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대체 음료에는 ‘우유’가 없다!

김명희 기자

입력 2022-08-29 03:00 수정 2022-08-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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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자조금 “법에 없는 잘못된 명칭이 소비자 혼란 야기, 시장 왜곡”

단백질, 칼슘, 비타민 등 다양한 영양소를 고루 함유한 완전식품 우유.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제공

주부 김 모 씨는 아이에게 먹일 우유를 주문하기 위해 한 온라인 신선식품 쇼핑몰 검색창에 ‘우유’를 입력했다. 그러자 ‘진짜 우유’와 함께 코코넛, 아몬드 등으로 만든 제품도 검색돼 나왔다. 김 씨는 이들 제품에도 우유가 함유돼 있을 거라 짐작했으나, 원재료를 확인한 결과 해당 제품에는 우유가 한 방울도 들어 있지 않았다.

우유는 단백질, 칼슘, 비타민, 미네랄 등 다양한 영양소가 함유된 완전식품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다. 존 F. 케네디 미국 전 대통령은 건강 비결을 묻는 질문에 “어릴 때부터 우유를 즐겨 먹은 덕분”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비건 열풍을 타고 출시되는 귀리 음료, 쌀 음료, 아몬드 음료 등 다양한 ‘식물성 대체 음료’가 제품명에 우유(牛乳), 유(乳), 밀크(milk) 등의 용어를 사용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제품명에 ‘우유’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식음료 판매점과 대형 마트, 온라인 쇼핑몰, 각종 매체 등에서 우유로 분류돼 판매 또는 홍보되는 사례들도 있다.

식물성 대체 음료와 연관된 포털사이트 네이버 월간 검색량을 살펴보면, 8월 모바일 검색 기준으로 코코넛밀크 1만6100건, 귀리우유 1만4800건, 오트밀크 8460건 등을 차지했다. 반면 식물성 음료는 120건, 식물성 대체 음료는 10건에 불과했다. 이는 잘못된 표기가 널리 사용되면서 소비자들 인식이 왜곡돼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


‘우유’는 식품위생법 정의, “대체 음료에 ‘우유’ 명칭 적용 못 해”


‘우유’라는 명칭의 정의와 관련해 식품위생법 제14조 ‘식품 등의 공전’에는 “우유류라 함은 원유를 살균 또는 멸균 처리한 것(원유의 유지방분을 부분 제거한 것 포함)이거나 유지방 성분을 조정한 것 또는 유가공품으로 원유 성분과 유사하게 환원한 것을 말한다”고 쓰여 있다. 식품위생법은 ‘식품으로 인해 생기는 위해를 방지하고 식품 영양의 질적 향상을 위해’ 제정된 법으로, 공전의 내용대로라면 식물성 대체 음료는 우유에 포함되지 않는다. 또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분류한 식품 유형에 “우유는 원유를 살균 또는 멸균 처리한 것을 말한다(원유 100%)”고 명시돼 있다.

현재 식물성 대체 음료는 법상 명확한 정의나 구분이 없으며, 다만 배합비와 제조·가공 기준에 따라 ‘음료류’로 분류된다. 여기서 음료류라 함은 차, 커피, 과일·채소 음료, 탄산음료, 두유, 발효음료, 인삼·홍삼 음료, 기타 음료 등 음용을 목적으로 하는 것을 지칭한다. 보통 식물성 대체 음료는 ‘기타 음료’에 해당하며, “먹는 물에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을 가하여 제조하거나 동·식물성 원료를 음용할 수 있도록 가공한 것으로, 다른 식품 유형이 정해지지 아니한 음료”로 정의된다.


영양 성분, 균질한 우유 vs 제품별 큰 차이 대체 음료


우유와 식물성 대체 음료는 이렇듯 정의가 다를 뿐만 아니라 영양소 차이도 크다. 지난해 공주대 김선효 교수 연구에 따르면 소젖 100% 원유로 만든 흰 우유는 제조사나 제품 종류별로 큰 차이 없이 일정한 수준의 영양 성분을 제공한다. 반면 두유나 식물성 대체 음료는 콩, 아몬드, 귀리, 쌀 등 원재료나 브랜드, 제조사 등에 따라 제품에 함유된 영양 성분의 양이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식물성 대체 음료의 경우 부족한 영양소를 제조 과정에서 첨가해 이를 강화하기도 하지만, 우유 자체가 함유하고 있는 영양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또 소화, 흡수, 영양소 간 상호작용 면에서도 자연식품인 우유의 특성과는 차이가 있다.

이와 관련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위원장 이승호) 측은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식물성 대체 음료의 잘못된 명칭 표기로 인해 소비자의 혼란을 야기하고 시장이 크게 왜곡되고 있다”며 “실제 원유가 함유되지 않은 식물성 대체 음료에 ‘우유’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소비자가 기타 음료를 우유로 착각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식약처는 올해 초 식물성 대체육, 우유 대체 음료 등을 표시하는 규정 마련에 착수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또한 소비자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식물성 대체 음료의 라벨링에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이의 발표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희 기자 may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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