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전월셋값 급등에 금리도 껑충… “집 줄여 이사해도 주거비 더 늘어”

정순구 기자 , 최동수 기자 , 정서영 기자

입력 2022-07-27 03:00 수정 2022-07-27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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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난민’ 커지는 불안] 〈상〉 더 팍팍해진 전월세 살이
[단독]서울 아파트 월세 부담, 2년새 年348만원 껑충


직장인 정모 씨(59)는 전세 살던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A아파트(전용 84m²)를 지난해 떠나야 했다. 준공 30년이 다 된 낡은 집이라 2014년부터 전세금 1억6000만 원을 한 번도 올리지 않고 7년을 내리 살았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집주인이 “아들 부부가 거주할 것”이라며 3개월 내 나가 달라고 했다. 비슷한 조건의 전세 시세는 5억 원 이상으로 뛴 상황. 결국 바로 옆 동 같은 면적의 아파트를 보증금 1억 원, 월세 150만 원에 계약했다. 그는 “물가도 올랐는데 월세까지 내야 해서 은퇴 이후 걱정이 크다”며 “이번 집 계약이 끝나면 어디로 가야 할지 벌써 막막하다”고 했다.

2020년 7월 말 임대차3법 시행 이후 전월세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최근 금리까지 치솟으며 서민들이 ‘주거비 이중고’를 겪고 있다. 현금 수입이 적은 은퇴자와 자산이 적어 대출에 의존해야 하는 청년층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2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전수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30평형대(전용 85m²) 아파트 월세 가격은 올해 상반기(1∼6월) 244만 원으로 2020년 상반기(215만 원)보다 14%가량 올랐다. 월세 부담이 2년 새 연간 348만 원 늘어난 셈이다. 지방 30평형대 아파트 월세 가격은 2년 전 68만 원에서 올해 86만 원으로 26%가량 뛰어 서울보다 상승 폭이 더 컸다.

서울 전세 역시 5억7064만 원에서 6억5457만 원으로 14.7%(8393만 원) 상승했다. 최근 시중은행 전세대출 금리(연 4.0∼6.2%)를 고려하면 전세대출 이자 부담이 연간 최고 520만 원 늘어난 셈이다. 국토부에 신고된 전국 아파트 전월세 거래 92만2185건 중 비교 시점 모두 거래가 있었던 단지의 거래(13만5792건)를 추출해 비교했다.

최근 전셋값이 상승세를 멈추며 지난해 하반기(7∼12월) 대비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3.2% 하락했지만, 월세는 3.2% 올라 상승세가 이어졌다. 금리가 오르며 전세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자 전세 수요가 월세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월세는 세입자에게 소멸하는 비용인 만큼 서민 부담 증가에 따른 주거 시장 양극화도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1억5000만원 전세 살던 30대, 1억 더 대출받아 더 작은 집으로
이자부담 年300만원 늘어 한숨
월세 2년새 세종 45%-제주 36%↑… 전월세 가격 지방이 더 많이 올라
전문가 “임대차법 차차 개정하되 민간임대 등 공급 늘려 뒷받침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아파트 앞에서 정모 씨(59)가 이전에 거주하던 전셋집을 바라보고 있다. 정 씨는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7년째 살던 전셋집에서 나와 인근 같은 평수 아파트에서 월세 150만 원을 내며 거주하고 있다. 고양=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 중견기업 직원인 강모 씨(30)는 2년간 전세금 1억5000만 원에 살았던 서울 용산구 후암동 빌라(전용 66m²)에서 지난해 말 나와야 했다. 지난해 5월 집주인과 계약갱신요구권을 쓰기로 했는데, 집주인이 계약 만료를 앞두고 갑자기 “실거주할 테니 나가 달라”고 통보한 것. 그는 결국 1억 원을 더 대출받아 인근 더 작은 전셋집으로 이사했다. 이자 부담도 연 120만 원에서 408만 원으로 300만 원 가까이 늘었다. 강 씨는 “기존에 살던 집보다 더 언덕 위로 올라가고 집도 작아졌는데 주거비 부담은 더 커졌다”며 한숨을 쉬었다.

#2. 서울 강남권에서 직장을 다니는 30대 이모 씨는 최근 부모님이 사는 인천으로 이사했다. 서울 구로구의 전셋집 계약 기간이 끝나 이사하려 했는데 월세가 너무 많이 올라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결국 인천에서 차로 출퇴근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해 다시 부모님 곁에서 생활하는 ‘캥거루족’이 됐다. 이 씨는 “깔끔한 오피스텔 하나를 얻으려 해도 월세 100만 원은 기본인 세상이 됐다”며 “전세는 아예 매물이 없었다”고 말했다.


전월세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금리까지 오르는 최근의 ‘주거비 이중고’는 서민에게 더 큰 고통을 안기고 있다. 급등한 전월세는 대출로 충당하거나 다른 생활비를 아낄 수밖에 없는데 금리가 올라 전세 대출 이자 부담이 급격히 커진 데다 물가까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이달 31일 임대차법 시행 2년을 앞두고 임대차법 개정, 공급 확대 등을 통해 시장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서울보다 지방에서 전월세 더 크게 올라

26일 동아일보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시스템을 전수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보다 지방의 전월세 부담이 더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1∼6월) 세종의 3.3m²당 월세 평균 가격이 4만9700원으로 2020년 상반기(3만4300원)보다 44.9% 올라 전국 17개 시도 중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이어 제주 36.42%, 경남 32.10%, 경북 31.08% 순으로 많이 올랐다. 특히 올 6월 아파트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경북·충남(79%), 충북(78.3%) 등은 모두 월세 상승률이 20% 내외로 높았다. 전세가 한계까지 오른 상태에서 그나마 상승 여력이 있는 월세가 더 크게 오른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 월세 매물이 늘면서 월세 거래 비중도 급증했다.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은 2020년 상반기 28.8%에서 올 상반기 40.2%로 늘었다.
○ 전셋값 안정세지만 “2년 전보다는 여전히 부담”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신축아파트 전용 59m²에 사는 이모 씨(38)는 “2019년 하반기에 입주할 때만 해도 4억 원이었던 전셋값이 올해 7억 원까지 올랐다”며 “아이 때문에 이사 가기 힘들어 보증금 4억 원에 월세 100만 원으로 다시 계약을 맺었다”고 했다.

최근에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전세자금 대출 금리가 최대 6.2%까지 오르는 등 대출 이자 부담도 커졌다. 서울 강북구의 3830채 규모 SK북한산시티 전용 84m² 전세 호가는 5억∼5억4000만 원으로 2021년 5월 신고가인 6억7000만 원 대비 하락했다. 하지만 2020년 6월 3억4000만∼4억 원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다.

서울 강북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 매물이 쌓이고 가격도 조금 내렸지만 신혼부부나 20, 30대에게는 여전히 부담되는 수준”이라며 “그나마 맞벌이 부부면 월세라도 감당하려 하는데 부담이 커져서 경기 외곽으로 이사 가는 사람들도 꽤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임대차법을 개정하되, 주택 공급으로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당장 전월세상한제를 폐지하면 가격 급등 등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며 “민간 임대 등 공급 증가를 유도해 가격이 안정된 뒤 순차적으로 제도 폐기를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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