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심야 택시대란에… ‘단거리 콜 거부’ 못하게 한다

정순구 기자

입력 2022-07-25 03:00 수정 2022-07-2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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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택시대란]
‘개인택시 3부제’ 완화도 검토
원희룡 국토 “승차난 해소 안되면
타다 같은 승차공유 활성화도 고민”


심야 시간에 서울 도심에서 승객이 택시에 승차하고 있다. 정부는 24일 심야택시 승차난을 해결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정책 강도를 높여 가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정부가 심야택시 승차난 해소를 위해 개인택시 규제인 3부제(이틀 근무, 하루 휴식)를 완화하고 단거리 호출 거부를 원천 봉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25% 안팎에 그치는 심야시간대 택시 호출 성공률이 50%까지 오르지 않으면 과거 ‘타다 베이직’과 같은 승차공유 플랫폼을 활성화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21일 오후 11시 반경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만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심야시간 택시 호출 성공률이 현재의 두 배 수준인 50% 이상으로 개선될 때까지 가동 가능한 정책 수단을 모두 동원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원 장관은 1시간가량 택시 호출을 직접 해보고 시민들에게 불편 사항을 듣는 등 심야택시 승차 대란 현장을 살펴봤다.


정부의 택시 승차난 대책은 택시 공급이 늘도록 단계적으로 유도하는 게 핵심이다. 국토부는 최근 심야시간(오후 10시∼오전 2시) 플랫폼 택시 요금을 최소 25% 이상 최대 100% 이하로 올리는 탄력요금제 도입을 공식화한 바 있다.

원 장관은 이날 “개인택시 3부제를 완화해 실제 운행하는 택시를 늘리고, 플랫폼 택시에 탄력요금제를 허용해주는 대신 승차 전 목적지를 확인하지 못하도록 해 단거리 호출 거부를 없애려 한다”고 말했다. 개인택시가 심야시간에 더 많이 운행하도록 택시업계와 협의해 ‘택시 기사 조 편성 근무’를 추진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원 장관은 “이런 정책 수단을 동원한 이후에도 택시 승차난이 해결되지 않으면 과거 ‘타다 베이직’과 같은 승차공유형 플랫폼(타입1)의 활성화를 고민해야 한다”고 밝혀 최후의 수단으로 여객자동차 운수법 개정도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탄력요금제 도입하되 호출 거부 못하게 개선 안될땐 ‘타다式’ 공급 활성화 검토”



택시대란 현장 찾은 원희룡 장관




“순한 맛→매운맛, 강도 높일 것”


21일 밤 12시 무렵 심야택시 승차난 현황을 살펴보기 위해 서울 강남역 대로변을 찾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택시 호출 앱으로 택시를 잡아 보고 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순한 맛이 안 통하면 매운맛으로 단계적으로 정책 강도를 높일 겁니다.”

21일 심야 택시 승차난이 극심한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만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심야 택시 승차난을 해결할 정책을 크게 3단계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1단계로 택시업계가 스스로 공급을 늘릴 수 있게 탄력요금제라는 당근을 먼저 제시하되, 추가 정책 수단을 순차적으로 동원하며 택시 공급 증가를 유도하겠다는 의미다.

1단계 탄력요금제는 이르면 다음 달부터 플랫폼 택시에 도입된다. 정부는 택시 수요가 몰리는 오후 10시부터 오전 2시까지 플랫폼 택시가 요금을 25∼100% 올려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2단계로 개인택시와 관련해 원 장관은 “‘부제’ 완화와 ‘조 편성 근무’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현재 개인택시는 수급 조절 등을 위해 이틀 근무하고 하루 쉬는 3부제로 운영한다. 이를 관할 지자체인 서울시와 논의해 완화하겠다는 것. 조 편성 근무는 부제 완화와 연동해 운전사들이 조를 짜 심야시간대 일정 대수 이상이 운행하도록 하는 것으로, 강제하기 어려운 만큼 자율 시행하도록 업계와 논의할 계획이다.

2단계에서 플랫폼 택시는 호출 거부를 없애는 데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타입2’(카카오T블루, 마카롱택시 등)와 같은 가맹 택시가 아닌 ‘타입3’(일반 카카오T택시 등) 유형의 단순 중개 택시는 운전사가 승객의 목적지를 미리 알 수 있어 단거리 호출은 거부하고 장거리 호출만 골라 수락하는 경우가 많다. 원 장관은 “이른바 ‘똥콜’(단거리 호출) 거부 문제가 심각하다”며 “플랫폼 택시에 탄력요금제를 허용해 주는 대신 승객 승차 전 목적지를 확인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방안을 검토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1, 2단계로도 택시 승차난이 해결되지 않으면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한다. 원 장관은 “시행 후 2, 3개월이 지나도 호출 성공률이 뚜렷하게 개선되지 않으면 다른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며 “렌터카 형식의 영업 방식인 ‘타입1’ 택시 운행을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공급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타입1 택시는 2020년 ‘개정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일명 타다 금지법) 이후 사업이 중단된 ‘타다 베이직’과 같은 형태다. 기여금을 내야 하는 데다 국토부 허가가 필요해 현재 3개 업체가 택시 420대를 운영하는 데 그친다. 원 장관은 “택시 및 플랫폼 업계, 지자체 등과 충분한 협의를 거치며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강남역 일대 목-금 밤은 ‘택시 지옥’… 2배 비싼 호출로도 못잡아”



자정 무렵 강남역 인근 르포

회식-술자리 끝낸 승객들 몰려
여럿이 30여분 호출해도 소용없어
요금 많은 장거리 승객들은 예외
“혼잡 피하려 술 더 마셔” 시민도



“집이 잠실인데, 택시는 포기했어요. 경기도 가는 게 아니면 택시 잡기는 하늘의 별따기보다도 어렵죠.”

21일 밤 12시 무렵 찾은 신논현역과 강남역을 잇는 서울 강남대로변은 회식을 마쳤거나 친구들과의 술자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갈 택시를 잡으려는 승객들로 가득했다.

직장인 김모 씨(29)는 서울 노원역으로 가는 택시를 잡기 위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택시 호출을 시도했지만 30분 넘게 실패했다. 그는 “일반 호출보다 2배 정도 비싼 카카오블루 등을 호출해도 소용이 없었다”며 “목요일이나 금요일 밤에는 택시 잡는게 거의 불가능하다”라고 하소연했다.

이날 기자가 강남역 일대를 돌며 살펴본 택시 승차 대란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30분 이상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고, 택시를 잡을 수 있는 오전 1시 30분 이후까지 기다리는 게 낫다며 술집으로 되돌아가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

대학생 이모 씨(22)는 친구 두 명과 카카오와 우티, 티머니 등으로 30분 넘게 서울 신도림으로 가는 택시를 호출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요금이 비싼 대형택시나 모범택시는 대학생 신분으로 요금 부담이 커 이용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이 씨는 “술 마시며 밤을 새우고 대중교통 첫차를 타고 집에 가는 게 차라리 돈이 덜 든다”고 토로했다.

택시 호출에 성공한 승객도 있었다. 경기나 인천으로 가는 장거리 승객이다. 인천에 거주하며 강남역 인근 직장을 다니는 30대 남모 씨는 “택시비만 거의 4만 원이 나오는 터라 호출 앱을 이용하면 심야시간에도 대부분 10분 이내에 택시가 잡힌다”고 설명했다. 이용 요금이 비싼 경우 택시 운전사에게 승객으로 ‘선택받을 확률’이 크고 곧 택시 승차난에서 자유롭다는 뜻이다.

심야택시 승차난은 법인택시 감소 영향이 크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법인택시 운전사는 올해 5월 기준 2만710명으로 2019년 말(3만991명)보다 33.2% 줄었다. 법인택시 가동률은 올해 1∼3월 31.5% 수준이다. 법인택시 10대 중 7대는 놀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택시 운전사들이 배달이나 대리기사로 넘어가며 나타난 현상이다. 젊은 인력들이 ‘돈 안 되는 택시’를 포기하고, 상대적으로 ‘고수익’이 가능한 업종을 향한 결과라는 것이다.

22일 오전 1시를 넘겨 강남역에서 을지로3가역으로 이동하며 만난 50대 가맹 택시 운전사 장모 씨도 월수입을 놓고 고민이 컸다. 장 씨는 “오후 2시에 나와 다음 날 오전 4시까지 14시간 일하지만 월수입이 300만 원도 안 된다”며 “탄력요금제가 도입돼도 플랫폼(가맹사업자)에 수익 일부를 떼어 줘야 한다면 심야시간대 택시 공급 확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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