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팬데믹, 변종 바이러스… 기초연구에 답이 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2-08-08 03:00:00 수정 2022-08-08 03: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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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기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장

최영기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소장. IBS 제공

“과학적 근거가 명확한 ‘과학방역’ 전략을 수립하려면 기초연구가 답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최영기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소장은 지난달 말 대전 기초과학연구원(IBS)에서 기자와 만나 바이러스 기초연구의 중요성을 이같이 강조했다. 정치권에서 강조되는 ‘과학방역’을 구현하기 위해선 인류가 아직 이해하지 못한 바이러스의 특성을 파악하고 인체가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면역체계 연구 데이터가 축적돼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령층은 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을 받아야 하는지, 여러 종류의 백신을 교차 접종했을 때 왜 면역반응이 더 좋아지는지 등을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는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에 대비하고 미래의 또 다른 감염병에 대한 대응 역량을 축적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출범했다. 연구소 내에 ‘신변종 바이러스 연구센터’와 ‘바이러스 면역 연구센터’를 운영 중이다. 가시적인 연구 성과도 여럿 내놓고 있다. 65세 이상 고령층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저연령층보다 중증 진행 가능성과 전파율이 높고, 그 원인은 대식세포 과활성 현상이라는 연구 결과를 올해 1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해 주목받았다.

바이러스 특성을 토대로 최근 코로나19 재유행을 전망해 달라는 질문에 최 소장은 “결국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에 답이 있다”고 했다. 해마다 전문가들의 분석을 토대로 세계보건기구(WHO)가 그해 겨울 유행할 바이러스 유형을 정하면 해당 바이러스 항원을 겨냥한 백신을 제조해 보급하는 것처럼 코로나19도 인류와 공존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초연구와 임상연구가 오랜 기간 진행돼 데이터가 축적돼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최 소장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늦었지만 다양한 백신 기술을 확보하고 기초연구 데이터를 꾸준히 쌓으면 신변종 바이러스 대응 역량을 자체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예산과 인력 확보다. 올해 연구소 예산은 총 142억 원인데, 내년 예산은 129억 원으로 약 9% 줄었다. 원천기술을 개발해 백신·치료제 상용화로 이어질 수 있는 연구를 하기 위한 세 번째 센터 설립 계획은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 세계적 코로나19 확산으로 바이러스 연구 인력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 인력 충원도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최 소장은 “해외에서 깊이 있는 연구를 진행하는 한국 연구자들이 많지만 연구 환경이나 처우 문제로 모셔 오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현재 연구소 내 센터 두 곳의 연구 인력은 박사급 13명을 포함해 18명에 불과하다. 당초 목표였던 센터당 30여 명에 한참 못 미친다. 최 소장은 미국 국립보건원(NIH) 등을 직접 찾아 연구 인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수립 중이다.

북미, 남미, 유럽, 중국, 인도 등과의 글로벌 연구협력도 추진하고 있다. 최 소장은 “에볼라바이러스까지만 해도 감염병은 특정 지역에 국한된 문제였지만 코로나19 이후 신변종 바이러스 감염병은 전 지구적인 문제가 됐다”며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새로운 정보들을 서로 공유할 수 있고 위급 상황 대응에 필요한 중요한 정보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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