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 에너지 大전환 시대, 수차발전 혁명 시작됐다

김명희 기자

입력 2022-07-27 03:00 수정 2022-07-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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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풍력 발전과 비교 발전효율 수차발전기가 우위”

유인근 SSN네트웍스 대표가 발전 에너지 분야 업체 관계자들에게 수차발전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SSN네트웍스 제공.(왼쪽사진) ㈜GF에너지가 5년여 간의 연구 끝에 개발한 수차발전기. 수차발전기는 공장과 농장, 아파트 단지, 선박, 전기차충전소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 가능하다는 것이 SSN네트웍스 측의 설명이다. SSN네트웍스 제공.

화력, LNG 발전 대체 가능… 획기적 발전 기술 평가


기후 위기와 에너지 문제가 전 지구적 화두로 떠올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원유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올해 5월 측정된 전 세계 이산화탄소 월평균 농도는 421ppm. 이는 지난해 5월에 비해 1.8ppm 증가한 수치로, 지구 역사상 최고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최근 유럽의 열돔현상(지상 5∼7km 높이 대기권 중상층에 발달한 고기압이 반구 형태의 지붕을 만들며 뜨거운 공기를 가두는 현상)으로 인한 폭염과 화재 등도 이 때문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7월 18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페터스베르크 기후회담에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인류의 절반이 홍수나 가뭄, 극단적인 폭풍, 산불의 위험지역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화석연료 중독을 끊지 못하고 있다”며 “세계 각국은 석탄 사용을 중단하고 재생가능에너지를 사용하여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만 한다. 또한 후진국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선진국들은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류는 당장의 에너지 위기를 해결하는 동시에 시시각각 다가오는 기후 재앙을 막아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지난달 말 유럽연합(EU) 각료이사회는 2020년 기준 22%인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40%로 높이는 것을 법정 목표로 하는 데 합의했다. 최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만 인근 70만 에이커(약 2883km²) 부지에 풍력발전 시설을 건설하고 친환경 에너지 생산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도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시간당 1000Kwh 전력 생산, 이동·설치 용이한 수차발전기”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는 친환경적이면서 고효율의 성능을 발휘하는 획기적 수차(水車)발전기가 개발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경남 김해에 위치한 ㈜GF에너지가 5년여간의 연구 끝에 개발한 수차발전기가 바로 그것. 수차발전은 장치의 아랫부분에 설치된 수조에 저장된 물을 고압펌프로 뽑아 올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다음 물의 낙차와 물의 압력, 증속장치 기술을 적용해 수차를 고속으로 회전시킴으로써 강력한 동력을 만들어낸다. 수차를 통해 얻어진 동력을 손실 없이 발전기에 전달한 다음 발전기를 정격 구동시키면 친환경적이면서 효율이 높은 전력이 생산된다.

해당 수차발전기 판매법인 ㈜SSN네트웍스(대표 유인근·손상환)에 따르면 해당 제품은 시간당 전력 생산량이 무려 1000Kwh인데, 이 정도의 전력은 300∼400세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 전체가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제품 규격은 가로 4.5m, 세로 2.8m, 높이 3.5m로, 전력 생산량에 비해 발전기가 차지하는 면적이 작을 뿐 아니라 이동과 설치가 용이하다. 또한 발전기 2대가 1조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혹시 모를 발전장치 고장이 생기더라도 보조기능을 해 전기를 계속 발전할 수 있다고 한다. 즉, 안정적인 전기 공급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환경오염 없이 안정적으로 고효율 전력 생산 가능”


SSN네트웍스 측은 “수차발전기는 R&D 기간 동안 이미 국내외 관련 업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본격적으로 제품을 판매하기도 전에 중국과 독일, 캐나다, 필리핀, 중동 등 해외 유력 전력 업체들과 대규모의 물량 공급 협의가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또한 국내시장 판매가 임박해오면서 국내 관련 기업들의 반응 또한 매우 뜨거운 상황이라고. 유인근 대표는 “그동안 다양한 방법으로 제품 성능 테스트를 진행했으며, 규격 인증 전문 시험기관인 KES의 인증 절차를 대기 중이다. 인증을 받은 후 양산 체제를 갖추는 10월 부터 본격적인 시장 판매가 이루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SSN네트웍스가 꼽는 수차발전기의 장점은 크게 4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화석연료 사용 없이 물을 이용한 청정에너지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기오염이나 방사능폐기물 등 환경오염의 우려가 없다. 둘째, 최소한의 설치 비용과 유지비로 반영구적이고 안정적인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덕분에 막대한 설치비와 유지비가 소요되는 기존의 수력발전, 조력발전보다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셋째는 앞에서 설명했듯 하루 24시간 안정적이며 높은 효율로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 넷째는 제한적인 공간과 적은 비용으로 고효율의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느 곳이든 설치할 수 있으며 이동과 시설 구축이 편리하고 면적도 크게 차지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이유로 회사 측은 수차발전기를 다양한 장소 및 산업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유인근 대표는 “수차발전기의 편리한 이동성과 맞춤형 전력 생산은 최근 대기업들이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전기차 충전소를 구축하는 데도 유용하게 접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전기차를 충전하고 남은 전기는 판매하거나 주변 전기가 필요한 곳에 공급할 수도 있다. 현재 암호화폐 채굴 사업에 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보니 전기료가 적게 드는 나라들로 옮겨가며 채굴장이 구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차발전기는 암호화폐 채굴 사업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또 유인근 대표는 “수차발전기는 섬이나 산간, 오지 등 송전탑을 설치하기 어려운 지역에서도 전력 생산의 주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전력 생산 설비 구축에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고립된 지역 주민들 삶의 질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을 이용한 발전 에너지가 거의 100여 년간 산업에서의 혁명을 주도하며 인류 문명 발전에 기여했지만, 그로 인해 지구 전체가 기후 재앙이라는 더 큰 위기를 맞이하게 됐다.

산업이 고도화하면서 전력의 수요는 더욱 극대화되고 있으며, 전기 없이는 지구촌 국가가 운영될 수 없다. 인류는 태양광과 풍력, 수소발전 등 생존을 위해 새로운 방식의 전력 생산 기술 개발에 매진해왔고, 수차발전 방식도 그런 노력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유인근 대표는 “바야흐로 지구촌 전체가 발전 에너지 대전환의 시점에 이르렀다. 우리는 전기 없이 하루도 살아갈 수 없고,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캐내 발전 에너지를 만드는 시대도 지나가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수차발전기 같은 오염 없는 친환경 신기술을 개발, 보급한다면 지구촌 가장 큰 난제인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고, 대한민국은 전 세계 발전 에너지산업을 주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국가가 지속가능발전과 에너지 확보를 위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때, 물을 이용한 친환경 수차발전기가 그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수차발전기 개발 주역, 평생 발명 외길 손송남 회장
수차발전기 개발자 ㈜GF에너지의 손송남 회장.
화제의 수차발전기를 개발한 주인공은 ㈜GF에너지의 손송남(78) 회장. 그는 일본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평생 제품 개발 외길을 걸어왔다. 손 회장이 지나온 이력을 살펴보면 ‘천재 발명가’라는 수식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하이새시, 수소발전기, 자동차 충돌 완화 장치, 수출용 활어 포장 용기, 버스 토큰 자동판매기 등 20여 가지에 이르는 혁신적 신기술이 손송남 회장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그중 자동차 충돌 완화 장치는 국내 판매는 물론 해외에 수출되는 쾌거를 이뤘다. 결국 손 회장은 경제 발전은 물론 산업보국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0년과 2021년 대한민국 유망특허기술 대상(에너지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특히 손송남 회장은 ‘기후변화의 주범인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게 발명가로서 꼭 도전할 가치가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마음속에 담아왔다. 어떤 문제에 도전할지를 고민하던 손 회장은 지구온난화의 주범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발전 에너지 분야를 선택했다. 그중에서도 과거 자신의 수소발전기 발명 경험을 살려 물을 이용한 수차발전으로 개발 아이템을 최종 결정한 뒤 연구개발에 매진했다. 그렇게 수차발전기 개발의 대장정을 시작하고 5년여를 매달린 끝에 그는 결국 발전기 발명에 성공했다. 그는 “완벽한 그린에너지 제품을 탄생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에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지나갔다”고 소회를 밝혔다.

손송남 회장이 개발한 수차발전기의 원리는 간단하다. 물의 낙차와 물의 압력으로 수차를 돌려 동력을 만들고, 이를 발전기로 전달해 전력을 생산하는 것. 저수조에 담긴 14톤 정도의 물을 활용하면 무려 1000Kwh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구조다. 수차발전기 판매법인 ㈜SSN네트웍스 측은 “수차발전기를 이용해 생산한 전력은 친환경 고효율 에너지원으로 다양한 장소 및 산업에 적용 가능하다”고 밝혔다.

어느덧 여든을 바라보는 손송남 회장은 이번 수차발전기 개발을 통해 ‘에디손’이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었다. 백열전구, 측음기 등을 비롯한 토머스 에디슨의 발명품들이 인류에 많은 행복과 문명을 선물한 것처럼, 손 회장의 수차발전기가 지구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 될 것으로 많은 이들이 기대하고 있다.

김명희 기자 may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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