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부담에… 청약시장도 ‘옥석 가리기’

정서영 기자

입력 2022-08-09 03:00 수정 2022-08-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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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오르며 실수요자 청약 주춤
지방-나홀로단지 등서 미분양 속출
전국 미분양, 6월 2만7910채로 늘어
경기 과천자이-위례포레자이 등… 시세차익 기대 단지엔 청약 몰려



한때 ‘로또 청약’으로 불리며 뜨거웠던 청약 시장이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얼어붙고 있다. 높은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단지에는 여전히 지원자가 몰리지만 수도권 외곽, 지방은 물론 서울에서도 미분양이 발생하는 등 ‘옥석 가리기’가 두드러진다.

8일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자사 애플리케이션(앱) 이용객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 따르면 하반기 아파트 청약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988명 중 39.1%는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를 청약 시 가장 걱정되는 점으로 꼽았다. ‘낮은 청약 가점과 높은 경쟁률로 인한 낮은 당첨 확률’(35.4%), ‘분양가상한제 개편에 따른 분양가 인상 우려’(12.9%) 등이 뒤를 이었다. 금리 인상 등으로 올해 청약 계획을 변경했냐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의 38.9%가 ‘민간, 공공, 임대 등 청약 유형 변경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실수요자들이 원리금 부담 등으로 청약 여부를 신중히 결정하기 시작하면서 미분양 주택도 증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만7710채였던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올해 1월 2만 채를 돌파한 이래 6월 2만7910채까지 늘어났다.

특히 나홀로 단지 등 청약에 불리한 아파트들은 서울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1∼6월) 서울에서 진행한 총 10개 단지 청약 중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영등포’와 ‘힐스테이트 세운 센트럴’ 1·2단지 등 3곳만 1순위 청약에서 마감됐다. 강북구 ‘한화 포레나 미아’, ‘북서울자이 폴라리스’ 등 나머지 7곳은 미달되며 무순위 청약을 받고 있거나 앞으로 받을 예정이다.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은 지역에 분양가가 시세 대비 높다는 지적을 받는 단지들이지만 1년 전 ‘청약 불패’ 행진을 이어갔던 때와는 다른 분위기다.

지방 청약 시장은 지난해 말부터 침체기가 이어지며 청약 흥행을 위해 경품을 거는 단지도 나왔다. 최근 분양한 경북 칠곡군 왜관읍 ‘왜관 월드메르디앙’은 추첨을 통해 명품 핸드백과 의류 건조기, 무선 청소기 등을 경품으로 지급한다고 밝혔지만 전용 84m²가 대거 미달됐다. 3일 청약 접수를 마친 대구 서구 비산동 ‘힐스테이트 서대구역 센트럴’도 총 일반분양 가구 수 757채 중 651채가 미달됐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지난달 29일 미분양이 늘어난 대구 중구·동구·남구·달서구 등을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반면 수억 원대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는 청약 시장에는 여전히 지원자가 몰리고 있다. 4일 경기 과천시 ‘과천자이’ 무순위 청약에는 일반공급 10채에 7579명이 접수해 평균 757.9 대 1 경쟁률을 보였다. 3일 청약을 진행한 경기 하남시 ‘위례포레자이’ 1가구(전용 131m²)에도 총 4030명이 몰렸다. 주변 아파트 시세를 고려할 때 두 단지 모두 당첨 시 적게는 수억 원, 많게는 10억 원 이상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단지들이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으로 원리금 부담이 높아진 만큼 청약 시장에서도 옥석 가리기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청약 불패’ 믿음으로 무조건 청약을 넣고 보는 분위기가 식어가고 있다”며 “나홀로 단지, 비선호 브랜드 등 상대적으로 매력이 떨어지는 아파트들 위주로 청약 열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고 말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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