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옷 입고 나눔-상생… 소비자를 움직이는 ‘착한 경영’

태현지 기자

입력 2022-07-22 03:00:00 수정 2022-07-22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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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K-ESG 경영대상]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ESG에 ‘진심’인 기업 24곳 선정
환경-사회적 책임감 밑바탕… 기아-BGF리테일 종합 1위


게티이미지코리아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 2011년 11월 25일, 뉴욕타임스(NYT)에 기묘한 광고가 하나 실렸다. 1년 중 제품이 가장 잘 팔린다는 블랙프라이데이 아침이었다. 대문자로 큼지막하게 적힌 강력한 메시지는 미국의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광고 문구였다. ‘옷을 만들 때마다 환경이 파괴되니, 이 재킷이 정말 필요한지 생각해 달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파타고니아는 ‘환경’과 ‘자연’에 진정성을 가진 브랜드다. ‘수익성’과 ‘사회적 가치’라는 상극을 맞대는 데 성공했기에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정석으로 불릴 만하다. 이봉 쉬나르 파타고니아 창업가는 “죽은 지구에서는 어떤 사업도 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으로 기업들은 파타고니아와 같은 길을 걸어야 할지 모른다. 환경(Environment)과 사회적 책임(Society), 지배구조(Governance)의 앞 글자를 딴 ESG 경영이 성장과 생존의 열쇠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산업계에 확산하고 있는 ESG 경영은 단순히 ‘착한 기업’이 되겠다는 자발적 캠페인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결정하는 심판대가 됐다. 전 세계 기관투자가, 은행들이 일제히 ESG 위기관리를 요구하면서, ESG 기준을 준수하지 않으면 자칫 거래 대상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진 까닭이다. 과거 수익으로만 가치를 평가받았던 기업이 앞으로는 비재무적 요소까지 입체적으로 평가받게 된 것이다.

기후 변화의 흐름을 완전히 되돌릴 수야 없겠지만, 속도를 조금이라도 더디게 할 기회의 모래시계가 얼마 남지 않았다. 투자자는 물론 일반 소비자도 이 같은 위기를 인식했고, 더 나은 지구를 위해 ‘착한 기업’을 찾아 나섰다. 지난달 한국투자증권이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 10명 중 6명 이상이 기업의 ESG 활동이 제품 구매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기후위기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소비자가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전에 없이 강력해졌다.

동아일보는 지속적이고 다양한 ESG 경영 활동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과 기관의 사례를 널리 알리는 취지로 ‘2022 K-ESG 경영대상’을 시상한다. 동아일보 K-ESG 평가위원회가 주최하고 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고용노동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중소벤처기업부·여성가족부·공정거래위원회·동반성장위원회가 후원했다. 22일 열리는 이 시상식은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는 ESG 경영 환경에서 기업·기관의 사회적 역할을 재조명하고, 사회 구성원이자 소비자가 가치를 공유함으로써 모범적인 ESG 경영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기 위해 제정됐다.

심사는 산업통상자원부의 투명하고 객관적인 K-ESG 지표를 바탕으로 △환경 경영(E) △사회적 가치 창출(S) △지배구조 건전성 확보(G) 3가지 분야로 진행됐다. 이를 토대로 모범적인 ESG 경영을 실천하고 지속 가능한 경영 문화 확산에 기여한 1차 후보군을 선정했다. 이후 기업과 공공기관으로부터 응모를 받아 기관별 포상 결격 사유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2차 심사는 유창조(동국대), 한상만(성균관대), 김상훈(인하대) 교수 등 권위 있는 학계 인사들과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사업전략팀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맡아 서류심사와 최종심사 등 공정하고 까다로운 심사 과정을 거쳐 총 24개 기업·기관을 선정했다.

‘2022 K-ESG 경영대상’ 최종심사 결과 전동화 전환을 가속하며 ‘EV 기업’으로 변신을 선포한 기아, 국내 편의점 업계 1위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이 영예의 종합대상을 차지했다. 이 밖에 환경 부문에서는 탄소 중립을 목표로 기술 개발을 꾀하는 기업과 친환경적인 방식이나 원료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돋보였다. 사회 분야에서는 업종의 특성을 반영해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지속한 기업이 빛을 발했다. 지배구조 부문에서는 이사회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높이고 윤리·준법경영을 도입해 건전성과 투명성을 강화한 기업들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협력형 ESG 모델, 지속가능한 미래경영 전략[심사평]



유창조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ESG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맞물려 전 세계 기업의 생존과 성장의 핵심 요소로,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경영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 주주 자본주의 시대의 기업은 주주를 위한 이윤 창출 극대화라는 경제적 성과에 초점을 두었으나, 첨단기술의 등장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강조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기업은 경제적 성과와 함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환경적 가치를 보존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 동아일보는 K-ESG 지표를 바탕으로 환경 경영, 사회적 가치 창출, 지배구조 건전성 확보 등을 평가해 지속 가능한 경영 문화 확산에 기여한 기업을 선정·발표하고 우수사례집을 발간하여 대한민국 기업의 지속 가능 성장에 기여하고자 한다.

투자자의 요구로 본격화되기 시작한 ESG는 자금 조달, 글로벌 경영 등 실질적인 경영활동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많은 기업들은 이런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기 위해 ESG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적지 않은 기업이 기업 자체 내에서 ESG 활동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를 구현하는 전사적, 개방적 시스템 정비는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 필자는 기업의 미래지향적인 ESG 경영으로 ‘협력형 모델’을 제안한다. 협력형 모델은 두가지로 나뉠 수 있다. 첫째, 기업은 고객의 참여를 유도해 함께 ESG 활동을 전개해 영향력을 높이고 활동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윤리적 및 환경적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자, 특히 MZ세대는 자신의 소신을 확실하게 표현하고 있고 바람직한 가치를 구현하는 데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BTS의 청년을 위한 메시지에 매료된 팬클럽 ‘아미’ 군단과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의 환경적 가치에 공감하는 TOG(테슬라 오너스 그룹)은 브랜드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수거하는 BAC(Blackyak Alpine Club)도 좋은 예이다. 이제 미래 경영전략의 핵심은 소비자를 시장이라는 무대에 주인공으로 초대하는 능력이다. 둘째, 기업은 이제 모든 이해관계자와 가치 중심의 네트워크를 구성해 소비자에게 완성도 높은 가치를 구현해야 한다. 기업은 바람직한 가치를 중심으로 이해관계자(공급사, 유통사, 정부, 지자체, 시민단체)들과 협력해 제품과 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여야 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경쟁사와의 협력도 도모해야 한다. 이른바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처하기 위한 개방형 경영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동아일보가 올해 처음으로 마련한 K-ESG 경영대상에 수상사로 선정된 모든 기업에 축하와 함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수상사들의 공적은 타사의 지표가 되어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초석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ESG 활동은 이제 걸음마 단계에 있지만 우수한 기업들이 선정되고 그들의 활동이 전파되면서 지속 가능한 사회를 구현하는 기업문화가 정착되어 나갈 것이다. 올해 수상한 기업이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선봉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태현지 기자 nadi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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