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달 밟으며 고혈압-당뇨 날려…“자전거 ‘덕후’되고 건강 좋아졌어요”

김상훈 기자

입력 2022-07-29 10:30 수정 2022-07-29 10:48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최용성 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우연한 기회에 자전거에 입문한 후 ‘자전거 덕후’가 됐다.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한 결과 11개월 만에 고혈압, 당뇨, 비만 등 만성질환을 모두 잡아 건강을 되찾았다. 최 교수가 경희대 교정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최용성 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47)의 전공은 미숙아 치료다. 1kg도 되지 않은 채 26주 이전에 태어난 아기들을 돌본다. 신생아 중환자실을 책임지다 보니 한밤중에도 응급 콜을 받고 병원으로 달려간다. 아픈 아기들을 지켜보는 것도 고통스럽다. 이런 스트레스를 운동으로 해소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을 내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랬던 최 교수가 요즘은 자전거 타기에 푹 빠져 산다. 스트레스를 날리고 건강을 잡았다. 페달을 밟다가 문득 새로운 미숙아 치료법이나 검사법이 떠오른다. 동시에 ‘세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자전거에 입문한 지 11개월.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입문 한 달 만에 자전거 출퇴근 도전
최 교수는 세 아들의 아빠다. 휴일에는 아이들의 공부를 돕는다. 숙제를 독려하고 잘 마쳤는지도 검사한다. 지난해 8월의 어느 휴일이었다. 아이들의 숙제를 체크하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휴일에도 공부만 할까? 함께 야외 활동을 하면 머리도 식히고 좋을 텐데….’

뭔가 해 보자며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마침 그 무렵 최 교수 주변에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많았다. 아파트 윗집 아저씨까지 자전거를 권하고 있었다. 아이들도 자전거가 좋다고 했다. 곧바로 마트로 가서 저렴한 자전거 두 대를 샀다.

주말에 집 근처 정릉천변으로 나가 아이들과 자전거를 탔다. 재미가 쏠쏠했다. 바람에 실려 오는 물 냄새, 몸에서 배어나오는 땀 냄새가 모두 좋았다. 2시간 자전거를 타고 귀가한 후에도 여운이 남았다.

자전거를 탄 지 한 달여. 최 교수는 자전거 출퇴근에 도전하기로 했다. 집에서 병원까지는 직선거리로 3.7㎞다. 버스는 우회하기 때문에 40~50분 정도 걸리지만 자전거로 정릉천변을 가로지르면 15~2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쇠뿔도 단김에 빼겠다며 곧바로 자전거 출퇴근에 돌입했다.

자전거 출퇴근을 하다 보니 농촌에 살던 중학 시절 자전거로 등교하던 때가 떠올랐다. 추억하기 또한 새로운 재미였다. 최 교수는 “당시 앞으로 자전거에 푹 빠질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두 달 만에 ‘자전거 덕후’가 되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최 교수는 급속하게 ‘덕후’로 변해갔다. 한 달 만에 휴가를 내고 선배 2명과 경기 팔당댐을 넘어 왕복 100㎞의 거리를 하루 만에 다녀올 정도였다. 자전거 출퇴근 횟수도 ‘매주 2회’에서 ‘거의 매일’로 늘렸다. 자전거로 퇴근하기 힘든 회식 날에는 서울시 공용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출근했다.

더 많이, 더 능숙하게 타 보고 싶은 욕심도 커졌다. 우선 주행 거리를 늘렸다. 퇴근길을 우회해 7.5㎞ 코스로 늘렸고, 30분에 주파했다. 이게 익숙해지자 25㎞, 40㎞ 코스도 만들었다. 25㎞ 코스는 1시간, 40㎞ 코스는 2시간이 소요됐다.

겨울이 다가오자 걱정거리가 생겼다. ‘강추위가 닥치고 눈이 오면 자전거를 못 타는 게 아닐까?’ 처음엔 무시했다. 영하 6도의 날씨에 손발이 엄청 시렸는데도 자전거를 끌고 나갔다. 하지만 겨울 내내 무모하게 자전거를 탈 수는 없었다.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올 2월부터 다시 거리를 늘렸다. 퇴근 시간뿐 아니라 출근 시간에도 우회 주행을 했다. 가끔은 출근 시간에도 40㎞를 달렸다. 매주 150㎞의 거리를 자전거로 완주하자는 목표도 세웠다. 요즘에도 이 목표는 반드시 이행한다. 그러려면 매주 3회 이상은 2시간짜리 코스를 주행한다.

최 교수는 8월에는 병원 내 자전거 동호회 CBC(Complete Bicycle Club) 회원들과 전국 자전거 대회에 참가한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국토 종주도 염두에 두고 있다. 50대 중반부터는 자전거 캠핑을 시작하고, 60대가 되기 전 스위스 알프스에서 열리는 대형 자전거 대회에 참가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처럼 틈만 나면 자전거 탈 궁리만 하는 최 교수이지만 ‘휴일 자전거 금지’ 원칙은 반드시 지킨단다. “휴일에 자전거를 끌고 나가면 아내가 무척 싫어합니다. ‘가족의 평화’를 위해서 주말엔 쉬어야죠.”
● 11개월 만에 ‘건강지표’ 다 좋아져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최 교수에게는 질병 가족력이 있다. 모친은 고혈압과 당뇨가 있다. 외삼촌은 신장질환으로 돌아가셨다. 부친에겐 부정맥이 있다. 몸을 관리하지 않으면 최 교수도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건강관리를 할 겨를이 없었다.

그 결과 갈수록 피로가 풀리지 않았다. 잘 때는 천장이 무너져라 코를 골았다. 체중은 75㎏을 넘겼다. 쉴 때도 심박수가 1분에 90회를 넘겼다. 심박수가 지나치게 빠르면 부정맥과 심근경색의 우려가 높다. 혈압과 혈당 수치도 모두 높았다. 사실상 초기 고혈압-당뇨 환자였던 것이다. 그래도 ‘어떻게 되겠지’라며 무시했다.

자전거 출퇴근을 시작한 후 어떻게 달라졌을까. 한 달 만에 3㎏이 줄었다. 심박수도 80대로 떨어졌다. 예상치 못했던 변화였다. 그 덕분에 건강관리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됐다.

점심 식사량을 줄이고 자전거 타는 시간을 늘렸다. 1㎏이 더 빠졌다. 다시 도전. 체중을 더 뺐다. 얼마 후 67㎏까지 떨어졌다.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어디 아프냐”고 물을 정도였다. 이후 현재까지 69㎏에서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혈압과 혈당 수치도 정상 범위로 떨어졌다. 약을 먹지 않고도 최 교수는 고혈압과 당뇨병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몸도 가뿐해졌다. 일단 코를 덜 골고 수면무호흡증이 사라졌다. 수면 품질이 좋아지니 저절로 오전 5시 반에 눈을 떴다. 묵직하던 머리는 개운해졌다. 최 교수는 “자전거 출퇴근만으로 거둔 성과다. 누구든 운동을 시작하면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라며 웃었다.

자전거 ‘제대로’ 타려면 이렇게


최용성 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자전거 타기는 중년 이후에도 건강을 챙기는 데 좋은 운동”이라며 도전할 것을 권했다. 다만 건강 효과를 내려면 무엇보다 재미를 느껴야 한다. 억지로 하는 운동은 별로 도움이 안 되기 때문. 그 다음 중요한 것은 ‘제대로 타기’다. 어떤 점을 염두에 둬야 할까.

최용성 교수가 자전거를 타기 전에 하체 위주로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첫째는 안전이다. 특히 자전거에 능숙해진 후 더 주의해야 한다. 속도가 붙고 운동 횟수가 많아지면서 사고가 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최 교수 또한 자전거를 타고 3, 4개월이 지난 후에 크고 작은 사고를 겪었다. 이를 예방하려면 속도에 집착하지 말고, 헬멧과 장갑과 같은 안전 장비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추월하는 요령도 알아둬야 한다. 우선 입으로 소리를 내거나 버저를 울려 추월 의사를 밝힌다. 그 다음에는 반드시 앞 자전거의 왼쪽으로 추월해야 한다.

둘째, 효과를 더 내려면 목표를 정하는 게 좋다. 최 교수는 매주 150㎞ 타기와 경사가 더 가파른 곳을 찾아 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목표를 세웠으면 실제 이행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애플리케이션이 도움이 된다. 매일 목표를 이행했는지, 페달 밟는 속도는 얼마나 빨라졌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최 교수는 “이런 목표 달성이 새로운 동기 부여 요소로 작용해 다시 목표를 상향하게 된다”고 말했다.

셋째,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탄다. 팀을 꾸려서 자전거를 타라는 이야기다. 최 교수도 실제로 병원 내 자전거 팀인 CBC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그룹 라이딩을 하면 선의의 경쟁을 하게 되고, 그 결과 운동 실력이 좋아진다. 라이딩의 재미도 배가된다”고 했다. 그뿐만 아니라 공통의 관심사가 생기기 때문에 서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싫증을 덜 느끼게 되는 것도 장점이란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