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탈중국 가속…韓, 중국 의존 줄이고 美 회귀전략 필요”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입력 2022-08-18 13:40:00 수정 2022-08-18 14:5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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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애플과 삼성전자 등 주요 글로벌 전자 브랜드들이 중국 내 제품생산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만 기술 산업 컨설팅 업체인 아이재야리서치 에디 한 선임 애널리스트는 일본 닛케이 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의 탈(脫) 중국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애플의 최대 협력사인 대만 폭스콘과 럭스쉐어 정밀은 최근 베트남에서 처음으로 애플워치 시험생산에 들어갔다. 중국에 대규모 제조시설을 두고 있는 애플이 중국 밖에서 주요 전자제품 라인 생산에 들어가는 것은 처음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 산업 육성법 등을 제정하면서 중국과 경제패권 경쟁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경제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이미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첨단기술 수출통제와 고율관세 적용으로 글로벌 기업들이 탈중국에 나서면서 미국의 중국산(産) 첨단 제품 수입이 대폭 감소한 반면 우방국과의 교역이 크게 늘고 있는 것.

특히 미국이 우방국과 경제협력을 확대하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을 가속화하면서 일본 등이 대표적인 수혜국가로 거론되는 가운데 한국은 높은 중국산 부품 의존도 등 이른바 ‘코리아 리스크’에 노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첨단기술 제품의 미국 직접 수출을 확대하는 ‘피봇 투 어메리카(미국 회귀)’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美 중국 첨단제품 수입 감소, “디커플링 이미 시작”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 워싱턴무역관은 17일(현지시간) ‘미국 프렌드쇼어링 정책 심층분석’ 보고서에서 “중국, 베트남 등으로 중간재를 공급해 미국으로 간접 수출을 꾀하는 범(凡)아시아 제조업 분업 모델의 지속성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시장으로 한국 기술 수출 역량을 재배치하는 ‘피봇 투 어메리카’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이 중국에 대한 첨단기술 수출통제를 강화하면서 최근 3년간 미국의 중국산 첨단제품 수입은 13.1% 감소했다. 미국의 대만 첨단제품 수입이 같은 기간 119.1%, 인도네시아는 98.4% 늘어나는 등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인 반면 중국산 수입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것. 미국의 한국산 첨단제품 수입은 같은 기간 23.7% 늘었다.

미중 교역 역시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 상무부에 따르면 2017년 1분기(1~3월) 대비 올해 1분기 중국의 대(對)미 수출 증가율은 약 28%에 그쳐 베트남(188%), 대만(135%), 싱가포르(85.6%) 등에 크게 뒤쳐졌다. 중국의 미국 수출 증가율은 2001~2011년 연평균 14.6%에서 2011~2021년 2.3%로 빠르게 둔화된 상황이다. 반면 지난해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간 교역은 지난해 각각 26.5%, 23.5% 증가해 중국을 추월해 1, 2위를 차지했다. 한때 미국 시장을 장악했던 중국산 제품들이 미국의 동맹국 및 동아시아 대체 국가들에 자리를 내주고 있는 셈이다.

● 대만 사태에 다국적 기업들도 탈중국 모색

낸시 펠로시(왼쪽) 미국 하원의장이 3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만나 연설하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나의 방문이 美 고위급 추가 방문으로 이어지길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타이베이=AP 뉴시스

미국 경제의 탈중국화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중국이 대규모 군사훈련에 나서면서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 중국의 대만 봉쇄 훈련에 따라 다국적 기업들이 미중 군사충돌에 대비한 비상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대만 침공을 더 이상 발생할 가능성이 낮은 ‘블랙 스완(Black Swan)’으로 보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 주중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 요그르 우트케 회장은 FT에 “(대만 해협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중국 사업을 접어야 하는지 등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은 이날 대만과 포괄적 무역협정인 ‘21세기 무역 이니셔티브’ 첫 공식 협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강력한 반발에도 대만과의 경제협력 강화를 위한 협정 체결을 공식화한 것. USTR은 “대만과 디지털 무역 등 11개 분야의 협상에 합의했다”며 “초가을에 1차 공식협상이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 ‘코리아 리스크’ 지적된 중국 의존도

하지만 한국은 바이든 행정부의 프렌드쇼어링 정책의 수혜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의 대미 수출제품의 중국 원산지 비중이 5.4%로 중국산 중간재 의존도가 미국의 다른 우방국에 비해 높기 때문. 특히 한국의 컴퓨터·전자·광학 등 첨단 분야 대미 수출제품의 중국산 의존도는 7.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한국은 중국산 원산지 비중 축소를 요구받을 수 있다”며 ‘코리아 리스크’를 지적하기도 했다. 또 다국적 투자은행 라보뱅크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의 프렌드쇼어링 수혜국가 리스트를 제시하면서 중국산 부품 의존도와 중국의 보복 우려로 한국을 제외했다. 반면 고도 기술제품 분야에서 프랑스는 미국의 프렌드쇼어링으로 26만1000명, 일본은 24만 명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추정했다.

코트라는 “한국산 고도 기술 제품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4.2%로 6위에 그치는 등 상대적으로 부진하다”며 “미국, 유럽 등으로 고도 기술 수출 다각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정책은 향후 반도체 분야의 승자와 패자를 결정짓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며 “반도체 정책 수혜 경쟁에서 고지 선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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