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폭우’ 참변에 ‘반지하 불허’ 고개…‘비정상거처 사다리’ 우려도

뉴스1

입력 2022-08-11 12:58 수정 2022-08-1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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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일가족 3명이 폭우 침수로 목숨을 잃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주택가 반지하가구. 뉴스1

서울 등 중부지방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반지하 거주민들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자 지하·반지하 주거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정책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국토교통부도 관련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1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부는 각종 재해·재난에 취약한 지하·반지하 주거와 관련해 관계 실·국이 참여하는 전방위 대책을 마련 중이다. 전날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을 주문한 데 따른 것으로, 2020년 코로나19 상황 등으로 무산됐던 지하·반지하 주거 전수분석조사 재개를 비롯해 건축법·주택법 개정 등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하·반지하 주거를 전면 금지해야한다는 서울시 주장도 검토 대상이다. 서울시는 지하·반지하의 ‘주거 목적 용도’를 전면 불허할 수 있도록 정부와 협의할 방침으로, 이번주 중 지하층을 주거용으로 건축 허가하지 않는 내용의 ‘건축허가 원칙’을 각 자치구에 전달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건축법에 ‘상습 침수지역 또는 침수 우려지역에서 반지하주택 건축을 허가하지 않는다’는 의무 규정을 넣는 방안을 정부에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며 “그 밖에 다른 대책들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0일 오전 서울시 동작구 상도동 폭우 침수 피해 가구를 찾고, 안전취약가구 보호를 위한 근본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국토부 제공

정부와 서울시가 대책을 검토하고 나선 건 지난 8일부터 수도권에 집중된 폭우로 반지하 거주민들이 연달아 사망하면서다. 관악구 신림동에서 일가족 3명이, 동작구 상도동에서 50대 여성이 물이 찬 집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고립되며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대책의 실효성과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주거용 지하·반지하는 주로 다세대주택이나 일부 단독주택에 수요가 집중되는데, 이를 불허한다 해도 신축 건물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신축 다세대주택 등 대다수가 주차 공간 확보를 위해 필로티 형식을 고려하는 만큼 근본적인 대책이 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서울시가 10~20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장기적으로 주거용 지하·반지하 건축물을 없애겠다고 밝히면서, 사라지는 지하·반지하를 대체할 이주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20년 통계청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전국 지하·반지하 32만7000가구 중 20만1000가구(61%)가 서울에 있어, 이들이 장기적으로 고시원·쪽방 등 또 다른 ‘비정상거처’로 내몰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박훈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은 “(지하·반지하 주거의) 기능과 수요를 대체할 수 있어야 현실적인 지원이 된다”며 “문제라고 해서 없애버리기만 한다면 더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내몰려 또 다른 비극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 같은 우려를 감안해 비정상거처 거주민들의 정상주택 이주지원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당초 이주지원 가구를 연 5000가구에서 1만가구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시 등 각 지자체가 주거상향에 관심을 쏟으면서 (계획했던 폭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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