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참전용사 보은행사 16년째 계속…모두 돌아가셔도 유족들 매년 초청”

용인=김갑식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2-08-15 03:00 수정 2022-08-15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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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추모의 벽’ 제막 행사
자작 추모시 낭송 소강석 목사


미국 추모의 벽 준공 기념식 전날인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열린 참전용사 초청 행사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는 새에덴교회 소강석 목사(위쪽 사진)와 참석한 참전용사들. 새에덴교회 제공

‘…/주님, 추모의 벽에 새겨진 자유와 평화의 수호천사들의 이름이/검은 폭풍이 몰아치는 휴전선 위에/사랑과 평화의 별빛으로 떠오르게 하소서/…’

지난달 27일 미국 워싱턴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에서 열린 ‘미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추모의 벽) 제막식에서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가 낭독한 자작 추모시 ‘꽃잎의 영혼들이여, 사무치는 이름들이여’의 일부다. 추모의 벽에는 미군 전사자 3만6634명, 한국군 카투사(KATUSA) 7174명의 이름이 새겨졌다. 국적이 미국이 아닌 전사자의 이름이 미국 내 참전기념 시설에 새겨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교회 신자 30여 명과 함께 국내 개신교계 지도자로 유일하게 이 행사에 참석한 소 목사를 12일 경기 용인시 새에덴교회에서 만났다. 그는 ‘윤동주문학상’ ‘천상병귀천문학상’을 수상하고 10여 권의 시집을 출간한 시인이기도 하다.

―추모시를 낭독할 때 어떤 느낌이었나.

“추모의 벽 건립을 제안했던 참전용사 윌리엄 웨버 예비역 대령(1925∼2022)이 준공식을 앞두고 올해 4월 돌아가셨는데, 그분이 간절하게 생각났다. 6·25전쟁 때 오른쪽 팔과 다리를 잃은 그는 평생 대한민국을 잊지 않고 사랑했다.”

―시 낭독은 예상했나.

“사실 이번 행사에서 감사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주최 측에서 시인이라는 것을 알고서 시 낭독 요청을 했다.”

―어떻게 준비했나.

“시를 쓰다 보면 찾아오는 시가 있고, 짜내는 시가 있다. 추모 시는 평소 생각해서인지 찾아왔다. 영어로 옮겨 낭독했는데 발음이 ‘콩글리시’라 그렇지 더듬은 적은 없다.(웃음)”

―추모의 벽과 현지 참전용사 초청행사는 어땠나.

“대한민국이 참전용사들의 희생으로 자유와 번영을 이뤘으니 감사해야 한다. 그런데 거꾸로 그분들이 눈물을 흘리며 고맙다고 하니 부끄럽고 고마울 뿐이다. 참전용사협회장을 지낸 한 분은 ‘죽기 전에 꼭 한국을 다시 보고 싶다’고 하더라. 참전용사는 90대 중반 초고령이다. 건강이 허락하는 분들은 내년에 모두 한국으로 모시겠다.”

―2007년 참전용사 리딕 너대니얼 제임스 씨를 만난 것이 16년째 이어진 새에덴교회 참전용사 초청행사의 씨앗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제임스 씨와 웨버 대령 모두 돌아가셔서 안타깝다. 참전용사들은 우리보다 대한민국을 더 사랑하는 이들이다. 독도 문제로 한일 간 갈등이 있을 때 이분들은 ‘우리가 참전했을 때 독도는 대한민국 땅이었는데 왜 독도가 일본 땅이냐’며 백악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참전용사 행사를 하느라 교회 재정이 어렵지는 않은가.

“교회의 첫 번째 과제는 예수님 복음을 전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사회적, 시대적 정신을 선도하는 것도 교회의 중요한 역할이다. 오늘날의 자유와 번영이 참전용사들의 희생으로 얻어졌다는 과거를 잘 기억하는 것은 신앙에 도움이 된다.”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참전용사들이 안타깝게도 모두 돌아가신 후에는 그 가족들을 초청할 계획이다. 국내외 참전용사 초청행사가 각 지역별 대표적 교회들이 나서 보훈의 마음을 나누는 자리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새에덴교회가 독점하는 행사가 아니다.”



용인=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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