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앞에 빅테크 매출 뒷걸음… 경기 안타던 전성기 끝나나

박현익 기자

입력 2022-07-29 03:00 수정 2022-07-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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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플레-보호무역 겹치며 소셜미디어 기업들 줄줄이 타격
메타, 창사후 첫 분기 매출 감소, 매출 90%인 광고시장 침체 탓
저커버그 “불황 기간 예측 못해”


거침없이 질주하던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에 실적 부진의 한파가 불어닥치며 성장성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가 끝나며 어느 정도의 정체는 예상됐지만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우려, 각국 보호무역 강화 등과 맞물려 골이 더 깊어졌다. 그동안 경기 상황과 관계없이 빅테크만 고속 성장을 거듭하면서 두드러진 ‘빅테크 예외주의’의 시대가 끝났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메타는 27일(현지 시간) 2분기(4∼6월)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1% 감소한 288억 달러(약 37조5000억 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메타의 분기 매출이 1년 전보다 뒷걸음질친 것은 이 회사가 생겨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26% 줄어든 67억 달러(약 8조7000억 원)로 3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광고 사업 부진의 여파가 컸다. 2분기 광고 부문 매출은 281억 달러로 1년 전보다 1.5% 줄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경기 침체로 디지털 광고 사업이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며 “불황이 얼마나 오래갈지 예측할 수 없지만 지금 상황이 이전보다 더 나쁘다는 건 알 수 있다”고 했다.

온라인 광고 시장이 위축된 것은 기업들이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게 보고 광고비 지출을 미리 줄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광고 의존도가 높은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줄줄이 타격을 받고 있다. 26일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올해 2분기 매출이 1년 전보다 13% 증가한 697억 달러(약 90조7000억 원)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는데, 2020년 2분기 이후 가장 저조한 성장률이다. 소셜미디어 기업 스냅도 기대 이하의 실적을 발표했고 트위터는 매출이 역성장했다.

글로벌 빅테크의 동반 부진에 대해 27일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물리법칙의 예외일 것 같던 빅테크 기업도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중력의 영향을 받게 됐다”며 “미국의 기술 거인들도 갑자기 공급망, 보호무역주의, 인력난, 경쟁 등 옛 산업을 괴롭혀 온 세력과 싸워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규제 강화 움직임도 빅테크의 행보를 제약하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는 빅테크 기업을 겨냥한 디지털서비스법(DSA)이 최근 의회를 통과했다. 인도는 데이터 현지화 정책 등을 통해 디지털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그동안 사용자들의 모바일 활동 내역을 추적해 맞춤형 광고를 해온 메타 등은 지난해 애플의 개인정보 정책 변경으로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고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앞다퉈 고액 연봉을 남발한 탓에 갈수록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도 걸림돌이다.

국내 대표 테크 기업들의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가는 올해 네이버 영업이익이 1조4277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년 전인 지난해 7월만 해도 1조7293억 원으로 예상했는데 기대치가 20%가량 줄어든 것이다. 올해 카카오 영업이익 전망치도 1년 전 1조1578억 원에서 7514억 원으로 35% 감소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상승과 경기 위축 등 불확실한 거시경제 환경이 광고와 커머스 사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앞으로 경기 회복에 따른 이들 사업의 성장률이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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