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깜빡깜빡’ 증상 유사한 노년기 우울증과 치매…구분법은?

뉴스1

입력 2022-08-12 15:10 수정 2022-08-12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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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기 우울증 대표 증상 (서울대학교병원 제공)
이상하게 울적하고 무기력해지는 우울증. 노년기 우울증은 이런 기분 장애와 더불어 기억력 감퇴와 지적인 기능 저하도 동반해 흔히 나타난다. 하지만 우울증이라고 속단해 내버려둬서는 안된다. 전문가들은 노인들의 우울증이 경우에 따라 치매로 진행할 수 있는 위험요인 혹은 전조증상이라고 본다.

박지은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12일 노인 우울증과 치매가 어떻게 구별되는지 사전 파악이 중요하다면서 우울증의 증상과 치료법, 치매와의 구분법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 전체 노인의 약 10~20%는 우울증…치료율은 낮아

최근 치매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비교적 젊은 사람도 ‘치매가 온 것 같다’ 혹은 ‘치매에 걸릴까봐 걱정된다’며 병원을 찾는다. 하지만 그중에는 치매보다 우울증으로 진단 받는 경우가 더 많다.

우울증은 의욕 저하, 우울감, 그리고 다양한 정신 및 신체적 증상을 일으켜 일상 기능의 저하를 가져오는 질환이다.

이는 65세 이상 인구 10명 중 2~3명이 경험한다고 알려진 매우 흔한 정신건강 문제다. 노년기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이 자주 느끼는 증상은 ‘기억력이 나빠졌다’는 것이다.

마치 치매에 걸린 것처럼 인지 문제를 심하게 호소하는데, 이 경우 ‘가성 치매’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진짜 치매는 아닌데 치매와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우울증을 가진 사람들은 인지 기능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기분이 가라앉거나 매사에 관심과 의욕이 떨어질 수 있다. 입맛이 줄고 잠을 못 자는 증상도 동반될 수 있다.

특히 몸이 아프거나 기운이 없고, 소화가 잘되지 않아 가슴이 답답한 상태 등의 ‘신체 증상’을 자주 호소하는 것도 노년기 우울증의 특징이다.

노년층에서는 우울한 기분을 분명하게 호소하지 않더라도 그 이면에 우울증이 숨어있을 가능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노년기 우울증은 전체 노인의 약 10~20%에서 흔하게 나타나지만 치료를 받는 비율은 매우 낮다.

우울증은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삶의 질이 낮아지고 신체 질환에도 영향을 줄 수 있고 사망률을 높이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노년기 우울증은 항우울제 등의 약물을 사용하면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고 좋아질 수 있다.

항우울제는 수면제나 안정제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다른 약물과 함께 사용해도 안전하다. 따라서 고령 환자도 대부분 불편함 없이 복용 가능하다.

앓고 있는 질환이나 복용하는 약물, 최근의 스트레스, 불안정한 환경요인도 우울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의료인이 포괄적으로 평가하고 개입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 치매 가능성 때문이라도 노년기 우울증, 제때 진단·치료해야

특히 노년기 우울증을 진단하고 치료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는 ‘치매로의 진행 가능성’ 때문이다. 치매로 이어지는 우울증은 인지 기능의 변화가 동반된다.

노년기 우울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크게 두 그룹으로 나눠진다. 첫 번째 그룹은 20~30대 젊은 나이에 우울증이 발생해 나이 들어서까지 지속되는 ‘조발성 우울증’이다.

반면 두 번째 그룹은 젊었을 때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가 중년 이후에 우울증이 발생하는 경우로 ‘만발성 우울증’이라고 한다.

이 경우 뇌의 퇴행성 변화가 동반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특히 주의 깊게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

우울증 초기부터 인지 기능 문제가 동반되거나 치료 중 우울 증상은 좋아졌지만 기억에 호전이 없는 경우, 우울증 약물치료에 반응이 좋지 않은 경우에서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신경퇴행성 질환의 동반 가능성을 봐야 한다.

우울증과 치매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여러 질문이 필요하고 인지 기능 검사나 자기공명영상(MRI)와 같은 뇌 영상 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우울증과 치매를 구분할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인지 기능이 어떻게 나빠져 왔는가’다.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의 80% 이상은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이러한 퇴행성 질환은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나빠지는 것이 특징이다.

즉, 우울증 환자의 경우 ‘기억력이 갑자기 나빠졌다’ 혹은 ‘기분 상태에 따라 기억력이 좋았다 나빴다 한다’라고 보고할 수 있다.

그러나 퇴행성 치매 환자는 ‘기억력이 조금씩 점차적으로 더 나빠진다’라고 보고한다.

따라서 현재 인지 기능뿐만 아니라 2~3년 전 기억력에 대해서도 파악이 필요하다. 또한 작년과 올해의 기억력도 비교해 봐야 한다.

박지은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서울대병원 제공)


◇ 치매는 예방이 중요…우울증을 잘 치료하는 것도 예방법 중 하나

일상적으로 꼭 해야하는 활동인데 안하는 것도 우울증이나 치매의 증세 중 하나다. 이때 우울증으로 인해 의욕이 없고 귀찮아서 안하는 것인지, 아니면 인지 기능에 문제가 있어서 실수가 생기고 못 하는 것인지 잘 구분해야 한다.

또한 치매는 예방이 매우 중요하다. 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우울증을 잘 치료하는 것이다. 특히 경도인지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우울 증상이 있는 경우 치매 진행이 더 빠르기 때문에 치료가 더욱 필요하다.

박지은 교수는 “나이가 들어 우울증이 발생했다면 꼭 병원에 와 치료를 받고, 혹시 머릿속에서 치매가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체크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또한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면,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꾸준히 병원에 내원해 인지 기능 검사를 받아보라”고 조언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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