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을 밀처럼 만드는 연금술[기고/황재복]

황재복 SPC 대표이사

입력 2022-07-27 03:00 수정 2022-07-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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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복 SPC 대표이사

“한 번 일어난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두 번 일어난 일은 반드시 다시 일어난다.”

파울루 코엘류의 소설 ‘연금술사’에 나오는 대목이다. 연금술사가 주인공에게 이전 두 번의 약탈을 근거로 추가적인 시련을 예언하면서 전한 말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 기준 2022년 국제 밀(SRW) 가격은 2008년 이후 최고점을 경신했다. 국제 밀 가격의 상승은 식품산업과 소비자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제과제빵이 주요 핵심 사업인 SPC는 생산 제품 대부분이 밀가루를 주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식빵 등의 주요 제품은 밀가루가 원료의 70% 이상을 차지해 국제 밀 가격의 상승은 사업을 영위하는 데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농식품부는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중장기 방안으로 밀가루 소비의 일부를 쌀가루로 대체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정부는 쌀가루 전용 품종 재배 확대, 식품업계 제품 개발 등을 지원하고, 쌀 가공식품 홍보를 강화한다. 이를 통해 밀 수입의존도를 낮추고 식량안보를 강화할 계획이다. 국산 쌀의 긍정적인 면에 착안하여 다양한 쌀 제품 및 소재를 연구해온 입장에서도 환영하는 바이다.

실제로 최근 개발된 가공용 쌀인 ‘분질미’를 단팥빵, 소시지빵 등에 테스트해본 결과 제빵 적용의 가능성을 보였다. 분질미 자체로는 일반 발효를 할 수 없지만, 혼용해서 사용하면 밀가루로 만든 빵에 비해 노화가 늦고 부드러운 식감을 더 오래 유지하는 장점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쌀가루의 가격 및 글루텐 문제 때문에 제품별로 쌀가루를 얼마나 더 첨가해 나갈지는 지속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그러나 패션5에서 판매 중인 쌀식빵(米米식빵)처럼 밀가루와 글루텐 없이 100% 쌀을 이용하여 성공적으로 쌀빵을 제품화한 사례도 있어 머지않아 소비자들도 쌀로 만든 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연금술사’는 주인공 산티아고가 간절히 찾아 헤매던 보물이 내가 살던 곳에 있음을 깨달으면서 끝이 난다. 다음 국제 곡물 시장의 높은 파고가 언제 올지 짐작하기 어려운 지금, 국제 곡물 위기 상황에서 많은 국가들이 안정적인 밀 공급원을 찾고 있다. 우리에게는 산티아고의 깨달음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쌀은 밀이 될 수 없다고들 하지만, 밀가루 소비량의 일부라도 쌀가루로 대체하게 된다면 쌀은 획기적인 재료가 될 수 있다.


황재복 SPC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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