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주가 배달하거나 퇴근길 음식 픽업… 늘어나는 ‘배달앱 패싱’

김소민 기자

입력 2022-08-11 03:00 수정 2022-08-11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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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급성장’ 배달앱 성장세 주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심모 씨(29)는 최근 9000원짜리 중국집 쟁반짜장을 배달앱으로 주문하려다가 배달료가 3000원에 달하는 것을 보고 가게로 직접 전화했다. 가게 점주는 심 씨 집이 오토바이로 5분 거리인 것을 확인하고 손수 배달하겠다며 주문을 받았다. 심 씨는 “사장님도 배달앱 수수료가 너무 비싸 가까운 거리 단골손님은 직접 배달한다더라”라며 “나도 요즘엔 가게로 바로 전화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급격한 물가 상승 속 배달비 부담이라도 줄이기 위해 가게 점주가 직접 배달하거나 소비자가 직접 픽업(방문 포장)하는 등 ‘배달앱 패싱’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2년간 급성장한 배달 시장은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와 동시에 성장세가 주춤하는 모양새다. 배달앱 후발주자들은 업계 평균 대비 저렴한 배달 수수료를 책정하거나 초저가 상품 구색을 늘리며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 배달앱 패싱하고 퇴근길 손수 픽업
8년 차 직장인 김모 씨(34) 역시 최근 ‘탈(脫)배달’ 대열에 합류한 사례다. 그는 즐겨 먹는 샌드위치 배달료가 2000원에서 3500원으로 오르자 퇴근길 가게에 직접 들러 포장해오기 시작했다. 세종 직장인 황모 씨(28·여)도 자전거를 타고 10분 거리 치킨집으로 직접 픽업을 나간다. 황 씨는 “마치 배달 기사로 ‘투잡’을 뛰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직후인 5월 모바일 음식서비스 거래액(2조167억 원)은 전년 동기 대비 3.1% 줄었다. 코로나19 기간인 2020년, 2021년에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8.0%, 68.9% 성장했던 시장이다. 배달 시장 성장 둔화는 배달앱 이용자 수 감소로도 나타난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배달앱 3사(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월간 이용자 수는 지난달 2207만5364명으로, 2월(2443만9641명) 대비 236만 명 줄었다.
○ 배달비 낮추고 물가안정 동참하는 후발주자들

배달료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가 많아지자 후발주자들은 기존보다 저렴한 배달료로 틈새시장 공략에 나섰다. 위메프오는 ‘카카오 T 도보배송’ 플랫폼과 연계해 1km 내외 근거리 주문 시 배달 수수료를 기존 배달 서비스 대비 30%가량 저렴하게 책정한다. 위메프오에 입점한 외식업체는 별도 절차 없이 주문접수 프로그램에서 ‘카카오 T 도보배송’을 선택할 수 있다.

경기도가 개발한 공공배달앱 ‘배달특급’은 중개 수수료를 1% 남짓으로 유지하고 있다. 신한은행이 출시한 ‘땡겨요’는 점주들에게 카드 매출 대금을 빠르면 당일 정산해주는 시스템을 선보이고 있다.

대형마트처럼 물가안정 프로젝트에 동참하는 배달앱도 등장했다. 요기요의 장보기 서비스인 요마트는 GS더프레시의 초저가 PB 브랜드인 리얼프라이스 상품 200여 종을 최대 50% 할인 판매하는 가격 인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요마트 관계자는 “퀵커머스 장보기는 비싸다는 인식을 없애기 위해 편리함과 가격을 함께 잡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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