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도 사모펀드도 미술품에 꽂히다

이호 기자

입력 2022-08-02 03:00 수정 2022-08-02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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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증권, 조각투자 플랫폼과 MOU
사모펀드, 공동구매 플랫폼 투자도 수익성 높은편… 세금 부담도 적어
부동산과 달리 양도세만 내면 돼
전문가 “위작-파손 등 위험 부담”



증권사와 은행, 사모펀드(PEF) 등 국내 금융회사들이 기존 투자 영역에서 벗어나 미술품 투자 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고가의 작품을 소액으로도 쪼개 투자하는 것이 가능해질 정도로 미술품 투자가 크게 대중화되면서 금융회사들이 이를 통해 수익을 얻고 자사의 고객 기반도 넓히려 하고 있는 것이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기관 전용 사모펀드(PEF) 운용사 크로스로드파트너스는 온라인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아트앤가이드’를 운영하는 열매컴퍼니에 수십억 원 규모로 투자를 완료했다. 내년 기업공개(IPO)를 앞둔 열매컴퍼니는 누적 공동구매액 기준 국내 1위 업체로 총 150여 개 작품, 400억 원 규모의 공동구매를 진행한 바 있다. 크로스로드파트너스 김효상 대표는 “미술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향후 미술품 투자 플랫폼의 가치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돼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키움증권도 최근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테사와 사업 상호 협력을 위한 포괄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테사는 모바일 앱을 통해 글로벌 200위 내 블루칩 아티스트의 작품을 최소 1000원부터 조각투자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미술품 등 고가 자산의 지분을 온라인에서 분할 투자하는 조각투자는 최근 들어 20, 30대 젊은층의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앞서 올 3월 NH농협은행도 테사와 사업 협력을 위한 협약을 맺은 바 있다. 이들 금융사와 미술품 투자기업은 상호 협력을 통해 대고객 마케팅과 투자자 보호 등의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얻겠다는 포석이다.

금융회사들이 이런 분야에 적극 관심을 보이는 것은 최근 미술품 투자가 비교적 높은 수익성과 안정성, 낮은 조세 부담 등의 장점을 내세워 대중의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미술품은 투자시장 활황기에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점진적으로 가격이 상승하고, 불황기에도 거래가 유보되며 가격이 유지되는 특성이 있다. 게다가 미술품은 취득세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등을 내야 하는 부동산 투자와 달리 양도차익에 따른 양도세만 내면 된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국내 미술 시장 거래액은 2021년 9223억 원으로 예측됐다. 전년(3291억 원) 대비 세 배에 이르는 수치다. 이승환 미래에셋증권 프라이빗뱅커(PB)는 “최근 눈에 띄는 점은 기존 VIP 외에 일반 중산층 고객들도 미술 소액투자를 이야기한다는 것”이라며 “일부는 경매회사 크리스티나 소더비에 직접 방문할 정도로 미술품 투자에 열성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미술품 시장 투자가 그 특성상 위작이나 도난, 파손 등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은 피해갈 수 없다. 지난해 펀드를 통해 미술품 투자를 검토했었던 한 PEF 운용사 대표는 “이 시장이 유망하다고 판단해 미술품 구입을 검토했으나 진품 판단과 도난 방지 등 실물 미술품 관리에 대한 부담감 탓에 투자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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