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국가부채의 늪’에 빠졌나… 나홀로 금리 역주행

박민우 기자

입력 2022-07-25 03:00:00 수정 2022-07-25 04:56:15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각국 “물가 잡자” 앞다퉈 금리 올려
日은 ‘침체 경기 회복 급선무’ 판단, ‘마이너스 금리-지속적 엔저’ 고수
日 ‘돈풀기 10년’에 국채 눈덩이, GDP대비 263% 달해 ‘G7중 최고’
“이자 부메랑 걱정에 금리 동결” 분석… 전문가 “한국, 엔저로 수출 타격” 지적



한국과 미국 등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앞다퉈 기준금리를 끌어올리는 ‘역(逆)환율전쟁’에 나섰지만 일본은 나 홀로 ‘마이너스 금리’를 고수하고 있다. 지속적인 엔저(円低) 정책을 통해 장기 침체에 빠진 내수와 수출 경기를 끌어올리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세계 경제 흐름과 동떨어진 일본의 초저금리 고집은 경제 여러 부문에서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크다. 특히 10년 가까이 쌓인 막대한 국가 부채로 인해 일본은 금리를 올리고 싶어도 올릴 수가 없는 ‘외통수’에 빠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 거꾸로 가는 일본은행

24일 현재 세계 주요국 중 기준금리가 ‘마이너스’인 곳은 일본(―0.1%)과 덴마크(―0.1%), 스위스(―0.25%) 등 3개국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근 덴마크와 스위스는 모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 스텝’을 밟았다. 또 금리 인상을 주저해 온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21일 이 같은 흐름에 동참하면서 8년 만에 마이너스 예금금리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일본은 이날 단기 금리를 ―0.1%로 동결하는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금리를 올릴 생각이 전혀 없다. 끈질기게 금융 완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에 나서는 주요국과 달리 ‘금리 역주행’을 지속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 놔두자니 물가 위험, 올리자니 재정 우려

일본 정부는 엔저가 경제 성장을 견인할 것이란 믿음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구로다 총재는 “엔저로 수익이 개선된 기업이 투자를 늘리거나 임금을 올리는 긍정적 순환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가 역시 아직 견딜 만하다는 게 일본의 판단이다. 지난달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4%로 미국(9.1%)이나 유럽(8.6%)에 비하면 괜찮은 수준이다. 당장은 물가보다는 장기 침체에 빠져 있는 경기를 회복시키는 게 급선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일본 경제에 독(毒)으로 작용할 여지도 크다. 올해 초 115엔대였던 엔-달러 환율은 이달 14일 139엔대까지 오르며 1998년 이후 24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엔화 약세는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고 인플레이션을 고착화시킬 우려가 크다. 그 영향으로 이미 올 상반기 일본의 무역적자는 약 75조 원 수준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일본이 이런 부작용에도 금리를 올릴 수가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은 정부 국채의 절반가량을 들고 있다”며 “만약 금리를 올리면 일본은행은 보유 자산 가치가 떨어지고, 정부는 이자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약 10년간의 ‘아베노믹스’(무제한 돈 풀기)로 폭증한 국가 부채가 부메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현재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일본의 국가 부채 비율은 263.1%로 G7 중 압도적으로 높다.
○ 韓 수출 타격 우려
전문가들은 일본의 이런 초저금리 고집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 한미 기준금리 역전으로 인한 대규모 자본 유출을 걱정하고 있지만 선진국인 일본은 그런 걱정에서 자유로운 편”이라며 “일본의 금융 완화 기조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의 경우 엔저가 장기화되면 수출 산업에 타격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앞으로 미일 금리 격차가 커지면 엔-달러 환율이 150엔까지 상승할 것”이라며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조선, 자동차 등 업종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