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우주센터부터 전남 맛집까지 하늘 길로 떠나요”

박서연 기자

입력 2022-08-11 03:00 수정 2022-08-11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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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편으로 국내여행 즐기기


직장인 Y 씨는 올해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다가 지난해 휴가를 떠올리곤 갑자기 피곤해졌다. Y 씨는 지난해 여름 3박 4일 일정으로 가족들과 강원도 해변으로 여행을 떠났다. 푸른 바다에서 쉬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리고 오겠다는 계획과 달리 여행은 그에게 진한 피로감만 남겼다. 아침 일찍 고속도로를 달렸지만 평소 3시간이면 가던 거리를 6시간 가까이 달려야 했던 것이다. 돌아올 때는 무려 8시간 가까이 걸렸다. 여행의 피로는 다음 날 출근할 때까지 풀리지 않았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의 평균 여름휴가 일수는 3.6일이라고 한다. 나흘도 안 되는 휴가 기간에서 길에서 보내는 시간을 빼면 실제 여행을 즐기는 시간은 이틀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최근 치솟은 유가는 자동차 운전으로 휴가 계획을 세우는 이들에게 시름을 더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MZ 세대를 중심으로 항공편을 이용한 여행이 주목받고 있다. 비행기를 타고 여행지 근처 공항까지 간 뒤 렌터카를 빌려 여행하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국내 어느 공항이든 1시간 이내로 이동할 수 있어 시간 절약에 탁월한 데다 때로는 KTX를 이용할 때보다 비용도 저렴하다.

최근 부상하고 있는 항공편을 이용해 직장인의 평균 휴가 90시간을 꽉 채워 여행할 수 있는 몇 가지 인기 코스를 소개한다.


한 시간이면 우주 찍고 독일로(여수공항, 사천공항→고흥, 남해)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고흥 외나로도는 수도권에서 자동차를 운전해 가자면 정남 방향으로 6∼7시간은 걸리는 먼 곳이다. KTX를 이용해도 여수역까지 기차로만 3시간 가까이 걸린다. 하지만 비행기로는 1시간 정도면 여수공항에 닿을 수 있다. 여수 공항에서 다시 렌터카를 이용해 1시간 남짓 운전하면 외나로도다. 외나로도는 1994, 1995년 고흥군과 내나로도를 잇는 나로대교와, 내나로도와 외나로도를 잇는 나로2대교가 놓이면서 여수에서 육로로 접근하기 쉬워졌다. 가볼 만한 곳으로는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이 있다.

외나로도에 갔다면 봉래산 탐방길도 놓칠 수 없다. 나로도 최고봉인 봉래산에는 일제강점기부터 조성된 수령 90년 이상의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빽빽이 자라고 있다. 숲길을 따라 두세 시간 걷다 보면 풍부한 피톤치드에 몸과 마음이 치유된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나로도항에서 배로 5분만 가면 닿을 수 있는 쑥섬, 애도에 가 보자. 여름에 수국이 만발한 섬으로 정상에는 한 부부가 20년 가까이 정성껏 가꾼 정원을 관람할 수 있다.

풍광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남해도 여수공항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면 갈 수 있다. 남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광지 독일마을도 1시간 30분이면 닿는다.

몸에 줄을 매달고 바닥이 투명한 스카이워크를 아찔하게 걸어볼 수 있는 보물섬 전망대, 천 길 벼랑 끝에서 몸을 날리는 아찔한 그네를 탈 수 있는 설리 스카이워크도 있다. 남해는 진주·사천공항을 이용한다면 더 빨리 갈 수 있다.


가장 빠른 천년 시간여행(포항경주공항, 울산공항→경주)


천년고도 경주는 대한민국 누구나 인정하는 볼거리 많은 여행지다. 하지만 수도권에서 자동차를 운전해 가자면 막히지 않아도 5시간 가까이 걸린다. 항공편을 이용해 경주 여행을 간다면 이용할 수 있는 공항은 두 곳이다. 포항경주공항과 울산공항이다.

지난달 14일 포항공항에서 이름을 바꾼 포항경주공항은 앞으로 항공 운항 편수를 늘리고 경주 관광지와의 직행버스노선을 신설할 예정으로 ‘다시 떠나는 수학여행’을 콘셉트로 학창 시절의 추억도 만끽할 수 있다.

울산공항도 경주 관광할 때 이용하기 좋다. 김포공항에서 출발하는 비행편도 하루 10여 편으로 잦은 편이고, 경주 시내까지 렌터카로 40∼50분 정도면 닿을 수 있다.

비행기 여행으로 시간을 절약해 요즘 MZ세대들 사이에서 인기라는 황리단길의 카페 투어도 여유롭게 즐겨보자.


먹거리 넘치는 전남도 하늘길로(무안공항→강진, 목포, 완도, 해남)


여행의 큰 재미 중 하나는 먹거리다. 무안공항을 이용하여 목포, 강진, 완도, 해남 등지를 도는 남도 맛기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목포 시내엔 낙지 요리집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남도음식축제 대상에 빛나는 독천식당이 유명하다.

강진은 한정식 집들이 자웅을 겨룬다. 육해공을 아우르는 다양한 반찬과 요리들이 상다리가 부러져라 차려져 나오는 것이 강진 한정식의 특징이다.

완도는 역시 전복이 유명하다. 전국에 유통되는 전복의 70%가 생산되는 지역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완도전복거리’라는 전복요리 특화 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해남에선 100년 전통의 한정식집 천일식당이 기다린다. 떡갈비를 비롯한 산해진미가 가득 차려진 상을 번쩍 들고 들어와 내려놓는 것이 이 식당의 방식이다. 이 외에도 해남에는 토종닭 요리, 샤브샤브, 순댓국 등 지역 맛집이 수두룩하다.


1분 1초라도 빨리 파도를 타고 파(양양공항→양양, 속초)


몇 년 전부터 MZ 세대들에게 핫한 취미가 된 서핑. 강원도 양양은 서퍼들에게 성지라고 할 수 있다. 양양공항에서 양양 터미널까지는 무료셔틀이 운행 중이고, 일부 서핑 강습소에서 공항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특히 여름에는 해변 어디나 차량이 많아 주차전쟁이 일어나므로 항공편과 대중교통을 적절히 이용한다면 주차 스트레스로부터도 해방이다. 한편 전라남도에서 양양 등 강원도 여행을 할 때도 매일 아침 출발하는 광주공항의 양양행 항공편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6월 14일부터 강릉-속초-양양향 버스가 양양공항을 경유하여 하루 4번 운행 중이다. 강릉이나 속초 등으로의 서핑 여행도 그만큼 더 편리해졌다.

항공편 이용으로 서핑을 하고도 시간의 여유가 생겼다면 올해 문을 연 ‘속초 아이 대관람차’를 타 보자. 시시각각 달라지는 아름다운 속초해수욕장의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박서연 기자 sy00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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