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값 심상찮더니… 밀가루 가공식품 원가 1년새 41% 급등

세종=최혜령 기자 , 서영빈 기자

입력 2022-08-10 03:00 수정 2022-08-10 06:16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농촌경제硏 ‘물가 영향’ 보고서
우크라 전쟁 영향 원재료값 급등
식용유-설탕값도 물가 상승 주도
“곡물값 영향 하반기에도 지속될 듯”
통계청 “교통비 1년새 15% 상승”


국제 곡물가격 등 원재료 값 상승으로 올 1분기(1∼3월) 밀가루 가공식품의 원가가 1년 전보다 41.5%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식용유와 설탕 등의 원가가 높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기름값이 치솟으면서 교통비 상승률도 외환위기 수준으로 가파르게 올랐다.

9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원)이 발표한 ‘원재료 수입가격 상승의 가공식품 물가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밀가루 등 제분류의 공급원가는 1년 전보다 41.5% 올랐다. 이는 밀과 옥수수, 쌀 등 제분 가공에 들어가는 원재료 가격 상승폭을 바탕으로 추정한 것이다. 같은 기간 식용유 공급원가는 27.8%, 설탕은 23.4% 높아져 밀가루와 함께 가공식품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밀과 옥수수, 대두는 밀가루와 식용유 등으로 1차 가공되고, 다시 면류 과자 등으로 재가공돼 소비자에게 판매된다. 이에 따라 1분기에 주요 가공식품인 빵(3.0%), 과자(7.5%), 면류(12.8%) 가격이 일제히 올랐다. 사료용 밀과 옥수수 값이 오르면 이를 원료로 사용하는 사료 값이 올라 축산물 가격에도 영향을 준다.

농경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국제 곡물가격 상승 영향이 올 하반기(7∼12월)에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에 원재료가 도착하기 3∼6개월 전 식품업체들이 국제 시장에서 곡물을 매입해 약 3∼6개월의 시차를 두고 국제 가격이 국내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농경원은 3분기(7∼9월) 곡물 수입가격이 1분기보다 30%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4분기(10∼12월)에는 상승세가 다소 누그러지지만 여전히 2분기(4∼6월) 가격 수준보다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통비도 최근 크게 오르며 물가 상승에 한몫하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7월 교통비 물가지수는 123.4(2020년=100)로 1년 전보다 15.3% 올랐다. 이는 같은 달 기준으로 1998년(17.2%)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교통비는 각종 대중교통 운임과 연료비·수리비 등 승용차 운영비용 등으로 구성된다. 교통비는 올 3월(12.7%)부터 5개월째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이는 외환위기였던 1997년 12월∼1998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교통비가 크게 오른 것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경유와 휘발유 값이 1년 전보다 각각 47.0%, 25.5% 급등한 영향이 컸다. 통계청 관계자는 “과거 외환위기 때는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기름값을 포함한 전반적인 물가가 폭등했다”고 설명했다.

공급망 차질에 따른 원자재, 부품가격 상승도 교통비 상승으로 이어졌다. 7월 들어 카시트와 와이퍼 등 자동차 용품 가격은 1년 전보다 18.1%, 세차료는 8.9% 올랐다. 운송서비스 가격도 전년에 비해 2.8% 올랐다. 특히 국제항공료(23.0%)와 국내항공료(16.3%)의 상승 폭이 컸다. 유가 상승과 함께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로 여행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서영빈 기자 suhcrates@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