께 꺼낸 아이폰의 플라스틱 화면에 흠집이 선명하게 난 것. 잡스는 “나는 흠집 나는 제품은 안 판다”며 6주 안에 완벽하게 유리 화면으로 설계를 바꿀 것을 지시했다. 공장들이 뒤집어졌다. 결국 그의 뜻대로 유리 화면으로 제품이 바뀌었다.

단순함으로 궁극의 정교함을 표현해내는 잡스에게 과연 폴더블폰의 화면 주름이 용납됐을까. 지난달 애플과 결별한 전설적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조차 설득하지 못했을 듯하다. 뉴욕타임스(NYT)의 기술 담당 기자인 트립 미클은 자신의 책 ‘애프터 스티브’에서 “디자이너들은 제품을 어떻게 선보일지 결정했고, 디자인 뿐 아니라 제품 기능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다”며 “직원들은 ‘신을 실망시키지 말라’는 한마디로 디자이너들의 힘을 정의했다”고 했다. 아이브를 포함한 애플의 디자이너들이 신과 같은 위치에 있다는 표현이 흥미롭다.

팀 쿡 현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안정지향형 경영스타일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잡스의 역할을 물려받은 쿡은 회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생태계 확장에 집중했다. 잡스처럼 세상이 놀랄만한 무엇을 내놓기보다는 기존 제품의 성능이나 편의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이어왔다. 애플이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13의 처리속도는 쿡이 CEO를 맡은 직후 발표한 아이폰4S에 비해 50배나 빠르다.

쿡이 10여 년 전 CEO에 오르고 애플의 시가총액은 2조 달러(약 2690조 원) 이상 증가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8월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가 24년 쌓은 가치를, 버크셔해서웨이를 45년 운영한 워런 버핏의 업적을 넘어섰다”며 “쿡은 1997년 잡스가 애플로 복귀했을 때처럼 차기작을 쫓거나 조직을 재조정하는 대신 지속적인 개선을 추진했다”고 했다.

PC제조사 컴팩에서 공급망을 관리했던 쿡은 1998년 애플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같은 일을 했는데, 꼼꼼하고 세밀하게 일하는 타입이라는 평이 많다. NYT에 따르면 어느 날 한 직원이 재고 회전과 관련해 쿡에게 비용을 줄일 계획을 제시했다. 이 장면을 전 애플 임원인 조 오설리반(전 임원)이 목격했다. 그는 NYT에 “쿡은 정말 경이적인 수준으로 디테일하게 파고들었다. 나는 어른이 우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팀 쿡 애플 CEO. AP=뉴시스



● 94조 규모의 블랙박스


물론, 애플은 큰 변화를 가져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정말 돈을 많이, 잘 번다. 지난해 애플은 글로벌 반도체 부족 사태에도 3783억 달러(약 507조2000억 원)의 연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169억 달러(약 156조7000억 원)였다. 쿡이 애플을 맡은 2011년(1080억 달러)보다 연 매출이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쿡은 애플을 수익성이 가장 높은 회사로 이끌었다. 지난해 애플의 영업이익률은 연 30.9%에 달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전 세계에 10억 대 이상의 아이폰이 사용되고 있다”며 “지구인 7명 당 1대 수준”이라고 했다.

쿡은 아이폰을 외계인이 만든 듯한 제품으로 바꿔놓진 못했지만, 지구인들을 애플 생태계 안에서 똘똘 뭉치게 만들었다. 애플의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인 앱스토어는 많은 앱 제조사들을 끌어 모았고, 이는 더 많은 사용자들과 개발자들을 끌어들였다. 이 끊임없는 선순환 구조는 고객들이 200만 개(2020년 기준)의 앱을 고를 수 있게 만들었다.

애플의 앱스토어 매출은 2012년 75억 달러(약 10조700억 원)에서 지난해 684억 달러(91조8300억 원)로 늘었다. 지난해 매출은 앱스토어에 애플뮤직, 애플TV플러스, 애플케어, 클라우드 등 10개 부분이 합쳐진 수치이지만, 앱스토어의 매출은 꾸준히 상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애플은 앱스토어의 별도 매출을 2015년부터 공개하지 않았다.

글로벌 리서치 회사인 아레트리서치의 선임 기술 분석가 리차드 크레이머는 이를 “10개의 서로 다른 비즈니스의 700억 달러(약 93조9500억 원)짜리 블랙박스”이라고 평했다. 블룸버그는 최근 애플의 앱스토어 이익이 둔화되고 있다고 분석했지만, 애플은 아무튼 매년 다양한 분야에서 어마어마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애플은 구글을 아이폰의 기본 검색 엔진으로 지정하는 대가로 연 80억~120억 달러(10조7400억~16조1100억 원)를 청구하고 있다”며 “이는 2020년 애플 순이익의 14~21%에 해당하는 수치”라고 했다.


앱스토어. 애플 홈페이지




● 보청기 에어팟, 치매 체크하는 아이폰

아이폰보다 매출 비중은 작지만 애플워치, 에어팟 같은 주변기기들의 역할도 상당하다. 지난해 애플워치, 에어팟 등 애플의 기타 사업 매출은 108억5000만 달러(약 14조57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이코노미스트는 “2020년에 팔린 에어팟들은 1억 명의 귀에 꽂혔고, 애플워치는 3400만 명의 손목에 채워졌다”며 “이는 다른 모든 고급 이어버드(무선 이어폰)와 모든 스위스 시계를 합친 것보다 많은 수치”라고 평했다. 스마트폰에서 디지털 생태계와 웨어러블 기기로 사업을 꾸준히 확장한 결과다.

애플은 아이폰과 에어팟, 애플워치 등의 디지털 기기를 건강 체크 장치로 활용하는 방안을 꾸준히 연구 중이다. 지난해 10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애플은 에어팟을 건강 장치로 만드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현재 알려진 것은 에어팟의 청력 향상과 체온 측정 기능이다. 에어팟을 이어폰 겸 보청기로 만들겠다는 것. 체온을 점검하는 것은 금방이라도 나올 것 같다. 애플워치 신제품에는 체온 측정 기능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약 28만 명의 미국인이 경미한 청력 손실로 고통 받고 있지만 보청기를 사용하는 사람은 5%에 불과하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하루 종일 착용하는 보청기 역할을 하려면 배터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등도 해결해야 한다.

이외에 에어팟에 움직임 감지 기술을 도입해 자세를 교정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애플은 또 미 캘리포니아대, 글로벌 제약사 바이오젠과 아이폰으로 인지기능 저하를 발견해내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듀크대와는 아이폰의 카메라를 이용해 (촬영 대상의 초점을 어떻게 맞추는지 보고) 어린 아이들이 자폐증상을 탐지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현 아이폰 운영 체제인 iOS 15에는 보행 안정도(보행 비대칭, 걸음 길이 및 보행 속도 등)를 평가하는 기능이 이미 도입돼 있다. 애플은 이를 일종의 낙상 방지 기능으로 보고 있다. WSJ은 “이용자가 걸어 다닐 때나 아이폰을 엉덩이(주머니)에 휴대하고 움직일 때 보행 안정도가 낮으면 알림을 받게 된다”며 “그렇다고 해서 넘어질 위험이 임박했는지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1년 내에 낙상 위험에 대한 조언을 해준다”고 했다.


미 WSJ은 지난해 10월 애플이 건강 장치로써의 에어팟의 잠재력을 연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에어팟이 청력 보조 장치가 될 수 있으며, 온도를 측정하거나 (바르지 않은) 자세를 경고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WSJ 기사 캡처


● PC-스마트폰-?


애플의 비즈니스 방식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속도 개선, 새로운 기능 도입 등 고객들을 묶어두기 위한 노력들이 진정한 혁신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다.

WSJ은 “애플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생태계는 훌륭하지만, 회사의 벽으로 둘러싸인 정원은 혁신을 방해한다”고 했다. 애플의 디지털 세계에 갇힌 고객은 비용을 더 지불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애플도 세상을 바꾸는 ‘한 방’을 준비하고 있기는 하다. 대표적인 것이 자율주행 전기차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을 기반으로 한 메타버스다. 애플의 전기차는 신비월드 13화(애플이 만든 자동차 과연 나올까)에서 상세하게 소개한 바 있다. 현실화 단계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이보다는 디지털과 현실을 실시간으로 잇는 AR·VR 기기의 출시가 더 빠를 듯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5월 이사회에서 새로운 혼합현실(MR) 헤드셋을 선보였다.

애플은 2011년 인공지능(AI) 비서 ‘시리’가 시장에 나오기 수 주 전에도 이사회에서 시제품을 보여주고 검토한 바 있다. 애플 이사회는 쿡과 사외이사 8명으로 이뤄져 있다. 사실상 개발이 마무리돼 출시가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MR은 현실 세계에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을 덧씌워 실시간으로 양 쪽을 상호작용하게 만드는 기술을 뜻한다. VR, AR 기능을 합친 애플의 제품은 초고해상도 화면과 사용자의 눈동자 움직임이나 손동작을 추적하는 기능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은 헤드셋용 아이폰 앱도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 메타와 애플의 메타버스 철학 대결


구글, 메타(페이스북) 같은 미국의 ‘IT 공룡’들도 가상현실 기기를 차세대 기술 플랫폼으로 꼽고 있다.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하드웨어 개발까지 나선 이유다.

메타는 현재 VR 기기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오큘러스퀘스트2를 판매하고 있다. 페이스북에서 사명까지 바꾸며 메타버스에 사활을 건 이 회사의 CEO는 최근 대놓고 애플에 견제구를 날렸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지난달 초 직원들과 대화하는 자리에서 “애플과 우리는 메타버스 구축을 위해 심오한 철학적 경쟁을 하고 있다”고 했다.

메타는 메타버스가 특정 회사에 종속되기보다 인터넷처럼 개방되거나, 적어도 구글 운영체제처럼 유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커버그가 자사의 기기들을 중심으로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한 애플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애플이 MR 기기를 선보인 이후 메타버스 시대가 애플의 생태계 확장으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듯하다. 메타는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 에픽게임스, 엔비디아 등과 메타버스 표준 포럼까지 결성했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MR 기기를 올 연말이나 내년에 출시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전 예측은 2019년 공개, 2020년 출시였다. 또 미뤄질 수도 있다.

애플의 헤드셋은 스마트폰처럼 세상을 확 바꿔놓을 수 있을까. 스마트폰은 과연 PC처럼 백오피스로 밀려나게 될까.

궁금한 점이 많지만 제품이 나올 때까지는 답을 들을 수 없을 듯하다. 애플은 향후 내놓을 제품에 대해 먼저 언급하는 법이 없다. 수많은 애플 관련 해외 기사마다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코멘트가 있었다.

“애플 대변인은 논평을 거부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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