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후 첫 행보 이재용, 삼성 반도체 탄생지 찾았다

곽도영 기자

입력 2022-08-19 14:37 수정 2022-08-1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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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흥캠퍼스 R&D단지 기공식 참석…20조원 투자 발표
“40년전 첫 삽 뜬 곳서 새 도전…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 만들자”


“40년 전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해 첫삽을 뜬 기흥사업장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복권 이후의 첫 현장 경영 행보로 19일 오후 경기 용인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반도체 연구개발(R&D)단지 기공식을 찾아 차세대 반도체 기술 R&D를 위한 중장기 비전을 밝혔다. 앞서 15일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지 나흘 만의 첫 공식 경영 행보다.


● 이재용 부회장,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
이 부회장은 이날 기공식에 참석해 “차세대뿐만 아니라 차·차세대 제품에 대한 과감한 R&D 투자가 없었다면 오늘의 삼성 반도체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라며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나가자.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임직원들에 당부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 부회장을 비롯해 경계현 반도체(DS)부문장, 정은승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진교영 삼성종합기술원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등 임직원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 부회장이 기흥캠퍼스를 첫 경영 복귀 현장으로 택한 배경에는 반도체가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의 핵심 경제안보 사안으로 떠오르면서 기술 투자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는 절박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1993년 메모리 분야 세계 1위에 올라선 이후 30여 년간 자체 기술 기록을 경신해 왔지만 최근 초미세 공정 한계에 부딪히면서 기술 발전 속도가 더뎌지고 경쟁사들의 추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1983년 기공된 기흥캠퍼스는 삼성전자의 첫 번째 반도체 사업장이다. 이 곳에 새로 설립되는 반도체 R&D단지는 삼성 반도체 R&D 기지로서도 역대 최대인 약 10만9000㎡(3만3000여 평) 규모다.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등 삼성전자 반도체 전 분야에서 미래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최첨단 복합 연구개발 시설로 조성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2025년 중순 가동 예정인 반도체 R&D 전용 라인을 포함해 2028년까지 연구단지 조성에 약 20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기흥 R&D 단지 건설을 통해 국내외 소재·장비·부품 분야 협력사들과의 R&D 협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협력회사들과의 R&D 협력은 양질의 일자리 확대와 우수 반도체 연구개발 인재 육성으로도 이어져 국내 반도체 산업 생태계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기공식에서는 현장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삼성 창업주 고(故) 이병철 선대회장의 발언과 기흥사업장 모형도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 선대회장이 1983년 2월 삼성의 반도체 사업 진출을 발표했던 ‘도쿄 선언’ 직후에 했던 발언으로, 자원이 부족한 한국에서 자연 조건에 맞으면서도 해외에서 필요한 제품 즉 반도체와 컴퓨터 같은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을 일으켜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부회장은 선대회장이 남긴 이 글귀를 항상 곁에 두고 수시로 읽으며 되새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흥사업장 모형도의 경우 이 선대회장이 임직원들로부터 생일선물로 전달받았던 것이다.


● 화성캠퍼스 찾아 2년 만의 임직원 간담회
이재용 부회장은 기공식을 마친 뒤 경기 화성캠퍼스로 이동해 임직원들과의 간담회와 DS부문 사장단 회의를 가졌다. 공식적인 경영 복귀가 가능해진 만큼 그간 자제해온 사내 소통과 정비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이 임직원들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눈 것은 2020년 8월 수원사업장에서의 워킹맘 직원들과의 간담회 이후 만 2년 만이다. 이 부회장은 직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논의하는 시간을 가진 뒤 향후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점차 늘려 나가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부회장은 6월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좋은 사람 모셔오고,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조직문화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화성캠퍼스 반도체연구소에서 열린 DS부문 사장단 회의에서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주요 현안 및 리스크와 차세대 반도체 기술 연구개발 진척 현황, 초격차 달성을 위한 기술력 확보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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