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전기차 화재 급증하는데…‘이동식 침수조’는 전국 17개 시도 중 3곳만 도입

부산=김화영 기자

입력 2022-08-18 13:56 수정 2022-08-18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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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최근 전기차 보급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 화재 진압에 가장 효율적인 ‘이동식 침수조’가 전국 17개 시도 중 3곳만 갖추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전기차 보급 대수가 급증하고 관련 화재도 잇따르는 만큼 관련 장비를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동아일보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소방본부의 ‘전기차 화재 진압장비 구축 현황’을 확인한 결과 ‘이동식 침수조’를 갖춘 곳(6월 말 기준)은 부산(11개)과 경기(2개), 세종(2개) 등 3곳뿐이었다. 차량 하부에 소화관을 넣어 위로 물줄기가 퍼지게 하는 ‘냉각주수관창(상방방사관창)’을 보유한 곳도 7곳에 불과했다. 다만 산소공급 차단을 위해 차량 위를 덮는 ‘질식소화덮개(소화포)’는 17곳 모두 갖췄다.

이동식 침수조는 전기차 화재 진압 장비 중 효과가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올해 6월 4일 밤 부산 강서구 서부산요금소를 통과하려던 전기차가 충격흡수대를 들이받고 화염에 휩싸였을 때 이 장비가 쓰여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당시 부산소방재난본부는 화재차량 주변에 조립식 차수벽을 치고 물을 쏟아 넣고 오랜 시간 차를 침수시켜 불을 껐다.

전기차는 화재 때 배터리 온도가 순식간에 1000도까지 오르는 ‘열폭주 현상’이 발생해 물을 아무리 쏟아 부어도 불씨가 되살아나는 등 불이 쉽게 안 꺼지는 특성이 있다. 그동안 소방호스로 오랜 시간 물을 뿌리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물 낭비가 크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크레인으로 화재 차량을 들어올려 물이 든 침수조에 담그는 방식이 도입되기도 했지만, 2020년 겨울 서울 용산구 한남동 아파트 주차장 화재처럼 좁은 실내에서 불이 나면 크레인 가동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손쉽게 설치할 수 있는 이동식 침수조가 개발됐고, 부산소방본부는 올 4월 11개를 확보했다.

이동식 침수조의 효과가 널리 알려지 올 연말까지 서울은 4개, 경기는 5개를 각각 구비할 예정이다. 그러나 다른 지역은 이동식 침수조 도입이 더딘 상황이다. 한 소방본부 관계자는 “전기차 상용화된 지 오래되지 않아 어떤 장비가 가장 적당한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용근 경남정보대 수소전기자동차학과 학과장은 “불이 붙은 배터리 셀은 물에 잠겨야 외부 산소와 만나 계속 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서 “이동식 침수조가 전기차 화재 대처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전기차협회장인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내연기관 차량 화재는 1000L의 물만 있으면 진압되지만 전기차는 10만L의 물이 필요하다. 이동식 침수조가 서둘러 전국 소방본부에 갖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국내 등록된 전기차 수는 29만8633대다. 5년 전인 2017년 1만5869대의 18배로 증가했다. 전기차는 경기(5만6232대)에 가장 많고 △서울(4만8362대) △제주(2만7622대) △대구(1만9705대) △인천(1만8329대) △부산(1만7206대) 등의 순으로 보급됐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7년 1건에 불과했던 전기차 화재는 △2018년 3건 △2019년 7건 △2020년 11건 △2021년 23건 △2022년 6월 말까지 17건이 발생하는 등 꾸준히 늘고 있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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