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TSMC회장 반도체동맹 논의… 中은 배터리 美투자 보류

뉴욕=김현수 특파원 , 구특교 기자 , 신아형 기자

입력 2022-08-04 03:00 수정 2022-08-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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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대만갈등]美-中 공급망 패권 갈등도 격화
美, 대중 첨단반도체 투자 봉쇄 나서
TSMC 의존 높은 中 강력 반발할 듯… FT “TSMC, 극심한 곤경에 빠져”
中, 한국 반도체 수출의 60% 차지… 업계, 양국 갈등속 파장에 촉각



세계 첨단 반도체 90% 이상을 생산하는 대만을 두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최고조로 치달으면서 ‘반도체 안보’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만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3일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 TSMC 마크 류 회장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전날 서명한 반도체지원법과 TSMC의 미국 투자 확대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주도 반도체 공급망 재편의 핵심 파트너로 대만이 떠오르면서 첨단 반도체 대부분을 TSMC에 의존하는 중국의 보복도 예상돼 세계 산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3일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기업인 중국 CATL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따른 미중 갈등 속에서 자동자 제조업체 테슬라와 포드 등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북미 공장 설립 투자 계획 발표를 보류했다고 보도했다.
○ “펠로시 방문에 TSMC, 극심한 곤경 빠져”



미국은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한국과 대만을 가장 중요한 나라로 꼽고 있다. 지난해 미 반도체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10nm(나노미터)급 이하 최첨단 반도체 92%는 대만에서, 8%는 한국에서 생산된다. 특히 올해 1분기(1∼3월)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54%를 차지하는 TSMC는 애플을 비롯한 글로벌 테크 기업에서 쓰는 시스템반도체를 싹쓸이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대만과 적대적인 관계여서 미국이 대만 반도체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할 수밖에 없다”며 “미국에 첨단 반도체 공장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2일 서명한 반도체지원법도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을 지원해 미국에 첨단 반도체 생산기지를 늘리고 중국의 기술 발전을 견제하려는 것이다. TSMC가 미 애리조나주에 짓고 있는 5nm 미세공정 파운드리 공장도 지원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미국 반도체 지원 법안은 미국-대만 반도체 산업 협력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 10년간 중국 투자가 제한된다’는 조항이 TSMC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중국 난징 공장에서 16nm 반도체를 생산하는 TSMC는 미국 지원을 받으면 중국에서의 증설 투자가 사실상 어려워진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TSMC를 극심한 곤경에 빠뜨렸다”며 “첨단 반도체에 집착하는 중국의 심각한 반발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 韓은 美-대만 반도체 밀착 경계
베이징 美대사관 앞 中군인들 3일 중국 베이징에서 군인들이 주중 미국대사관 앞을 줄지어 가고 있다. 셰펑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2일(현지 시간) 늦은 밤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를 불러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해 “악랄한 행동이며 천하의 나쁜 짓”이라고 항의했다. 베이징=AP 뉴시스
대만을 둘러싸고 미중이 군사적으로 충돌하면 글로벌 테크 산업이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류 회장은 1일 CNN 인터뷰에서 “중국이 공격하면 TSMC 공장이 가동되지 못하고 미중 대만 모두 잃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TSMC 주가는 전날 2.45% 급락한 데 이어 2일에도 0.30% 하락해 3일 연속 하락세로 나타났다. TSMC에서 반도체를 받아 대만 폭스콘 공장에서 아이폰을 조립하는 애플 주가도 이날 1% 가까이 떨어졌다.

한국 반도체 업계는 펠로시 의장의 TSMC 면담이 “우리 산업에 득 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국의 반도체 동맹 구상인 ‘칩4’에서 대만을 한국보다 더 핵심 주체로 여기는 것이 확인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중 갈등이 격화될수록 국내 반도체 수출의 60%(홍콩 포함)를 차지하는 중국 반도체 시장을 잃을 확률도 커진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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