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약계 샤넬이래” 한 개 2만원에도 인기

오승준 기자

입력 2022-07-28 03:00 수정 2022-07-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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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치약 40배… 상반기 매출 15%↑
마비스-루치펠로 매년 성장세 보여… 계면활성제 적고 천연추출물 이용
기능보단 고급 라이프스타일 어필
“명품 관심, 생필품으로 확대돼”


최근 개당 2만 원에 이르는 프리미엄 치약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루치펠로(위 사진)와 마비스 등은 돋보이는 디자인을 앞세워 고급 라이프스타일을 원하는 고객층에게 다가가고 있다. 각 사 제공

직장인 한모 씨(26)는 개당 2만 원 수준의 유럽산 명품 치약을 즐겨 쓴다. 일반적으로 국산 치약(150g)이 개당 1000원꼴인 것을 고려하면 한 씨가 사용하는 치약(85mL)은 일반 치약의 40배 정도 가격인 셈. 한 씨는 “집에서는 일반 치약을 쓰지만 회사나 모임에 들고 다니는 핸드백에는 마비스, 루치펠로 등의 명품 치약을 넣고 다닌다”며 “지인들과 양치할 때 디자인이 예쁘다고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27일 CJ올리브영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프리미엄 치약 제품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올랐다. ‘영국 핑크 치약’으로 알려진 유시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가까이(96%) 많이 팔렸다. ‘고소영 치약’으로 알려진 LG생활건강의 ‘루치펠로’도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이 2020년 30%, 2021년 15.3%를 나타내고 있다.

프리미엄 치약 시장의 인기는 이탈리아 피렌체의 마비스 치약이 이끌고 있다. ‘치약계의 샤넬’로 불리는 마비스 치약은 이달 가격을 인상해 개당(85mL) 1만9900원에 판매하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중심으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쓴 것으로 알려지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은색 바탕에 7가지 향별로 민트색과 보라색 등이 입혀진 포장재가 특징이다. 이 제품은 국내 출시 4년 차인 올해까지 매년 20% 이상의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마비스에 따르면 현재 국내 시장은 전 세계에서 약 10위권의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프리미엄 치약은 일반 치약보다 계면활성제를 적게 쓰고 천연 추출물을 이용한다는 점을 내세운다. 또 고급 라이프스타일에 어필하는 마케팅 전략을 쓰기도 한다. 직장인 이모 씨(25)는 “낮은 가격으로 좋은 라이프스타일을 빈번히 누리는 데는 치약만 한 게 없다”며 “품질 차이는 크게 없지만 매일 세 번씩 최소 한 달 동안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에 쓴다”고 했다. 기존 치약과 차별화된 패키징으로 욕실 인테리어 소품 역할도 한다. 한 치약 제조업체 관계자는 “프리미엄 치약은 일상적인 양치질의 지루함을 눈과 입의 즐거움으로 바꿔준다”며 “그날의 기분에 따라 선택하는 일상적 치료다”라고 말했다.

프리미엄 치약의 인기를 두고 명품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생필품에까지 옮겨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남들이 잘 모르는 브랜드를 사용하면 수준 높은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자부심이 생긴다”며 “생필품 분야는 명품 가방처럼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과시보다는 자기만족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치약 효능보다는 올바른 칫솔질이 치아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한다. 창동욱 치주과 전문의(대한치주과학회 홍보이사)는 “대개 좋은 치약을 쓰면 칫솔질을 못해도 입속에서 약처럼 작용한다고 착각한다”며 “의약외품인 치약은 치과 치료만큼 눈에 띄는 개선을 가져올 수 없어 정확하고 올바른 칫솔질이 가장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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