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반지하 주택’ 없애나간다…정부와 ‘주거불허’ 적극 협의
뉴스1
입력 2022-08-10 17:20 수정 2022-08-10 17:21
9일 간밤의 폭우로 일가족 3명이 사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다세대 주택 반지하층이 여전히 물에 잠겨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115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에 반지하 주택 침수가 잇따르고 인명피해도 발생하자 정부와 서울시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추진한다.10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하·반지하의 ‘주거 목적의 용도’는 전면 불허하도록 정부와 협의할 예정이다. 현재 서울 시내에는 전체 가구의 5% 수준인 약 20만가구의 지하·반지하가 주거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 건축법 11조는 ‘상습적으로 침수되거나 침수가 우려되는 지역에 건축하려는 건축물에 대해 지하층 등 일부 공간을 주거용으로 사용하거나 거실을 설치하는 것이 부적합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시 건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건축허가를 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다만 법이 개정된 2012년 이후에도 반지하 주택이 4만채 이상 건설된 것으로 파악돼, 서울시는 앞으로 상습 침수 또는 침수 우려 구역을 불문하고 지하층은 사람이 살 수 없도록 개선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이번 주 중으로 건축허가 시 지하층은 주거용으로 허가하지 않도록 각 자치구에 ‘건축허가 원칙’을 전달할 계획이다.
또 ‘반지하 주택 일몰제’를 추진, 기존에 허가된 지하·반지하 건축물에 10~20년 유예기간을 주고 순차적으로 주거용 지하·반지하 건축물을 없애 나간다. 현재 거주 중인 세입자가 나간 뒤에는 더 이상 주거용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비주거용 용도 전환을 유도할 방침이며, 이 경우 건축주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마련한다.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진흥아파트 상가 지하가 침수돼 펌프로 물을 퍼내고 있다. 2022.8.9/뉴스1 ⓒ News1
서울시는 “근린생활시설, 창고, 주차장 등 비주거용으로 전환할 경우 리모델링을 지원하거나 정비사업 추진 시 용적률 혜택 등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세입자가 나가고 빈 공간으로 유지되는 지하·반지하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빈집 매입사업’을 통해 사들여 리모델링, 주민 공동창고나 커뮤니티시설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아울러 상습 침수 또는 침수 우려 구역을 대상으로 모아주택, 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통한 빠른 환경 개선을 추진한다. 이 지역 지하·반지하 주택에서 거주하는 기존 세입자들은 주거상향을 통해 공공임대주택 입주 지원이나 주거바우처 등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달 내 주택의 2/3 이상이 지하에 묻혀있는 반지하 주택 약 1만7000가구를 우선적으로 현황 파악해 대책을 마련한다. 또 서울 시내 전체 지하·반지하 주택 20만가구를 대상으로 전수조사, 데이터베이스 구축, 위험단계 구분 관리를 시행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하·반지하 주택은 모든 측면에서 주거취약 계층을 위협하는 후진적 주거유형으로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며 “시민 안전을 보호하고 주거 안정을 제공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대책 마련을 주문한 만큼 주거취약계층 안전강화를 위한 대책이 이른 시일 내에 마련될 가능성이 크다. 원 장관은 이날 오전 8시쯤 서울 동작구 상도동 반지하 가구를 찾아 피해 상황과 복구 현황을 보고받은 뒤 지하·반지하에 사는 시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원 장관은 “이러한 비극이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주거환경정비, 도시계획, 스마트기술 등 정부가 가진 모든 역량을 총결집해 주거취약계층 안전강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8일 상도동에서는 반지하에 거주하던 50대 여성이 폭우로 물이 찬 집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관악구에서도 집중호우로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 살던 일가족 3명이 침수로 인해 숨졌다.
서울시 자치구별 피해 현황 잠정 집계 결과 이날 오전 7시 기준 주택·상가침수 3430건, 도로침수 224건, 산사태 10건 등이다. 인명 피해는 사망 5명, 실종 4명, 부상 1명이며 다수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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