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의무휴업 폐지’ 검토에… “역차별 해소” vs “골목상권 붕괴”

윤다빈 기자 , 오승준 기자

입력 2022-07-22 03:00 수정 2022-07-22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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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국민제안’에 적극 검토… 유통업계 “영업차질 해소” 기대감
소비자 68% “규제완화 필요” 설문… 소상공인-마트 노동자는 거센 반발
“尹정부, 최후 보호막 제거 안돼”



21일 대통령실이 ‘대형마트 월 2회 의무휴업 폐지’를 검토하고 나서면서 유통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소비자 편익을 고려하지 않은 규제였던 만큼 바로잡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연 1조 원의 매출 증가 효과를 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반면 중소상공인들은 “골목상권의 최후 보호막이 사라지는 것”이라며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 유통업계 “오프라인 매장 역차별 해소돼야”
대통령실은 윤석열 정부의 대국민 소통 창구로 신설된 ‘국민제안’에 접수된 1만2000여 건의 민원·제안·청원 중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정책화가 가능한 10대 과제 중 하나로 선정했다. 현재 대형마트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균형 있는 발전을 취지로 2012년 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을 근거로 월 2회 의무적으로 휴업하고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는 영업을 할 수 없다. 대통령실은 이날부터 열흘간 국민제안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국민투표를 통해 상위 3개 우수 제안을 확정해 국정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의무휴업제가 3대 제안에 포함될 경우 폐지 가능성이 커진다.

의무휴업제 폐지를 줄곧 주장해온 유통업계에서는 큰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유통업계는 의무휴업제 적용 이후 10년간의 영업손실이 막대한 데다 이커머스를 통한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며 오프라인 유통기업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일요일은 평일 대비 2.5∼3배까지 매출이 나오기 때문에 단순히 한 달에 두 번 쉬는 것도 타격이 크다”며 “의무휴업일에는 온라인 영업도 할 수 없어 물건 배송이 늦어지는 등 영업 차질도 큰 상황”이라고 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의무휴업이 해제될 경우 이마트 등 개별 대형마트의 연간 매출이 최대 1조 원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소비자들 역시 의무휴업일 폐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올해 5월 대한상공회의소가 1년 이내 대형마트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6대 광역시 거주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67.8%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현행 유지와 규제 강화는 각각 29.3%, 2.9%에 그쳤다.
○ 중소상공인·마트 노조 등 반발
다만 중소상공인, 마트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반발은 거세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새 정부가 골목상권 최후의 보호막을 제거하고 재벌 대기업의 숙원을 현실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도 성명을 통해 “가뜩이나 중소상공인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유통 대기업의 사업 범위가 확장된다면 골목상권은 또다시 무너져 내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마트 노동자 일각에서도 “노동자의 휴식권을 인기투표에 부친 것”이란 반발이 나오고 있다.

의무휴업일 폐지를 위해서는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돼야 하는 만큼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여야 간 첨예한 대립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중소상공인은 “막대한 자본을 지닌 대형마트와 소상공인이 공정하게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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