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도 뜀박질, 감당못해” 세입자 삼중고 [기자의 눈/정순구]

정순구·산업2부 기자

입력 2022-08-03 03:00 수정 2022-08-03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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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 엄두 못내고 전세도 부담
세입자 주거불안 갈수록 심화
공급확대-임대차법 개정 나서야


정순구·산업2부

“매매는 생각도 못할 만큼 비싸고, 전세는 대출이자 부담이 너무 커요. 월세 하나 남았는데 월급으로 감당이 안 되네요.”

지난달 임대차법 시행 2년을 앞두고 만난 세입자들은 ‘주거 불안’이 갈수록 심해진다고 입을 모았다. 월세·전세·매매시장 혼란이라는 ‘삼중고’로 미래가 불투명해지면서 자포자기하는 이들도 나온다. 월세에서 생활비를 아껴 전세로 옮기고, 다시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주거 사다리는 무너졌다. 무주택 서민에게 내 집 마련이란 어느새 오를 수 없는 ‘벽’이다.

매매시장은 2∼3년간 치솟은 집값에 기준금리 인상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겹치면서 ‘거래 빙하기’에 돌입했다. 전국 집값 총액 상위 50개 단지(KB부동산 리브온 기준)의 올해 상반기(1∼6월) 거래량은 518건으로 지난해 동기(1609건) 대비 약 70% 급감했다. 무주택 실수요자는 거래절벽으로 좀처럼 내리지 않는 집값에, 높은 대출금리 부담까지 겹치며 내 집 마련의 꿈을 당분간 접어야 하는 상황이다.

전셋값은 끝 모를 상승세를 멈췄지만, 올라도 너무 올랐다. 서울 전용 85m²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2020년 상반기 5억7064만 원에서 올해 6억5457만 원으로 8000만 원 이상 상승했다.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하면 대출 이자 부담만 연간 최고 500만 원 넘게 오른 셈이다. 여기에 월세까지 뛰며 세입자들은 도심에서 더 먼 곳으로, 혹은 아파트에서 연립·다세대주택으로 밀려나고 있다. 무주택자들의 ‘집 없는 설움’이 커졌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무너진 주거 사다리를 복구하기 위해 전월세 시장 안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매매가가 비싸도 전월세 가격이 안정되면 세입자들이 주거 불안을 호소할 이유가 적다. 반대의 경우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서라도 매매에 나서려는 실수요자가 늘어난다.

이런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민간임대 등 시장 공급을 늘려 가격을 안정화하면서 임대차법 개정 등으로 제도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 일각에선 여전히 “전세가격 상승세가 꺾였다. 임대차법으로 인한 전세대란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둑이 무너져 물이 넘치는데, 물살이 약해졌으니 그냥 두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정부와 국회가 밀어붙인 법으로 서민들이 감당한 혼란은 2년이면 족하다.



정순구·산업2부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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