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마음 치유받고 싶어서”… 日서 사랑 받는 반려로봇

정희선 유자베이스 애널리스트 , 정리=김윤진 기자

입력 2022-07-27 03:00:00 수정 2022-07-27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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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 교감 위한 ‘소셜로봇’ 인기, 얼굴 없지만 꼬리 흔드는 쿠션
반복해서 손가락 깨무는 로봇 등 고차원적 커뮤니케이션 아닌
단순한 한두 가지 기능만 갖춰… 1인가구-고령화에 반려동물 대안
팬데믹-비대면 상황 고립감 심화, 심신 달래줘… 국내도 성장 전망


일본 파나소닉이 만든 커뮤니케이션 로봇 ‘니코보’는 고차원적인 상호작용을 하기보다는 잠꼬대, 방귀, 눈 피하기 등 귀여운 행동을 하면서 주인을 웃긴다. 사진 출처 파나소닉 홈페이지

최근 일본에서는 특별한 기능 없이 오로지 주인과의 정서적 교감을 위해 만들어진 ‘소셜 로봇’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인지 능력과 사회적 교감 능력을 통해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여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는 로봇’이란 뜻의 소셜 로봇은 꼬리를 흔들거나 간지럼을 태우면 웃고, 손가락을 반복해서 깨무는 등의 아주 단순한 한두 가지 기능을 가지고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든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월 1호(348호)에 실린 일본의 소셜 로봇 트렌드 리포트를 요약, 소개한다.
○ 반려동물 대신 반려 로봇
일본 소셜 로봇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기능이 매우 단순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2017년 11월 공개된 일본의 로봇 기업 유카이공학의 ‘쿠보(Qoobo)’는 동그란 쿠션에 꼬리만 덩그러니 달린 로봇이다. 얼굴은 없지만 반응형 기술을 탑재한 채 마치 살아 있는 고양이처럼 꼬리를 흔든다. 제조사에 따르면 이 로봇은 반려동물이 꼬리를 살살 흔들면 주인이 기뻐하는 장면에 착안해 개발됐다고 한다. 반려동물의 행동을 모방하는 것만으로 지친 현대인들에게 충분한 위로와 안식을 줄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2021년 3월 파나소닉이 만든 커뮤니케이션 로봇 ‘니코보(NICOBO)’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니코보는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도록 센서나 마이크는 탑재하고 있지만 고차원적인 상호작용을 하기보다는 잠꼬대, 방귀, 눈 피하기 등 귀여운 행동을 하면서 주인을 웃긴다. 최근 기술 발달이 급격히 이뤄지고 있는 스마트 스피커나 사물인터넷(IoT) 기기에 비하면 기술적으로는 특별할 게 없다. 하지만 이렇게 단순한 제품인데도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판매를 개시한 지 불과 7시간 만에 목표 금액인 1000만 엔을 웃도는 금액을 모으며 320대 완판 기록을 세웠다.

이들의 계보를 이은 것이 바로 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가전전시회 ‘CES 2022’에 등장한 로봇 ‘하무하무’다. 일본어로 무언가 깨무는 움직임을 표현하는 의태어 ‘하무하무’를 활용해 ‘살짝 깨물기 하무하무’로 이름 붙여진 이 로봇은 손가락을 넣으면 깨무는 행동만 반복한다. 앞서 쿠보에 이어 하무하무를 개발한 유카이공학은 아기가 손가락을 깨물면 부모가 기뻐하는 장면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사람들이 일상에서 이런 기쁨을 항상 느끼기는 어렵다. 아기가 있더라도 성장 과정상 순식간에 지나가곤 하기 때문이다. 소셜 로봇은 정서적으로 똑같은 정도는 아니라도 유사한 기쁨의 감정을 원할 때마다 느낄 수 있게 한다는 게 장점이다.
○ 소셜 로봇이 사랑받는 이유
일본에서 소셜 로봇이 사랑받는 이유는 사회인구학적 변화와 관련이 깊다. 무엇보다, 가구 형태가 달라지고 있는 게 가장 큰 원인이다. 1인 혹은 2인 가구가 대세가 되면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반려동물을 들이는 사람이 많아진 것과 맥을 같이한다. 고양이나 개를 키우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알레르기, 시간적 혹은 금전적 여유의 부족, 협소한 공간 등 다양한 사유로 반려동물을 키우기 어려운 사람들도 여전히 많다. 바로 이런 이들에게 소셜 로봇이 좋은 대안이 된다. 소셜 로봇은 먹이를 주거나 같이 산책을 해주지 않아도 되고 아프거나 말썽을 부리지 않기 때문이다.

소셜 로봇의 확산은 고령화와도 연관이 있다. 1인 가구 중에서도 고령 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셜 로봇은 홀몸노인의 외로움을 달래줄 뿐만 아니라 신변을 보호해준다. 실제로 일본의 로봇 스타트업 그루브엑스가 2019년 12월 출시한 ‘러벗’은 머리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주인의 상황을 파악하고 생활 모습을 가족들에게 보내준다.

이런 구조적인 변화에 더해 팬데믹 이후 외출이 줄고 혼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진 것도 소셜 로봇의 성장을 앞당겼다. 비대면 상황에서 타인과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는 기회가 줄어들수록 개인의 고립감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의지하거나 누군가를 지지하고 싶어 하는 욕구는 인간의 본능이다. 소셜 로봇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지친 사람들의 심신을 달래면서 더욱 인기를 끌었다. 일본의 정보기술(IT) 기업 저스트시스템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이 소셜 로봇 구입을 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최신 기술에 관심이 있어서’(46.8%)였지만, 두 번째 이유는 ‘마음을 치유받고 싶어서’(45.5%)였다. 이는 소셜 로봇의 약진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요인뿐 아니라 심리적 요인도 비중 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소셜 로봇은 국내에서도 성장할 여지가 크다. 일본 소셜 로봇 시장 확대의 배경으로 꼽히는 1인 가구 증가, 고령화,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 등 비대면 문화의 확산이 한국에서도 똑같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그 존재가 낯설기 때문에 반감이 들 수 있지만 일본에서도 시장 형성 초기에는 과연 소셜 로봇에 대한 수요가 있을까 반신반의하는 시각이 더 컸다고 한다. 물론 일상의 문제 해결이라는 측면에서 소셜 로봇이 줄 수 있는 가치는 제한적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기업과 차별화된 상품을 내놓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정서적, 심리적 반응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단순히 ‘과제해결형’ 상품을 기획하기보다는 ‘그냥 갖고 싶다’는 사람들의 욕구를 겨냥하는 게 때로는 히트 상품을 만들어내는 지름길이 될지도 모른다.

정희선 유자베이스 애널리스트 hsjung3000@gmail.com
정리=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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