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칩4, 美-中 고르는 2지 선다 아니다” 中 설득 나설 방침

신진우 기자 , 신나리 기자

입력 2022-07-26 03:00 수정 2022-07-26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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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4 참여’ 최적 방안 찾기 고심
바이든 정부 제안, 형태 불분명해 성격 등 구체화해 역제안 방침
오늘 방한 美국무부 차관과 조율
韓겨냥 비판 수위 높이는 中엔 오해 없도록 설명-설득 나서기로


정부가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동맹인 이른바 ‘칩(Chip)4’ 참여와 관련해 우리 업계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대미 관계 등까지 손상시키지 않는 최적의 방안을 찾기 위해 고심 중이다. 정부는 일단 칩4가 중국 등을 배제하기 위한 배타적 협의체가 아니라는 점, 반도체 부족 등 위기 발생 시 해결을 위한 ‘위험관리적’ 의미가 강하다는 점 등을 포함한 우리 방안을 구체화해 다음 달 미국에 역제안할 예정이다. 또 중국이 우리를 겨냥해 칩4 관련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중국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설명하고 설득하는 작업도 병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칩4, 美中 중 선택하는 2지 선다 아냐”

25일 정부 핵심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거론되는 (반도체 동맹이라는) 개념부터 잘못됐다”며 “칩4는 동맹이 아닌 관련국 간 협력을 강화하는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미국 역시 칩4와 관련해 배타적 형태로 우리에게 제안하거나 설명한 적이 없었다”면서 “미국의 기술과 중국의 시장 중 하나를 고르라는 식의 2지 선다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애초 제안했던 칩4의 형태 자체가 분명하지 않았던 만큼 정부는 다음 달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칩4의 방향, 성격 등을 구체화해 미 측에 다시 제안할 계획이다. 외교부 당국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개방 체제에 의존하는 국가이기에 특정 배타성을 가진 협의체에 들어간다는 건 사실상 어려울 것 같다”며 “가능한 한 해외시장 진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정책을 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다음 달로 가입 여부에 대한 답변 시한을 설정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았다. 이 당국자는 “(답변 시한이) 한 달밖에 안 남았다고 하는 것도 특별히 긍정 시인을 하기 어렵다”며 “우리가 필요하면 우리의 생각에 따라서 우리가 주도적으로 내용을 만들어 협력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 中에 칩4 이해 구하는 노력 병행

중국은 연일 칩4 참여와 관련해 우리에게 묵직한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 업계에서도 칩4 참여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중국(홍콩 포함)이 국내 반도체 수출의 60%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중국에 오해하지 않도록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중 수교 30주년인 다음 달 24일을 전후해 중국 방문을 계획 중인 박진 외교부 장관도 이와 관련해 우리 측 입장을 설명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아직 칩4 참여 여부를 결정하진 않았지만 미 측이 우리 입장을 어느 정도 수용한다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참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이 향후 중국 견제 의미를 칩4에 분명하게 담는다면 고심이 깊어질 수 있다. 이에 26일 방한하는 빅토리아 뉼런드 미국 국무부 정무 담당 차관에게 칩4 관련 우리 입장을 전달하는 등 수시로 미 측과 의견 조율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칩(Chip)4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동맹. 한국과 대만, 일본에 제안했으며 우리 정부에 8월 말까지 참여 여부를 알려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짐. 미국의 설계 기술과 장비를 바탕으로 한국과 대만의 생산 시설, 일본의 소재를 결합해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추정.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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