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축구만큼 흥미진진”… 전기차 경주대회 ‘포뮬러E’, 서울서 피날레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입력 2022-08-16 07:00 수정 2022-08-16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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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서울 레이스서 통산 100번째 경기
집중호우·무더위 속 15·16라운드 개최
도심 질주하는 이색 레이스 ‘눈길’… 약 5만 명 방문
메르세데스벤츠, 2년 연속 팀·드라이버 챔피언 석권
다음 시즌 내년 1월 개막… 2번째 서울 경기 추진


사우디아라비아 디리야에서 시작해 멕시코시티와 뉴욕, 런던 등을 거쳐 대한민국 수도 서울을 찾은 ‘ABB FIA 포뮬러E 월드챔피언십’ 경주대회가 지난 14일 ‘2022 하나은행 서울 E-프리(E-PRIX)’ 16라운드 레이스를 끝으로 시즌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서울에서 포뮬러E 대회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 E-프리에서는 2021/2022 시즌 포뮬러E 월드챔피언십 피날레를 장식하는 15, 16라운드가 펼쳐졌다. 특히 서울 레이스는 포뮬러E 통산 100번째 경기이면서 시즌을 마무리하는 대회로 치러졌다.

대회 시작 직전까지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호우가 내리고 레이스 당일까지 많은 비가 예보되면서 포뮬러E 주최 측과 참가 팀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다행히 본 경기 날에는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았다. 레이스 시작 전날에는 햇볕이 뜨거워 그늘이 없는 곳에서는 피부가 쉽게 그을렸다. 포뮬러E와 레이스 참가 팀 관계자들은 만년설이 녹을 정도로 무더운 날씨가 지속되고 있는 유럽에서 왔지만 서울의 무더위에는 맥을 못 추는 모습이었다. 높은 습도 때문에 유럽보다 더 덥게 느껴졌다고 한다.
○ 가능성 확인한 ‘서울 E-프리’… 내년 두 번째 서울 레이스 추진
서울 포뮬러E 레이스는 잠실종합경기장에서 열렸다. 종합경기장 내부를 지나 잠실 올림픽공원 주변 도로를 활용한 코스가 마련됐다. 인근 일반도로 일부 차선을 통제하고 펜스를 설치해 총 길이 2.618km 레이스 코스 ‘서울 스트리트 서킷’이 완성됐다. 서킷은 총 22개 코너(턴) 구간을 포함한다. 실제 코스 폭은 생각보다 좁은 구간이 많았다. 일부 턴 구간은 레이스카 1대가 간신히 통과할 수 있는 너비로 높은 수준의 운전 실력이 필요해보였다. 실제로 14일 열린 16라운드에서는 추월을 시도하던 레이스카가 좁은 코너에서 다른 차와 살짝 충돌하면서 코너를 빠져나가지 못하고 멈춰서기도 했다.

서울 E-프리 레이스에는 경기 규정에 따라 젠2(Gen2) 레이스카를 공급받은 11개 팀과 드라이버 22명(각 팀당 2명), 레이스카 22대가 출전했다. 젠2 레이스카는 규정에 따라 최고출력 약 340마력(250kW)의 성능을 발휘하도록 만들어졌다. 일반레이스에서 약 300마력(220kW)을 낼 수 있고 포뮬러E 고유 요소인 어택모드를 통해 30kW를 추가할 수 있다. 본선 경기는 45분을 달리고 서킷 한 바퀴를 추가로 돌아 승부를 가리는 방식이다.
자동차 경주대회는 축구나 야구, 농구 등 구기종목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들에게 다소 생소한 스포츠다. 낯선 경기 규칙과 방식도 걸림돌이다. 국내 흥행 여부에 물음표가 붙었던 이유다. 하지만 미지의 세계에 대한 장벽을 조금만 걷어내면 충분히 매력적인 스포츠로 즐길 수 있다.
국내에서 처음 열린 이번 서울 E-프리는 대회 운영 측면에서 일부 과제를 남겼지만 흥행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도 포뮬러E 레이스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실제로 레이스 머신들이 달리는 모습은 보는 자체만으로도 흥미롭다. TV나 영화 속에서만 봤던 장면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전기차 특유의 전기모터 소리는 귀를 즐겁게 한다. 각 팀별로 부여되는 점수는 복잡해보이지만 알고 보면 꽤 간단하고 명료하다. 야구선수 타율이나 투수 승패처럼 정교하고 세밀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요소다.
지난 13일과 14일 레이스가 펼쳐진 서울 E-프리 누적 관람객 수는 약 4만9500명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폭발적인 규모는 아니지만 비싸게 책정된 티켓과 궂은 날씨를 감안하면 준수한 수준이었다는 평가다. 국내 도심 속 도로를 서킷으로 활용한 트랙은 경기에 대한 관심과 재미를 극대화했다.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한 ‘알리안츠 E-빌리지’ 역시 긍정적인 요소다. 완성차 브랜드의 차량 전시와 부스 및 이벤트 운영, 포뮬러E 시뮬레이터를 활용한 게이밍존(게이밍 아레나) 운영, 모터스포츠 스토어, 삼성전자 부스 등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마련됐다. 향후 더욱 다양한 브랜드가 참여해 보다 풍성한 전시 및 체험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
서울 E-프리는 역사적인 의미도 갖는다. 포뮬러E 통산 100번째 경기(16라운드)가 서울에서 열린 것이다. 또한 젠2 레이스카를 활용한 마지막 대회이기도 하다. 다음 시즌부터는 400마력 넘는 최고출력을 발휘하는 젠3 레이스카가 투입된다. 타이어 공급업체는 기존 미쉐린에서 한국타이어로 변경된다. 참가 브랜드는 메르세데스벤츠 팀이 빠지고 맥라렌과 마세라티가 새롭게 합류할 예정이다. 포뮬러E코리아 측은 내년 5월 두 번째 서울 E-프리 개최를 추진 중이라고 한다. 잠실종합운동장을 비롯해 광화문 광장 등이 후보지로 꼽힌다.

포뮬러E코리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과 집중호우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 포뮬러E 월드챔피언십을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개최를 통해 서울 E-프리가 대한민국 서울의 위상을 높이고 나아가 한국의 중요한 관광자원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마지막까지 치열했던 서울 레이스… 샴페인 주인공 ‘재규어·벤투리’
서울 레이스 첫날 대회인 15라운드에서는 재규어 TCS 레이싱 팀 소속 미치 에번스가 우승을 차지했다. 시즌 4번째 우승을 거머쥐면서 종합 드라이버 순위 2위에 올랐다. 15라운드 2위와 3위는 각각 올리버 롤랜드(마힌드라 레이싱)와 루카스 디그라시(로킷 벤투리 레이싱)가 이름을 올렸다. 노면이 젖은 상태로 시작된 15라운드 레이스는 시작한 지 1분 54초 만에 레이스카 8대가 연쇄 추돌하면서 경기가 40분가량 중단되기도 했다. 이후 재개된 레이스는 사고 당시 순위가 그대로 이어져 최종 순위로 정해졌다.
16라운드는 로킷 벤투리 레이싱 소속 에두아르도 모타라가 우승해 샴페인을 터뜨렸고 스토펠 반도른과 제이크 데니스(아발란체 안드레티 포뮬러E)가 뒤를 이었다. 대회 중간에 레이스카 2대가 살짝 충돌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레이스 시간이 6분가량 연장되기도 했지만 큰 사고 없이 경기가 마무리돼 포뮬러E 100번째 레이스 피날레를 장식했다.
○ 벤츠 2년 연속 더블 챔피언… DS·재규어 저력·포르쉐 부진
2021/2022 시즌 포뮬러E 월드챔피언십 종합 결과는 메르세데스-EQ 포뮬러E 팀이 석권했다. 스토펠 반도른이 총 213점을 획득해 드라이버부문 챔피언을 차지했다. 총 16개 레이스가 진행되는 동안 우승은 1회에 불과하지만 꾸준히 상위권을 기록해 이번 시즌 최고 드라이버 영예를 안았다. 7위 안에만 들면 챔피언 타이틀이 확정되기 때문에 서울 레이스 시작 전부터 드라이버부문 우승이 유력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재규어 TCS 레이싱 팀 소속 미치 에반스가 서울 E-프리 15라운드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막판까지 스토펠 반도른을 추격했지만 누적 승점이 부족해 이변을 연출하지는 못했다. 우승 횟수만 보면 미치 에반스가 4회로 스토펠 반도른을 압도한다.
팀 우승 역시 메르세데스-EQ 포뮬러E 팀에게 돌아갔다. 점수는 319점으로 2위 로킷 벤투리 레이싱 팀을 24점 앞섰다. 드라이버부문과 팀 부문 모두 1위를 차지하는 더블 챔피언을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달성했다. 지난 시즌 드라이버부문 챔피언 닉 드 브리스(메르세데스-EQ 포뮬러E 팀)는 이번 시즌 106점을 획득해 9위로 마무리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베를린 레이스 우승을 포함해 총 3번의 포디움을 기록했다.

포뮬러E에서 모든 타이틀을 거머쥔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포뮬러E 레이스에 참가하지 않는다. 우승을 거의 확정짓고 마지막 레이스를 치르는 만큼 서울에서 벤츠는 시종일관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벤츠코리아는 서울페스타 일환으로 마련된 이번 서울 E-프리 대회와 연계해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마케팅을 펼쳤다. 서울 서킷 바로 옆에서 열린 월드디제이페스티벌 메인 스폰서로 참여했고 포뮬러E 서울 E-프리에 마련된 알리안츠 E-빌리지에는 메르세데스-EQ 부스를 마련해 브랜드 전동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다른 주요 팀의 경우 팀 점수 295점을 확보한 로킷 벤투리 레이싱이 벤츠 팀에 이어 2위다. 로킷 벤투리 레이싱 팀은 모나코 국적 모터스포츠 팀으로 포뮬러E 창립멤버이기도 하다. 미국 할리우스 스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팀 설립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2020 시즌부터 메르세데스-EQ 파워트레인을 도입해 레이스에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메르세데스-EQ 파워트레인 기술이 이번 시즌 1위와 2위에 관여한 셈이다. 드라이버는 서울 E-프리 16라운드에서 우승을 차지한 에두아르도 모타라가 169점으로 종합 3위, 루카스 디 그라시가 126점으로 종합 5위다. 특히 루카스 디 그라시는 역대 개최된 포뮬러E 100번의 경기에 모두 출전한 선수로 기록됐다. 13일 열린 15라운드에서는 포뮬러E 드라이버 최초로 누적 점수 1000점을 돌파하기도 했다.
스텔란티스그룹 DS 테치타 팀은 종합 팀 점수 266점을 획득해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드라이버부문은 장 에릭 베르뉴 선수(144점)와 안토니오 펠릭스 다 코스타 선수(122점)가 각각 4위와 8위에 올라 팀에 힘을 보탰다. DS 테치타 팀은 이번 시즌 폴포지션 5회, 우승 1회, 포디움 7회 등의 성적을 기록했다. 서울 레이스에서는 유종의 미를 거둔 것으로 평가했다.

토마스 쉐보셔 DS퍼포먼스 디렉터 겸 DS 테치타 팀 감독은 “마지막 경주에서 모든 것을 바쳤다”며 “끊임 없는 노력과 레이스카 ‘DS E-텐스 FE21’ 덕분에 팀 챔피언십 시상대에 오를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다음 시즌에는 우승과 새로운 목표를 위해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 시즌에는 베르뉴 선수가 계약을 연장해 DS 테치타 팀과 다시 호흡을 맞추고 다 코스타는 서울 E-프리를 마지막으로 팀과 작별한다.
재규어 TCS 레이싱 팀은 서울 레이스에서 저력을 보여줬다. 드라이버 미치 에반스가 첫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미치 에반스는 경기가 40분 넘게 중단되고 사고가 빈번했던 15라운드에서 과감한 레이스를 펼쳐 초반부터 선두로 치고 나갔고 줄곧 1위 자리를 유지해 우승을 거머쥐었다. 마지막 16라운드에서는 7위에 그쳤지만 이번 시즌에만 우승 트로피를 4회나 들어 올리면서 드라이버 종합 순위 2위를 기록했다. 미치 에반스의 활약에 힘입어 재규어 TCS 레이싱 팀은 시즌 종합 팀 순위 4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3번째 시즌을 맞은 태그호이어 포르쉐 포뮬러E 팀은 이번 서울 대회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포르쉐 포뮬러E 팀을 떠나는 앙드레 로테레르는 마지막 레이스에서 결승선을 밟지 못했고 15라운드 7위를 기록한 파스칼 베를라인은 16라운드에서는 초반에 기권했다. 시즌 전반적으로는 기복 있는 모습을 보였다. 종합 성적은 팀 순위가 7위(134점), 드라이버 순위는 파스칼 베를라인이 10위(71점), 앙드레 로테레르는 12위(63점)다.
플로리안 모들링거 포르쉐 모터스포츠 포뮬러E 디렉터는 “이번 시즌 레이스에서 드러난 약점을 보완해 새로운 머신 젠3와 함께 다음 시즌 우승에 도전할 것”이라며 “챔피언 타이틀을 놓고 경쟁할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가기 위해 계속해서 승리하는 것이 다음 시즌 목표”라고 강조했다.

ABB FIA 포뮬러E 월드챔피언십 시즌9 대회는 내년 1월 14일 멕시코시티 E-프리에서 개막한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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