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과 재미 두 토끼 잡는 당구…80대에도 ‘하이런’[김종석의 굿샷 라이프]

김종석기자

입력 2022-07-31 10:00 수정 2022-07-3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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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생활스포츠 새롭게 각광
-PBA 출범 후 스타 탄생 주목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며 세대 교류
-시간 비용 절약, 가성비 높은 실내활동


김영수 프로당구연맹(PBA) 초대 총재(80)가 큐대와 볼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 총재는 “당구는 남녀노소, 3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국민 스포츠로 장점이 많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40대 회사원 A 씨는 요즘 70대 아버지와 당구장을 자주 찾는다. A 씨는 “날씨가 더운데 당구장을 가면 시원하고, 담배 연기가 자욱하던 과거와 달리 깨끗한 환경이 됐다. 당구를 좋아하시는 아버지와 게임을 즐기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부자간의 대화도 많아졌다. 고교생 아들이 더 크면 온 가족이 가보려 한다”고 소개했다.

당구가 국민생활 스포츠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19년 프로당구(PBA) 출범 후 환상적인 플레이와 남다른 스토리를 지닌 스타들이 쏟아지며 관심도 높아졌다.

4년째 PBA를 이끌고 있는 김영수 초대 총재(80)는 “국내 당구인구는 1000만 명 가까운 것으로 추산된다. 전국에 당구장은 2만 개에 이른다”며 “당구는 국민 생활체육으로 가성비가 높고 남녀노소, 3대가 함께 즐길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인터넷과 휴대전화에 빠지기 쉬운 학생들은 집중력을 올릴 수 있으며 식사 후 2차 장소로 당구장을 향하는 문화가 생겼다는 게 김 총재의 설명이다.

이번 시즌 개막 후 2개 대회를 치른 PBA는 4년차를 맞아 팬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는 게 PBA 측의 설명이다. PBA는 중계 도달률이 50% 가까이 돼 프로야구에 이어 2위 수준이라고 밝혔다. PBA 등록 선수만도 약 850명일 만큼 저변이 확대됐다.

김영수 총재는 “당구의 부정적 이미지를 PBA가 새롭게 탈바꿈시켰다. 팬들에 많은 즐거움을 줄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체력 운동을 바탕으로 프로 데뷔 1년 반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한 조재호(42·NH농협카드). PBA 제공



●노년층 신체 정신 사교 3박자 균형 도움


당구는 심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국민체육진흥공단에 따르면 1시간 당구 게임을 하면 약 2~4km를 걷게 된다. 공을 치는 스트로크 자세를 통해 허리를 굽혔다 펴는 동작을 반복하게 돼 근력도 키울 수 있다.

당구 선수들도 과거와 달리 웨이트 트레이닝 등 훈련에도 집중하고 있다. 조재호(42·NH농협카드)는 이번 시즌 프로당구(PBA) 개막전에서 프로 데뷔 후 첫 우승을 신고해 상금 1억 원으로 국내 선수 상금 랭킹 1위에 나섰다. 40대 전성기의 원동력에 대해 그는 “두 달 동안 주 4회 상체 웨이트 훈련을 한 덕분에 몸의 반동을 이용해 칠 때보다 요동이 적어져 정확도가 높아졌다”고 답했다. 당구도 워밍업과 스트레칭 등 사전 준비 과정도 중요하다.


무더운 여름철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노년층에게도 당구는 장점이 많다. 덴마크 코펜하겐 노후건강 연구소는 1주일에 적어도 4차례 당구를 치는 70~95세 남성은 당구를 치지 않는 같은 연령대 피조사자에 비해 건강 상태가 매우 양호했다고 발표했다. 관절에 큰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신체활동량을 늘릴 수 있으며 정서와 사교에 긍정적으로 작용해 자칫 무료해 지기 쉬운 노년층 삶의 질을 높여준다는 것이다. 게임을 하는 동안 기본적인 물리학, 기하학 같은 정신적인 수학 계산과 추정을 수행해야 한다. 당구를 잘 치기 위한 눈과 손의 협응력도 향상될 수 있다.

고급스러운 카페 분위기 당구장 모습. 동아일보 DB



●무더운 여름철 안성맞춤 실내활동



솔병원 나영무 원장(스포츠의학 전공)은 “무더운 여름철 야외활동이나 운동은 땀을 많이 흘려 탈수 현상을 일으키거나 심혈관계에 무리를 줄 수 있다”며 “실내스포츠인 당구는 건강을 지키는 데 꽤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나 원장에 따르면 당구는 중강도 이상의 운동량은 아지만 당구를 치기 위해 상체와 하체를 계속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신체 활동량을 증가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당구는 노년층에게 두뇌 활동을 집중적으로 사용하도록 유도해 치매 예방도 할 수 있다. 나 원장은 “두 명에서 많게는 네 명까지 함께 경기하는 당구는 남녀노소, 신체적 상태와 연령의 구분 없이 함께 할 수 있다. 경기 시간을 조절할 수 있고 비용의 부담도 적어 자칫 소외될 수 있는 노년층에게 사회적인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된다”고 덧붙였다.

대학 시절 처음 접한 사구 실력이 150점이라는 김영수 총재 역시 “당구는 순간적인 근육의 강도가 요구되기에 충분히 운동이 된다. 효과가 많고 가성비 높은 스포츠 활동”이라고 말했다.


●30년 동안 주말 등산이 보약


김영수 프로당구연맹(PBA) 총재(80)가 북한산 문수봉에 올라 카메라 앞에 섰다. 김 총재는 30년 동안 매주 산을 찾고 있는 게 건강 유지의 비결이다. 김영수 총재 제공


당구 예찬론자를 자처한 김 총재는 80대에도 현역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국회의원, 청와대 민정수석을 거쳐 문화체육부 장관 시절 프로농구 출범에도 힘을 보탰다. 한국농구연맹(KBL) 총재를 역임한 뒤 72세였던 2014년에 개최된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장을 맡는 체육계와도 오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건강 유지의 비결은 등산이다. 그는 30년 가까이 주말이면 늘 지인들과 북한산을 찾고 있다. 다른 일정이나 날씨 탓에 도저히 산에 갈 수 없으면 주중이라도 꼭 등반을 해 ‘보강’한다. “서울 종로구 형제봉 매표소를 출발해 대성문 대남문을 거쳐 문수봉(727m)에 오른 뒤 평창동으로 내려오면 3시간 걸려요.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설악산, 지리산 등 다른 큰 산도 갑니다.”

산을 찾기 위해 평소 세심하게 몸 관리를 하고 있다. 매일 2km 산책을 하고 주2회 헬스클럽도 찾는 김 총재는 소식(小食)을 실천하고 있다. “문민정부 시절 민정수석으로 일할 때 김영삼 전 대통령의 식습관을 따라하기 시작했어요. 식사할 때 뭐든 미리 3분의 1 정도를 덜어낸 뒤 드셨거든요.”

김 총재는 “자신의 몸 상태에 따라 100m, 200m라도 걸어야 한다. 꾸준히 자기 수준에 맞춰 차츰 거리를 늘리다 보면 못 오를 산이 없게 된다”고 말했다. 등산의 매력은 성취감이라는 게 김 총재 얘기다. “등산은 고난입니다. 고진감래를 느끼는 게 등산입니다. 등정했을 때 성취감을 잊을 수 없어요. 하산 후 마시는 맥주나 막걸리 한 잔은 기가 막히죠.”

“시도조차 하지 않은 샷은 100% 실패한다”는 ‘빙판의 제왕’ 웨인 그레츠키의 한 마디는 당구장에서도 명언으로 통한다. 작은 목표라도 세우고 뭐라도 실행에 옮겨보시라.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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