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에 장사 없다, 대세 하락 시작” vs “매물 던지기 같은 본격 하락 징후 없어”

김우정 기자

입력 2022-07-31 11:06 수정 2022-07-3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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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타워팰리스. [뉴스1]
“서울 강남 주요 아파트 단지도 가장 높았을 때보다 1억~2억 원 낮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합니다. 아직 일부 급매물에 국한된 현상 같긴 하지만, 금리나 경제 상황이 워낙 유동적이라서 부동산시장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가 없네요. 일단 거래가 전혀 없으니 사무실 운영하기도 빠듯합니다.”(서울 강남구 한 부동산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 부동산시장은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 매도자는 호가를 섣불리 낮추지 않고 매수자도 시장 상황을 지켜보느라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주요 지역의 일부 대장주 아파트 거래에서 가격 하락이 관측돼 “부동산 하락세가 본격화됐다”는 분석과 “급매물에 국한된 일부 현상”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국내 대표 아파트 단지 50곳 가격 ‘하락세’


한국부동산원이 7월 21일 발표한 ‘7월 3주 차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5.7로 전주(86.4) 대비 0.7포인트 낮아져 11주 연속 하락했다. 매매수급지수는 한국부동산원이 인터넷 매물 건수 분석 및 회원 중개업소 설문을 통해 아파트 수요·공급 비중을 수치화한 것이다. 기준선인 100보다 낮을수록 매수자보다 매도자가 많다는 뜻이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도 전주보다 0.9포인트 낮아진 88.5로 2019년 7월 29일(88.4) 이후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 속에서 고공 행진하던 주요 아파트 단지의 가격 상승세도 주춤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 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KB선도아파트50’ 지수(7월 11일 기준)는 101.18로 지난달(101.42)보다 0.24포인트 하락했다. 해당 지수가 내린 것은 2020년 5월 이후 2년 2개월 만이다. KB선도아파트50 지수는 매년 12월 시가총액이 가장 높은 국내 아파트 단지 50곳을 선정해 가격 변동을 수치화한 것이다. 강남 3구, 양천, 강동 등 서울 한강 이남과 마포, 용산, 중구, 서대문 등 한강 이북, 경기와 부산 일부 단지가 포함돼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주간동아’와 통화에서 “해당 지수는 부동산 가격 흐름에 대해 일종의 선행성을 띤다”며 “그간 부동산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아도 대단지 블루칩 단지들은 그나마 거래됐는데 이런 상황마저 바뀔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서울 주요 지역에선 거래절벽 속 일부 급매물을 중심으로 가격이 하락한 사례도 나오고 있다.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1차 전용면적 164.97㎡(47층)는 6월 29일 42억5000만 원에 거래됐다. 6일 같은 면적 매물(46층)이 43억5000만 원에 팔려 신고가를 경신한 지 약 3주 만에 1억 원이 떨어진 것이다. 해당 아파트는 KB선도아파트50 지수의 분석 대상에도 포함되는 강남의 대장주다. 비슷한 시기 강남구의 다른 아파트 단지 실거래가도 하락했다. 6월 청담동 청담자이 전용면적 89㎡는 지난해 12월 실거래가 36억2500만 원(34층)보다 7500만 원 떨어진 35억5000만 원(27층)에 팔렸고,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면적 59㎡는 6월 28일 전고가 대비 1억4500만 원 하락한 21억4000만 원에 거래됐다.


실거래가 오히려 상승한 곳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뉴스1]
부동산시장이 침체하리라는 전망이 커지면서 실거래가가 상승한 것이 하락한 사례로 잘못 알려진 경우도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6월 9일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7차 전용면적 157.36㎡(5층) 매물이 55억 원에 거래됐다. 이는 5월 19일 현대아파트 6차의 같은 면적(4층) 매매가 58억 원보다 3억 원 낮은 금액이다. 한 달도 안 되는 시간 차를 두고 강남 대장주 단지의 실거래가가 억 단위로 떨어졌다며 주목받았다. 하지만 실제론 55억 원 매물 거래가 58억 원 매물보다 먼저 이뤄졌다는 것이 강남 부동산업계의 전언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압구정동 내 아파트 매매는 강남구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인근의 한 부동산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55억 원에 거래된 물건의 토지거래허가가 늦어지면서 실거래가가 떨어졌다고 잘못 알려진 것으로 안다”면서 “58억 원 매물이 나중에 거래됐으니 실거래가는 오히려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구의 또 다른 부동산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같은 아파트 단지라도 층수나 일조권, 조망권 등 조건에 따라 시세 차이가 1억 원가량은 나는데 일부 거래 사례만 놓고 가격 하락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급매물 나와도 ‘아직 매수 시점 아냐’ 반응”


개별 아파트 매매 추이와 별개로 시장의 매수 심리는 많이 가라앉은 상태다. 한국부동산원이 분석한 올해 1~5월 전국 아파트 매매 건수는 15만5987건으로 2006년 해당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적었다(그래프 참조). “금리가 오른 데다 언론에서 집값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계속 나오다 보니 시장은 관망세”라는 것이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이 전한 현 상황이다. 강남지역 한 부동산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매물은 나오지만 집주인들이 호가를 낮추는 경우는 없다”며 “문의 전화가 가끔 올 뿐 실제로 매수하는 사람이 없으니 거래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동산 관계자는 “아직 실거래가가 떨어지진 않았지만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면 (아파트 값이) 1억~2억 원은 빠지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면서 “거래가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토지거래)허가제 등 규제가 더 풀려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사진 제공 · 래미안]
부동산시장 관망세는 강북 대장주 단지도 비슷하다. 거래가 뜸한 가운데 일부 급매물은 신고가 대비 낮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 것이다. 이른바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열풍을 견인한 마포구 대장주 마포래미안푸르지오의 전용면적 114㎡ 매물은 7월 1일 24억 원에 거래됐다. 마포구 아현동의 한 부동산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신고가 24억 원을 찍은 후 올해 7월에도 같은 가격에 거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84㎡의 경우 19억4000만 원(지난해 10월 27일 실거래가 기준)에 거래되던 것이 최근 일부 급매물이 18억1000만 원, 18억4000만 원에 거래됐다”고 덧붙였다.

서울 종로구 경희궁자이. [뉴시스]
서울 구도심의 대장주로 꼽히는 종로구 경희궁자이의 사정도 비슷했다. 해당 아파트 단지 인근의 한 부동산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집주인은 대부분 호가를 낮추지 않고 있고, 84㎡를 20억 원 초반에 내놓은 급매물만 두어 개 있는 상황”이라며 “해당 물건을 내놓은 매도 희망자는 금리인상에 부담을 느끼거나 강남 등 상급지로 갈아타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기존에 매수를 문의한 이들에게 전화해 급매물이 나왔다고 알려도 ‘아직 매수 시점이 아니다’라는 반응이 돌아온다”고 덧붙였다.

거래가 실종되자 부동산중개업소는 영업난을 호소한다. “올해 상반기부터 계속 개점 휴업 상태다. 가게 임차료가 낮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게 문만 열어놓고 손가락을 빨고 있다”(서초구의 한 부동산공인중개사)거나 “실수요자 위주로 한두 건 이뤄질 뿐 거래가 거의 없다. 중개수수료도 절반으로 낮아졌고 매매는 물론, 임대차계약도 그리 활발하지 않아 사무실을 운영하기도 버거운 상황”(서대문구의 한 부동산공인중개사)이라는 것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6월 폐업한 전국 부동산중개업소는 1148곳으로 전달(727곳) 대비 57.9% 늘었다. 특히 서울에서 폐업한 중개업소는 314곳으로 5월보다 67% 급등했다.

시장 상황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본격화됐다”는 주장과 “가격이 급락할 신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이 엇갈린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부동산시장이 하락장에 진입했다고 봐야 한다”면서 “완전한 거래절벽으로, 특히 최근엔 매수자 우위의 거래절벽”이라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부동산 가격이 그간 계속 상승해 이제 떨어질 때가 됐다”며 “가격 상승 원동력이던 저금리 유동성이 ‘자이언트 스텝’에 따라 회수되기 시작한 것이 큰 변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 가격도 현재까진 어느 정도 버티고 있으나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에서 홀로 상승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이제 하락장이 본격화된다고 봐야 한다”면서 다음과 같이 부연했다.

“금리인상 앞에 장사 없다. 강남 부동산은 불패가 아닌 가격이 덜 빠지는 ‘덜패’라고 봐야 한다. 올해 하반기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같은 투자 상품은 가격 낙폭이 더 클 가능성이 높다. 물론 시장을 주도하는 강남 아파트는 가격 상승기엔 다른 지역보다 빠르게 회복하긴 할 것이다. 강남 부동산에 투자하면 결코 실패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지역보다 손해를 덜 본다고 이해해야 한다.”


“하락장 본격화” vs “공포 분위기 조성에 불과”


반면 섣부른 폭락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조영광 대우건설 빅데이터 연구원은 “최근 부동산시장 상황이 안 좋긴 하나, 대세 하락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하락론의 근거는 금리가 오르면서 부동산 거래가 감소한다는 것인데, 국내 가계 대출 연체율이나 저(低)신용자 비율은 아직 상당히 낮아 ‘매물 던지기’ 같은 본격적인 가격 하락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조 연구원의 설명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거래량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서울 주요 지역 일부 아파트 단지는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가격이 폭락할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김 소장은 “2019년 정부가 8·2 부동산대책을 내놨을 때도 급매물이 나와 비교적 낮은 가격에 거래됐는데 그것을 두고 가격 하락이라고 하진 않았다”며 “일부 급매 거래 가격을 두고 대세 하락장이 시작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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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50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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