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랑 음성 채팅하자”…청소년들 성범죄 위험에 노출된 메타버스

뉴시스

입력 2022-08-05 14:52 수정 2022-08-0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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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메타버스(현실세계와 가상세계가 융복합된 3차원 가상세계) 플랫폼이 성범죄의 온상이 되어 가고 있다.

성별, 나이 등을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고 익명이 보장되면서 아이들이 범죄에 노출돼 있더라도 이를 제재할 방안이 부족해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5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2019년 64건이던 디지털 성범죄 발생 건수가 2020년에는 99건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도 81건의 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해 야외 활동이 줄면서 사이버 공간 내에서 성범죄 발생이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디지털 성범죄는 주로 ‘N번방 사건’과 같이 인터넷 커뮤니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중심으로 발생했으나 최근에는 메타버스 플랫폼으로까지 확산하는 양상이다.

특히 메타버스 플랫폼은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10대인 만큼 미성년자들이 범죄에 노출되기 쉽다.

실제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기자가 메타버스 플랫폼 내 성범죄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14세 여학생을 가장하고 ‘제페토’에서 활동해봤다. 대체로 이용자들끼리의 일상적인 대화나, 서로의 배역을 정해 놓고 역할극을 하는 등 재미 위주의 이야기가 오갔다.

그러나 새벽 시간대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자신을 23살 ‘오빠’라고 소개한 양복을 입은 한 남성 아바타는 음성 채팅에 응하거나 얼굴 사진을 보내주면 선물을 보내주겠다며 말을 걸어왔다.

“예쁠 것 같다”, “몸매가 좋을 것 같다”와 같은 성희롱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요청을 거절하자 그 남성 아바타는 다른 아바타에게 다가가 음성 채팅을 하자고 요청했다. 그리고는 앱 내에 행동 기능을 활용해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자세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사례가 발생하더라도 앱 내에서 해당 아바타를 신고해 이용을 못 하도록 하는 제재만 할 수 있을 뿐 법적인 처벌은 어렵다.

현행법상 특정 대상에 대한 성희롱 등으로 불안감과 성적수치심을 느끼게 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은 있지만, 사람이 아닌 아바타에 대한 행위는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 관계자는 “메타버스 플랫폼 내에서 발생하는 성희롱 등 디지털 성범죄는 날이 갈수록 다변화하고 교묘해지고 있고 10~20대 피해자들이 많이 발생한다”며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님들이 먼저 메타버스 플랫폼을 이용해보고, 그에 적합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윤영덕 의원은 지난달 27일 메타버스 내 성범죄 및 스토킹 행위에 대한 처벌 조항을 담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핵심 내용은 메타버스 내 가상공간에서 다른 사람의 아바타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동을 하거나, 타인의 아바타가 거부를 하는데도 스토킹 행위를 하면 징역 1년 이하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전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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