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럽 공항 수하물 대란… 보상 노하우는 [떴다떴다 변비행]

변종국기자

입력 2022-07-22 15:11 수정 2022-07-2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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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1일 런던 히스로 공항에서 델타항공 항공기가 미국 디트로이트 공항으로 출발합니다. 그런데 비행기에는 승객이 타고 있지 않았습니다. 대신, 주인 품에 안기지 못 한 1000개의 여행용 캐리어를 태웠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사연은 이렇습니다. 런던 히스로 공항은 현재 인력 부족으로 발권과 보안, 수하물 처리 등 각종 공항 업무가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당시 공항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을 한 것이 ‘인력 부족에 따른 공항 혼란’ 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겁니다. 코로나 상황이 수그러들면서 가파르게 증가한 여객 수요를 공항이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거죠.

공항 발권 및 수속이 늦어지는 건 물론이고, 비행기가 연착되거나 취소되는 건 비일비재한 일이 돼버립니다. 특히 수하물 처리를 못해서 공항 내에는 수 천 개의 캐리어들이 방치돼 있는 상황이죠. 공항 직원들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온 겁니다. 승객들은 수하물을 제 때 받지 못하게 되고, 이에 일부 승객들은 공항 상황을 ‘악몽’ ‘지옥’ 이라고 표현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수하물(캐리어)이 다른 목적지로 가거나, 고객 품에 안기지 못하는 경우는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평상시였으면 수 일 내로 고객에게 다시 돌아옵니다. 최소한 어디에 수하물이 있는지 파악은 되죠. 그런데 지금은 수하물이 어디에 있는지 조차 모르는 일도 비일비재 합니다.

공항이 마비 직전까지 몰리자 런던 히스로 공항은 항공사들에게 공지를 내립니다. 항공권 티켓 판매를 제한하고, 비행 스케줄 일부를 취소하라고 말이죠. 항공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런던 히스로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을 취소하거나, 승객들을 제한했습니다. 델타항공도 결국 히스로에서 출발하는 항공기에 승객을 태우지 못했고, 빈 비행기로 돌아갈 바에야 고객들에게 전달되지 못한 캐리어를 직접 가지고 오자고 한 겁니다. 그래서 디트로이트 행 항공편에 1000개의 캐리어를 실어 나른 거죠.

여담이지만, 대한항공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얼마 전 영국 프리미어 리그의 ‘토트넘 홋스퍼’가 방한을 했는데요. 한국에서 경기를 마친 토트넘 선수단은 대한항공 전세기를 타고 영국에 갔고, 토트넘 전세기는 당초 빈 비행기로 한국에 오기로 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히스로 공항에서 대한항공에게 “일부 항공편을 취소하라”는 지시를 내립니다. 히스로~인천행 대한항공을 예약한 승객들에게는 날벼락 같은 일이 벌어진 거죠. 그래서 대한항공은 토트넘 전세기를 활용하기로 합니다. 천만다행으로 빈 비행기가 있어서 변경된 스케줄로 히스로에서 대한항공 승객들을 태우고 인천으로 올 수 있었죠.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황당한 일은 영국만의 일이 아닙니다.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포르투갈 등 주요 공항도 대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급증하는 수하물 사고
공항이 혼란에 빠진 만큼 수하물 사고(지연, 분실, 오배송, 도난 등)도 많이 발생합니다. 미국 교통안전국에 따르면 4월에만 미국에서 22만개의 수하물이 분실, 지연, 도난을 당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9만4000건에 비하면 2배 이상 사고가 증가한 것이죠. 스페인 보험사 맵프레 SA에 따르면 올여름 수하물 관련 사고를 신고하는 여행객 수가 2019년보다 30% 증가했다고 합니다. 2019년 여행객 숫자가 지금 보다 더 많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1인당 수하물 사고 비율이 크게 증가했다고도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항공 수하물 정보 업체 러기지 히어로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미국에서만 약 68만개의 수하물이 잘 못 처리 됐다고 합니다. 전체 수하물 대비 잘못 처리된 수하물 숫자를 계산해보면 1000개 당 약 6.5개의 수하물에 문제가 생긴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100개 수하물 당 0.2개 정도에서, 0.6개 까지 사고율이 증가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업계 분석을 종합해 보면 지난해 또는 코로나 이전 보다 수십~수백 퍼센트 까지 수하물 사고가 늘어난 겁니다.

한국 항공사들도 비슷합니다. 국내 항공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보다 올해 수하물 관련 사고가 4~5배 이상 증가했다고 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보다 올해 여객 수요가 더 많아지긴 했지만, 수하물 사고가 크게 늘었다. 대부분 유럽 및 미국 공항에서 수하물 사고가 발생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인천공항은 문제가 없다. 직항 노선도 짐을 싣고 내리기만 하면 되기에 큰 문제는 없다. 문제는 환승 노선”이라며 “환승을 할 땐 조업사 인력이 수하물을 다시 옮겨 줘야 하는데, 유럽과 미국 공항에 조업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수하물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고 말했습니다.

보통 국적 항공사들은 해외 노선에 취항할 땐 해외 조업사들과 계약을 맺습니다. 해외 조업사에 과부하가 걸린 상황이다 보니, 국적 대형항공사들의 사고가 늘어난 거죠. 이에 아시아나항공은 아예 국내 인력을 해외로 보내 조업 업무를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수하물 사고 보상 규정 꼼꼼하게 살펴야
수하물 사고는 기본적으로 항공사가 책임을 집니다. 도착지를 기준으로 수하물에 대한 책임을 집니다. 예를 들어 A항공사를 이용해 미국을 가서 수하물을 잃어버리면 A항공사가 1차적인 책임자입니다. A항공사를 이용해 미국을 갔다가, B항공사를 이용해 환승을 했는데 도착지에서 수하물에 문제가 생겼다면 이는 B항공사의 책임입니다. 1차로 도착지 기준 항공사가 책임을 지고, 나중에 항공사들끼리 책임 소재여부를 가린다고 합니다.

수하물 분실 및 지연은 보상 규정이 있습니다. 항공사 별로, 국가별로 수하물 무게와 노선 등에 따라 보상액이 정해져 있습니다. 수하물 지연 보상금도 있습니다. 수하물을 늦게 받아서 현지에서 생필품을 샀다면, 항공사에게 영수증을 보여주면서 보상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 또한 항공사 규정에 따릅니다만, 항공사가 알아서 승객들에게 보상하진 않습니다. 여행 전에 미리 수하물 규정을 확인하고, 문제가 생기면 항공사에 직접 고객이 문의를 해야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연고지도 중요합니다. 연고지가 있는 지역에서는 지연된 수하물에 대해서는 보상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인이 유럽을 갔는데 수하물을 늦게 받으면, 지연 보상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한국인이 한국에서 수하물을 늦게 받으면 지연 보상이 어렵습니다. 한국에 연고가 있기에 수하물 분실에 따른 생활에 지장이 없다고 보는 겁니다.

또한 수하물을 맡기면 수하물 태그를 주는데요, 이를 꼭 지참하고 있어야 수하물 보상을 받는데 불이익을 받지 않습니다. 태그가 없으면 아예 보상 및 사고 접수를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고가의 귀중품을 수하물에 넣을 경우 미리 신고를 해야 합니다. 수하물을 분실했는데 고가의 물건이 있었다고 증명을 하지 못하면 보상을 받지 못합니다. 그리고 수하물 분실 및 파손 신고 기간이 있습니다. 7일 이내에 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국 여행 전에 수하물 규정을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여행자 보험에 가입하는 것도 각종 보상을 받는데 도움이 됩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수하물 사고는 보상 규정이 있으나, 복잡하기도 하고 해외 항공사의 경우엔 언어 문제로 소통이 안 돼 불편을 겪기도 한다”며 “수하물 사고가 빈번하니, 가급적 기내용 캐리어를 들고 타는 게 좋다. 유럽의 경우 항공기 보단 육로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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