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지상주의 한국 골프계에 올 것이 왔다

김정훈 기자

입력 2022-07-27 03:00 수정 2022-07-27 03:33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윤이나 ‘오구 플레이’ 사태 계기
어린 선수 교육 등 개선 기회로”



‘장타 신인’ 윤이나(19·사진)의 ‘오구(誤球) 플레이’ 여파가 커지고 있다. 윤이나가 잘못을 스스로 밝히고 사과문까지 냈지만 오구 플레이가 있은 지 한 달이 지난 뒤였고, 문제 행위 당시 캐디가 알렸는데도 윤이나가 이를 묵살한 것으로 드러나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일을 ‘성적 지상주의’에 빠진 한국 골프계를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이나는 지난달 16일 DB그룹 한국여자오픈 1라운드에서 오구 플레이를 했다. 이런 사실을 한 달이 지난 이달 15일 대회 주최 측인 대한골프협회에 알렸다. 25일엔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사과문도 냈다. 윤이나는 사과문에서 “처음 겪는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순간 판단이 서지 않아 아무 조치 없이 플레이를 이어 갔다”고 했다.

하지만 동아일보 취재와 당시 대회 현장에 있던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윤이나는 오구 플레이를 곧장 신고할 수 있었던 기회를 스스로 날렸다. 당시 윤이나의 오구 플레이를 인지한 캐디가 ‘2벌타를 받고 경기를 계속하면 된다. 홀아웃 뒤에 신고하면 대회 실격이다’라는 취지로 윤이나에게 설명했다. 하지만 윤이나는 별다른 조치 없이 경기를 계속했다. 윤이나의 코치도 ‘그냥 넘어가도 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이나 측은 이런 사실이 골프계에서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되자 대한골프협회에 오구 플레이를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골프계에선 윤이나가 오구 플레이 이후 에버콜라겐 퀸즈 크라운과 호반 서울신문 위민스 클래식에 출전한 것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윤이나는 에버콜라겐 퀸즈 크라운 대회에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데뷔 첫 우승을 했다.

윤이나의 이번 오구 플레이 사태를 성적에만 매몰된 국내 골프 현실을 바로잡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비판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다. 고덕호 해설위원은 “미국에서는 어린 선수들에게 골프 규칙 준수를 양심의 문제로 연결시키며 교육한다”며 “한국도 교육을 하긴 하지만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성적 지상주의 분위기가 앞서는 것이 현실이다. 바꿔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열 KLPGA투어 해설위원은 이번 오구 플레이 사태를 두고 “국가대표로 뛰며 2부 투어에서 상금왕까지 차지해 많은 기대를 받았던 윤이나가 시즌 초반 성적이 좋지 않아 심한 압박을 받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윤이나 스스로도 사과문을 통해 “저의 불공정한 플레이로 참가 선수 모두의 마음에 상처를 입혔다. 성적에만 연연했던 지난날들을 처음부터 되짚어 보며 반성하는 시간을 갖겠다”며 성적에 대한 압박감을 부인하지 않았다.


오구(誤球·wrong ball) 플레이
경기 도중 다른 선수의 것이든, 예전에 누군가가 잃어버린 것이든 자신의 공이 아닌 것을 치는 행위를 말한다. 오구 플레이를 하면 2벌타를 받는데 다음 티잉 그라운드 첫 스트로크 전까지 자진 신고하지 않으면 대회에서 실격 처리된다. 최종 라운드일 경우엔 퍼팅 그린을 떠나기 전에 알리지 않으면 실격당한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